지난 주말, 퍼거슨에서 시위하던 흑인청년과 중무장한 백인경관의 입씨름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 “칼을 들고 날 쫓아오는 사람보다 도망치다 마주친 경찰이 더 겁나” “경찰이 어떻게 해주면 그 생각을 바꿀 건데?” “우리들 좀 그만 죽여!”
얼마나 자주 흑인 용의자가 경찰 손에 죽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젊은 흑인남성이 경찰 총에 맞을 확률은 백인보다 21배나 높다든지, 2004년부터 7년간 총격 살인으로 기소된 경관은 41명인데 비해 같은 기간 ‘정당방위 살인’으로 보고된 케이스는 2,600건 이었다든지, 단편적 숫자는 종종 발표되지만 경찰에 의한 사망관련 포괄적 데이터베이스는 없다.
그러나 요즘 미국은 통계 아닌 실제의 사건들을 너무나 자주 목격하고 있다.
지난주 3일엔 뉴욕거리에서 낱개 담배를 팔던 비무장 흑인 중년남성을 체포하려다 목조르기로 그를 죽게 한 백인경관에게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 하루 전엔 피닉스 경찰의 마약단속 과정에서 30대 흑인남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그가 총을 집으려한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약병이었다. 그보다 8일 앞서 세인트루이스 대배심은 역시 무장하지 않았던 18세 흑인 청소년과 대치 중 그를 총격 살해한 퍼거슨시의 백인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보다 이틀 전엔 클리블랜드의 백인 경관이 장난감 총을 가진 12세 흑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마치 생중계되듯 눈앞에서 연달아 펼쳐지는 비극과 부조리에 분노한 시위가 곳곳에서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기시감,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는 절망감에 모든 인종의 미국인들이 시달리고 있다고 윌리엄&메리 법대 제프리 벨린교수는 지적한다.
제각기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비무장 흑인을 죽인 백인경관의 정당방위 주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일련의 사건들이 제기하는 이슈는 크게 두 가지, 인종 편견과 공권력의 과잉행사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종연설을 통해 “역사의 유산으로 형성된 흑백갈등은 서로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납해야 좁혀지기 시작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백인들에겐 인종역사의 희생자였던 흑인들의 분노와 고통을 이해하라고 호소했고 흑인들에겐 범죄에 대한 백인들의 우려를 인종차별로 오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집권해온 지난 6년 동안에도 갈등은 별로 완화된 기미가 없다.
흑인과 백인 경찰 간 깊은 불신의 골을 메울 근본적 해결책은 ‘서로를 이해하고 용납하는’ 인종통합이지만 몇 십 년 혹은 몇 백 년이 걸릴지, 오랜 세월과 끊임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장기적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비해 공권력의 과잉행사를 예방하는 제도적 변화는 빠르게, 구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경찰에 대한 재훈련을 실시하고 신규채용 시 자질 검증을 강화하며 경찰의 업무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해줄 바디카메라 사용을 확대하는 등의 구체적 정책 개선이다. 대치상황에서 경찰의 안전과 함께 용의자의 안전도 강조하는 훈련과 경찰과 용의자 양쪽 모두의 행동을 자제시켜 줄 바디카메라 착용의무화는 당장 시행해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또 전 직장에서 경찰자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지원자의 인사기록을 철저히 검증했더라면 클리블랜드의 12세 소년은 지금쯤 살아있었을 것이다.
퍼거슨과 뉴욕의 사태를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은 “비무장한 시민이 경찰에 의해 죽었는데 최소한 공개된 재판은 열려야 하지 않는가”이다.
뉴욕과 퍼거슨의 두 백인경관은 각각 지역 대배심의 비공개 절차를 통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대배심에 사건의 모든 증거를 제공하는 것은 담당 검사여서 “사실상 기소여부 결정은 대배심이 아닌 검사가 한다”라고 일리노이 법대 앤드류 라이폴드 교수는 단언한다. 지역 검찰은 업무상 경찰과 밀접하게 유착되어 있기 때문에 경찰관련 사망 사건에서 경찰이 기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경찰정책 개혁에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것은 경찰에 의한 비무장 시민 사망사건의 경우 지역 검찰이 아닌 주 검찰 등의 독립적 검사가 수사를 담당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주지사의 행정명령으로도 가능하지만 주 의회에서 입법화 시켜야할 사안이다. 금년 4월 위스콘신 주의회가 최초로 관련법안을 통과시켰다. 10년 전 경찰의 총격에 아들을 잃은 한 백인 아버지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였다.
뉴욕경찰국은 지난주 소속 2만2,000명 전원에 대한 재훈련을 포함한 대책을 밝혔고 인종을 넘어선 항의시위는 계속되고 있지만 진정한 개혁은 쉽게 실현되기 힘들 것이다. 또 소리치며 시위하는 소수 뒤에는 침묵하는 다수의 이견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주 실시한 NBC뉴스의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준다. “지역 경찰을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백인응답자의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에 흑인 등 소수계 차별이 있다고 답한 백인경찰은 2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은퇴한 뉴욕경찰 에릭 애담스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정치 지도자들이 개혁실현에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하며 경고했다. “만약 역사가 우리 문 앞에 놓아준 이번 기회를 활용하는데 실패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고통과 분열과 혼돈을 겪게 될 것이다”
경찰은 매순간 생명을 걸어야하는 어렵고 위험한 직업이다. 경찰의 체포명령엔 일단 순응해야 한다. 저항은 어리석은 위법이다. 그러나 그 처벌이 죽음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불필요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는 개혁이 실현되기 전에는 서로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흑인과 경찰 간의 불신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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