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레이커스는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NBA를 대표하는 쌍벽을 이루는 최고 명문 구단이다. 1947년 ‘1만 호수의 땅’(Land of 10,000 lakes)으로 불리는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나면서 ‘레이커스’(Lakers)라는 이름을 얻었다. 출범 후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한 시즌은 단 5번에 불과하고 대신 NBA 파이널스에 나간 횟수는 무려 31회에 달하는 명가 중의 명가다. NBA 파이널스 진출 횟수에서 2위 보스턴 셀틱스(21회)에 여유있게 앞서가고 있다. 전체 3위인 시카고 불스가 단 6번 밖에 NBA 파이널스에 나가지 못한 것을 보면 31회나 진출한 레이커스가 얼마나 성공적인 구단인지 알 수 있다.
70년에 가까운 긴 세월동안 단 5번만 플레이오프를 미스한 레이커스의 눈부신 역사에서 ‘굳이’ 흠잡을 거리를 찾는다면 31번이나 결승에 오르고도 우승은 16번에 그쳐 승률이 5할을 겨우 넘는다는 사실이다. 1960년대 8차례나 NBA 파이널스에 오르고도 당시 절정의 다이너스티를 구가하던 셀틱스에 눌려 한 번도 우승을 못한 것 때문이다. 이 때문엔 우승횟수에선 21차례 파이널스에 올라 17회 우승을 차지한 셀틱스에 뒤져 리그 2위다. 하지만 1980년대 레이커스는 매직 잔슨과 카림 압둘-자바 등을 앞세워 5번을 우승하는 ‘쇼타임’ 시대를 열었고 2000년 이후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 필 잭슨 감독을 앞세워 5차례 우승하는 등 명가의 위용을 자랑해왔다.
그런 자랑스런 전통과 자존심의 팀 레이커스가 지금 구단 역사상 단 6번째 플레이오프 없는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개막 후 5연패로 출발한 뒤 1승9패까지 떨어졌던 레이커스는 이후 다음 9게임에서 4승5패로 비교적 선전했으나 여전히 5승14패의 성적은 바닥권이다. 더구나 상위 7~8개 팀이 모두 우승후보인 살벌한(?) 서부컨퍼런스에서 레이커스가 PO 진출권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레이커스 역사상 최악의 시즌은 지난 1957~58년 19승53패다. 올 시즌을 1승9패로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보였지만 레이커스는 다음 9게임에서 4승을 챙기며 아직 완전히 죽은 팀은 아님을 보여줬다. 최소한 역대 최악의 기록은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꿈꾸기 어려운 이번 시즌에서 레이커스에게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바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갈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팬들에게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커리어 말년에 접어든 코비 브라이언트 외에는 어느 팀에서도 당장 주전으로 뛸만한 선수가 별로 없는 팀이지만 갈고 닦으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팬들도 팀 재건의 긴 여정을 함께 갈 것이다.
레이커스를 이끄는 ‘엔진’은 아직도 브라이언트다. 게임당 26점을 뽑아내 NBA 득점랭킹 1위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올 시즌 승리 희망이 없는 팀에서 득점왕 타이틀 등 개인 기록 수립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점쳤다. 혼자만의 독불장군 플레이를 한다는 비난도 여전했다. 지난달 초 5연패 스타트의 마지막 경기인 피닉스 선스전에서 혼자서 37개의 슛을 난사하자 그런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레이커스는 ‘코비와 아이들’ 팀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하지만 브라이언트는 조용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혼자 슛을 독점하던 모습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아직도 팀내에서 가장 많은 슛을 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지난 2일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경기에선 코비의 야투수(11개)가 어시스트 수(13개)보다 더 적은 깜짝 놀랄만한 일도 나왔다. 그날 피스톤스의 집중적인 더블팀 마크를 받은 브라이언트는 슈팅 수가 팀에서 4위에 머물 정도로 슛을 자제하고 패스에 주력, 13개의 어시스트를 쓸어담았고 레이커스는 106-96으로 완승을 거뒀다. 자신의 득점욕심을 자제하고 동료들을 믿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사실 그동안 팀이 잘 나갈 때도 동료들의 부족한 모습에 호된 질책과 비판을 서슴지 않던 그는 이번 시즌 놀랄만한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 누구보다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그가 계속 지는 팀에서 오히려 여유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가 인내심이 없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난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참지 못할 뿐이다. 만약 우리 팀이 프로로써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비판의 목소리를 내겠지만 이 팀은 모두가 열심히 노력한다, 또 구단도 최고 선수를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이젠 불평 대신 나가서 열심히 뛰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코비와 아이들’이 통과해야 할 터널은 길고 험하지만 희망의 빛줄기는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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