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김형순·의사 제럴드 아이바·알란 슈몬... 음악 이외 분야 활동 ‘어덜트 피아니스트’6명
▶ 뒤늦은 열정 프로급 실력… 다양한 곡 선사... 영화음악가 섀런 파버·알란 채프먼 진행
■ 본보 특별후원 20일 ‘하트 오브 더 피아노’ 콘서트
‘하트 오브 더 피아노’(The Heart of the Piano)는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는 특별한 음악회다. 12월20일 오후 7시 콜번스쿨의 테이어 홀에서 본보 특별후원으로 열리는 이 콘서트는 클래식 방송 KUSC의 인기 진행자 알란 채프먼(Alan Chapman)과 영화 음악가로 유명한 섀런 파버(Sharon Farber)가 호스트를 맡은 것부터가 범상치 않은데, 연주자들의 면면을 알게 되면 더놀랄 수도 있다.
루퍼스 최, 야나 레즈닉, 제럴드 아이바, 김형순, 제니퍼 크레이머, 알란 슈몬.
유명 피아니스트 루퍼스 최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누구냐고? 이 사람들도 피아니스트들이다. 다만 연주가 직업이 아닌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로서, 그러나 피아노 실력과 피아노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떤 프로 연주자들 못지않은 사람들이다.
김형순(Hyongsoon Kim)은 변호사인 피아니스트다.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오벌린 국제 콩쿠르, 마이애미 아츠 컴피티션, LA리스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남가주의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을 정도로 뛰어난 솔로이스트지만 컬럼비아 법대로 진학, 변호사가 되어 현재 유수 로펌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피아니스트 조혜원으로, 두 사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함께 연주활동을 펼치며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제럴드 아이바(Gerald Iba)는 유타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으나 다시 의학을 공부하여 방사선 전문의가 되었다. UCLA와 굿사마리탄 병원에서 약 40년간 일했으며 지난 15년은 USC의 방사선과 주임 겸 임상교수로 일해 왔다. 뒤늦게 음악에의 열정을 되찾은 그는 루퍼스 최의 지도로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 지금은 매일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야나 레즈닉(Yana Reznik)은 음악과 공연예술 분야의 팔방미인이다. 피아니스트, 강연자, 프로듀서, 호스트, 사업가인 그녀는 듣는 이를 사로잡는 매혹적인 말솜씨를 갖고 있어 ‘목소리가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며, 청중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라이브 온 스테이지’ 순회공연으로 유명하다.
제니퍼 크레이머(Jennifer Kramer)는 유명 감독 스탠리 크레이머의 딸로, 독학으로 피아노를 조금씩 치다가 작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2년 전 루퍼스 최를 만나 피아노를 처음 정식으로 배우게 된 그녀는 놀라운 열정과 끝없는 노력으로 일취월장, 단 시간 내에 협연 수준의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알란 슈몬(Alan Shewmon)은 UCLA 소아신경학 교수이며 대학병원 신경과 주임으로 오래 일하다가 최근 은퇴했다. 6세부터 피아노를 쳤고 8세부터 작곡을 했으며 여러 작곡 경연대회에서 수상도 했던 그는 하버드 음대를 졸업하고 수많은 연주회와 독주회를 가졌다. 후에 의사의 진로를 택했지만 언제나 음악 속에 살아온 그는 2011년부터 루퍼스 최와 함께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최근엔 작곡도 다시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의 장년에 이르러 피아노를 다시 시작해 본격적으로 치고 있는 연주자들이다.
대개는 젊은 시절 피아노를 쳤다가 그만 두었던 사람들이지만, 몇 사람은 중년 혹은 노년의 나이에 처음 시작했는데도 열심히 연습하여 프로 연주자만큼 실력을 쌓았다. 어떤 이들은 이런 사람들을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라 하지만 루퍼스 최는 ‘어덜트 피아니스트’라고 고쳐 부른다.
“아마추어란 말은 수준이 높지 않다는 느낌이 있어서 어덜트 피아니스트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지만 전문 연주자 정도의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피아노는 어릴 때부터치지 않으면 손가락이 굳어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런것은 아닙니다. 좋은 피아니스트란 연습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 있거든요”
페퍼다인 대학교수인 루퍼스 최는 몇 해 전부터 취미라기엔 너무 진지한 태도로 피아노를 배우는 성인들을 계속 만나게 됐다. 콩쿠르 입상이나 대학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젊은 학생들과는 달리, 정말 자기가 하고 싶어서 마음과 열정을 다해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 이들에게서 뜻밖의 좋은 음악, 원숙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는 1년 전 ‘모먼츠 오브 뮤직 파운데이션’ (Moments of Music Foundation, 이하 MMF)이란 비영리 음악단체를 설립했다. 어덜트 피아니스트들에게 질 높은 교육과 매스터 클래스, 뮤직 페스티벌을 제공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실제 콘서트 무대에 서는 기회를 만들어주며, 기금이 확보되면 오케스트라 협연도 마련해 주는 재단이다.
“영 피아니스트들이나 학생들을 위한 음악단체와 페스티벌은 많지만 어른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단체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MMF를 시작했는데, 놀랄 만큼 많은 격려와 후원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정말 필요한 일임을 절감했어요”
현재 이사들로는 김형순 변호사와 캐런 크레이머(골든글로브상 수상 배우,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아내), 자크 보젤라(피아니스트) 등이 합류하고 있는데 이번 창립 콘서트를 마친 후 주류사회에서 더 많은 이사진을 영입할 계획이다. 더스틴 호프만, 빌리 크리스탈, 래리 킹도 MMF의 잠재적 후원자들이라고 소개한 최 교수는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관심과 후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와 클래식 방송 KUSC, 호세 이트루비 음악재단, 그리고 본보가 특별후원하는 이번 공연에서 6명의 연주자들은 다채로운 피아노곡을 들려준다.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와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를 위한 4개 소품 중 ‘악마적 암시’ (제니퍼 크레이머), 라흐마니노프의 에튀드 타블로 3번(제럴드 아이바), 브람스의 인터메조 1번과 2번(알란 슈몬),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6번(김형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 중 ‘행진곡’과 ‘안단테 마에스토소’ (야나 레즈닉),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루퍼스 최와야나 레즈닉).
루퍼스 최는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줄리어드 음악학교에서 학부와 석사과정, 독일 하노버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2007년 제1회 호세 이투르비 국제콩쿠르에서 1등상과 인기상을 한꺼번에 수상해 세계 음악계의 총아가 된 피아니스트다. 미국과 유럽, 러시아, 한국의 유수 공연장과 페스티벌 무대에서 늘 매진공연을 갖고 있는 그는 자선공연에도 앞장 서는 ‘사랑을 실천하는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트 오브 피아노’ 콘서트의 티켓은 80달러. 작은 음악회인데 티켓이 좀 비싸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많은 사람이 오기보다는 적은 숫자라도 정말 그 가치를 인조이할 사람들이 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문의 (917)863-5567, www.momentsofmusic.org
Thayer Hall 200 S. Grand Ave. LA, CA 90012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