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가 사탕을 달라고 때를 쓰면 아무리 울고 보채도 끝까지 주지 않는 아버지와 어르고 달래다 결국은 사탕을 물려주는 아버지 중 어떤 아버지가 더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일까?
전자의 아버지는 아이의 먼 장래를 생각해 기꺼이 울고 보채는 불편함을 감수하지만 후자는 지금 사탕 한 개가 당장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지도 않는데 집안을 시끄럽게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미국 대기업의 오너 경영자가 인터뷰에서 비유로 답변한 내용이다. 2005년 포천 500대 기업 중 오너경영 비율은 15% 정도에 불과했지만 금융위기라는 험난한 바다를 지나온 현재 그 비중이 19%로 늘었음은 오너경영 기업이 전문경영 기업보다 위기에 잘 준비돼 있음을 말해 준다.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가 설립한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은 개인에 의해 설립됐을 것이다. 오너경영으로 출발한 기업이 시간이 흐르면서 설립자가 은퇴하거나 사망하면 경영권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상속 자녀가 없거나 있어도 경영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고 때론 가족 간 분쟁이나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케이스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역사는 미국보다 길지만 경영권 이전 환경이 더 열악한 유럽의 상장 대기업 중 40% 가 아직도 창업주 가문에 의해서 경영되고 있음은 전문 경영인 영입을 차선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 경영의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미국식 판단으로 본다면 오너에 의해 임명된 사장이 아니라 주주들에 의해 선출된 이사회의 지명으로 경영 전반에 책임을 지는 마지막 결정권자를 전문 경영인으로 분류한다.
예를 든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 출신으로 한국의 대표적 1세대 전문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현대그룹은 정주영 회장의 오너경영 회사였으며 중요한 사안은 그룹회장의 제가를 받았던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은 전문 경영인 범주에 들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들의 그룹 내 많은 전문 경영인들이 사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경영 기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가족경영 기업의 장점으로 경영능력을 갖춘 창업자나 후손이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 가치를 두고 흔들림 없이 기업을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적 자금운영으로 부채비율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위기 때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창업자나 후손들이 회사를 자신의 분신이나 가족의 일원으로 느끼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걱정하며 운영하고 있음을 뜻한다.
홍보 대행사 에델만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가족경영 기업 신뢰도가 73%를 기록하여 전문경영 기업 신뢰도 6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음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오너 경영자나 전문경영인 모두 회사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 차이는 없지만 임기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때로는 진리도 시대의 논리와 상식을 이길 수 없듯이 전문 경영인에겐 아이의 먼 미래보다는 당면한 상황 논리를 외면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은행장이 인터뷰에서, 실적대비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은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은행의 경쟁력 제고에 주안점을 두고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며, 이사회와도 충분한 교감을 나눴기 때문에 단기 주가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진 중인 사업들이 은행의 펀더멘털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바람직한 전략이라 생각된다.
기업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인사회에서 최소한의 전문경영인 형식을 갖춘 기업은 은행들이 유일하다. 따라서 은행의 성공적인 전문경영인 정착은 향후 있을 다른 업종의 기업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것으로 믿는다.
요즘 5년 이상 장기계약하는 행장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전문성과 장기 비전의 중요함에 비중을 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인사회는 두 개의 한인 은행이 문을 닫는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이사들과 단기 실적에 쫒기는 전문 경영인이 만났을 때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결코 잊어선 안 되는 교훈이다.
<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