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도를 보면, 육지가 바다 쪽으로 크게 돌출해 있는 곳이 있는데 황해도 서쪽 끝 장산곶 일대와 또 하나는 전라남도 남서쪽 진도 부근이다. 인근 바다에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물살이 빠르고 험한 곳이 있다고 한다. 장산곶과 백령도 사이에는 심청전의 배경이라 하는 인당수가 있고, 진도 앞바다에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맹골수도가 있다.
심청전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효녀 심청이다. 그 다음으로 공양미 300석이 따른다. 몰락 양반신세에 몸이 불편하여 경제력이 없던 심봉사에게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숫자다.
‘세월호’ 하면 희생자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원고 학생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대략 심청과 비슷한 또래의 나이에 미래가 창창한 순진무구한 청소년들이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300여명의 생명을 희생시킨 사고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다. 더구나 가족과 온 국민이 TV 화면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제물로 바쳐지듯 세월호와 함께 수장되어 버렸다.
심청전에는 심봉사를 배반하고 도망친 뺑덕어멈이 있고 세월호 사건에서는 유병언과 측근들이 도망자로 등장한다. 몽운사, 화주승, 공양미 300석, 연꽃 등은 심청전의 불교적 시대 배경을 보여준다. 세월호 사건에는 구원파가 등장하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심청전의 이야기는 효도가 최고의 덕목인 유교사상이 지배하였던 조선시대에 크게 공감을 받았고, 세월호 사건은 현 시대 우리가 잉태해 낸 결과물이자 성적표이고 또한 미래에 대한 무서운 경고이기도 하다.
그간 논란이 되어 왔던 세월호 관련법들이 통과되고, 실종자 수색도 종료되어 사고 수습의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또한 조사가 완료되면 모든 것이 재조명되겠지만, 징벌적 처벌과 금전적인 배상으로 사고를 마무리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감이 든다.
심청이 공양미 300석에 팔려 인당수에 뛰어들게 만든 원인 제공자는 사유야 어떻든 간에 시냇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심봉사였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일까? 공식적인 조사결과는 추후에 알 수 있겠지만, 아마 부정부패하고 물욕에 눈이 먼 우리 사회일 수도 있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의 국가부패지수는 세계46위(55점)로 낙제점을 받았다. 건국 이후 들어서는 정권마다 부패척결을 약속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적이 아닌 것 같다. 다른 통계적인 방법으로 말하면 길거리를 지나가는 10명중 7명이 부정직할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건강한 시력을 잃어가는 한국 사회가 세월호 사건의 심봉사가 아닌가 한다.
한국은 이제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아직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 1단 로켓의 추진력이 거의 소진되고 2단 로켓을 점화해서 선진국으로 진입해야하는 시점에 근접해가고 있다. 2단 로켓이 불량부품으로 채워져 있다면 제때에 점화될지도 의문이다. 이미 남미와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선진국의 문턱에서 추락하는 장면들을 보았지 않은가.
심청이 자기를 희생하고 바란 대가는 아버지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이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 살아있는 자들이 할 일이라 본다. 그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구조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신뢰하고 믿었으나 우리 사회가 그들의 바람을 저버린 결과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직분에 충실하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심봉사의 눈이 번쩍 뜨이는 기적 같은 대반전이 후반에 이루어진 것처럼, 한국사회가 개과천선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건강하고 깨끗해졌을 때, 맹골수도 위에 300여 송이 연꽃에 실려 세월호 희생자들이 환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수습의 마지막 단계로 세월호 인양에 대한 논의가 종료된 후, 사고지점에 희생자 수 만큼 연꽃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어떨까? 인양을 포기할 경우, 수중의 세월호에 줄로 매달아 파도 위에, 물살 위에 춤추듯 살아서 험한 수로를 밝히고, 심청이 연꽃을 타고 환생한 것같이 희생자들의 못 다한 꿈과 염원이 연꽃을 타고 환생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를 희생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약속의 징표로 하고 그곳을 맹골수도가 아닌 연꽃수도라 부른다면 세월호 사고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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