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하워에서 부시에 이르기까지지난 60년간 미 역대 대통령들이 이민관련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39차례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두 명의 공화당 대통령,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의 행정명령은 요즘 공화당 강경파들에겐 ‘탄핵’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었다.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은 300만 명 ‘불법체류자 사면’을 골자로 한 이민개혁 통제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곧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면대상에 해당자의 자녀와 배우자를 포함하지 않은 새 이민법이 가족의 생이별이라는 ‘비미국적이며 비인도적인’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의회가 대책마련에 실패하자 레이건은 1987년 행정명령을 발동, 자녀들을 사면대상에 포함시켰고 1991년 아버지 부시는 이를 확대, 배우자까지 포함시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면’이 지금처럼 금기어(dirty word)가 아닌 시절이긴 했지만 당시 서류미비자의 40%가 혜택을 받은 획기적 조치였다. 일부의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고 묵인했다.
오늘 저녁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할 이민행정명령도 레이건이나 부시의 것과 상당히 유사한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의회의 반응은 아주 다를 것이다. 행정명령 임박 보도가 나온 지난주부터 이미 워싱턴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소란스럽다. 극에 달한 공화당의 분노와 반발은 요 며칠 동부에 몰아친 한파 못지않게 혹한의 연말정국을 위협하고 있다.
오바마와 민주당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이민표밭 확보라는 보상은 확실하겠지만 역풍도 감수해야하는 위험한 승부수다. 공화당 의회와의 극한대립은 각오했다 해도 여론의 지지가 뒤바뀐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서류미비자의 신분합법화라는 목적엔 57% 대 39%로 지지가 높지만 행정명령이라는 수단에는 46% 대 42%로 반대가 많다.
공화당에겐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현재의 공화당에게 ‘이민’은 영원히 잿더미 속에 묻어둔 채 꺼내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이며 적절한 답안 찾기가너무도 어려운 ‘퍼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젠 더 이상 무조건 ‘오바마 반대’를 외치며 대안 제시도 없이 방해만 하는 억지 야당에 머물 수가 없는 입장이다.
대통령과 함께 현안 해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연방의회 다수당다운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민개혁에 대한 공화당의 속사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들끓는 보수표밭과 함께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당내 분열을 막고 단합하여 오바마의 ‘권한 남용’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한편 차기대선 주자들에게까지 영향 미칠 당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도록 치밀한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응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 위헌소송과 탄핵, 그리고 입법에 의한 집행 무산.
극우강경파들은 탄핵을 위협하고 나섰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은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도 인정한다. 상원의 3분의 2가 탄핵에 찬성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두 가지 옵션 중 장외논쟁이 뜨거운 것은 소송이다. 논쟁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 대통령은 수백만 불법이민들의 추방을 유예시키고 노동을 허가할 법적 권한을 가졌는가?
이견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법학자들은 이민관련 대통령 행정명령은 이미 전례가 충분한 사안으로 헌법이 인정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해석한다. 시카고법대 에릭 포즈너교수는 “이민법의 주요역할은 외국인 범죄자 추방인데 1,100만명 전원을 추방할 충분한 자원이 없는 현 상황에서 추방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대통령 재량권의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면서 오바마의 행정명령이 현명한 정책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위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불과 2년 전 연방대법원도 “추방제도의 원칙은 이민담당관의 포괄적 재량권에 속한다”고 판결, 행정부의 권한을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집행을 무산시키려는 입법 대응은 12월11일까지 통과시켜야 하는 임시예산안을 볼모로 잡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통과시키지 않으면 지난해 공화당에 치명적 손상을 입혔던 정부 폐쇄사태를 다시 초래하게 된다.
어느 대응도 ‘생산적인’ 의회를 약속하며 통치정당으로 새출발하려는 공화당에겐 바람직한 옵션이 아니다.
오바마의 이번 행정명령은 시민권 취득으로 향하는 신분합법화 정책이 아니다. 차기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한 순간에 번복될 수 있고, 의회가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통과시킨다면 오바마의 표현대로 당장이라도 휴지통에 던져질 잠정조치일 뿐이다. 최선의 정책은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포괄적 이민개혁안이라고 양당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공화당은 효과적 대응전략도 마땅치않은 명분 약한 전쟁에 뛰어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 “공화당은 새 의회에서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아니, 통과시킬 의사가 있기는 한가?”
이민단체가 지적하는 공화당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도 이젠 공개적으로 답변해야 할 때다 - 상원에서 통과된 이민개혁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민정책 논쟁 자체를 원치 않는정당, ‘사면 반대’를 외치지 않으면 당 경선에선 승리할 수 없을 만큼 ‘반 이민’성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공화당이 과연 ‘이민의 나라’ 미국의 수권 정당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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