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비‘독불장군’44득점… 레이커스는 참패
▶ 1승9패 출발 66년 구단 역사상 최악 기록
코비 브라이언트의 원맨 플레이는 레이커스의 나머지 선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3쿼터까지 무려 44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4쿼터엔 벤치에서 쉬면서 후보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봤다.”경기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LA 레이커스가 엄청난 대승을 거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정반대였다. 지난 16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레이커스(1승9패)는 골드스테이트 워리어스(8승2패)에 115-136으로 참패했다.
코비가 44점을 뽑아낸 3쿼터까지 스코어는 워리어스 115, 레이커스 79였다. 3쿼터까지 코비는 팀의 79득점의 절반이 넘는 44점을 혼자 책임졌으나 그때 팀은 이미 무려 36점차로 뒤져있어 최악의 망신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레이커스는 4쿼터 코비를 벤치에 앉혀둔 채 백업들이 나서 워리어스 백업들을 15점차(36-21)로 압도한 덕에 그나마 격차를 21점차로 줄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시즌 1승9패를 기록한 레이커스는 구단 66년 역사상 최악의 시즌 스타트(1승9패) 신기록을 세웠다. 그나마 지난 주 샬롯 호네츠를 꺾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며 전패의 ‘망신행진’이 끝도 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했다. 물론 현 시점에도 시즌 2승을 언제나 따낼지 막막한 상황이다.
이날 레이커스는 한마디로 코비 ‘원맨팀’이었다. 워리어스는 초반부터 레이커스의 허술한 디펜스를 마음껏 농락하며 맹렬하게 치고 나갔고 코비는 마치 혼자서 상대하겠다는 듯 볼을 잡기만 하면 슛을 난사하는 독불장군식 플레이로 응수해 나갔다.
코비는 이날 3쿼터 동안 34개의 슛을 쏴 15개를 성공시키고 19개를 미스했는데 특히 12개의 3점슛 시도에선 단 3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그가 첫 3쿼터동안 시도한 슈팅수 34개는 다른 4명의 스타팅멤버가 경기내내 시도한 슈팅수(35)와 거의 같았다.
문제는 다른 4명의 합작 야투성공률이 28.6%(10/35)가 코비의 야투성공률(15/34, 44.1%)보다도 낮았다는 사실이다. 코비를 제외한 나머지 스타팅 멤버들은 다 합쳐 27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고 결국 코비 원맨게임을 한 레이커스는 다시 한 번 참혹한 참패를 감내해야 했다.
경기 후 이날 무득점에 그친 포인트가드 제레미 린은 팀의 문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코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코비의 샷 선택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농구란 우리가 함께 해야하는 것이다, 자기 생각만 하면서 경기에 나간나면 팀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 팀은 문제가 너무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과 신뢰, 그리고 노력과 투지에 있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동료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코비의 원맨게임 폐해를 지적했다.
또 베테랑 포워드 카를로스 부저 역시 코비의 솔로 플레이가 팀 공격의 흐름을 깨고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가 세트플레이를 실행할 때 코비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다”라면서 “우리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일방적인 플레이는 안된다”고 말했다.
레이커스의 TV 해설자인 제임스 워디와 로버트 오리 역시 혼자서 모든 짐을 다 짊어지겠다는 코비의 경기방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오리는 “레이커스 경기에 리듬이나 흐름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것이 ‘코비에 의한’, ‘코비를 위한’ 플레이다”면서 “다른 선수들이 신경질을 내며 답답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비는 팀의 플레이가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문제 지적에 이의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나 역시 (원맨 플레이를) 하고 싶지 않다.
내가 36세의 나이에 지금처럼 많은 슛을 쏘면서 기를 쓰고 경기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면 말도 안된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팀이 엉망으로 유린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원맨쇼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레이커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가 워낙 형편없었기에 코비의 말에 즉각적인 반박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레이커스의 바이런 스캇 감독은 이날 팀의 투지없는 디펜스 플레이에 대해 진노했으나 코비의 샷 난사에 대해선 특별한 비판이 없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스캇 감독이 팀을 휘어잡지 못하고 코비에 휘둘리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올 시즌 코비는 득점왕에 오를 수 있겠지만 레이커스는 시즌 10승도 올리기 힘들어 보인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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