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가 백낙금씨에 위촉
▶ 한인 1, 2세대간 계승 그려...국악기 대북으로 극적 효과
LA 체임버콰이어의 지휘자이며 LA 매스터코랄의 단원인 이정욱 감독(왼쪽)과 작곡가 백낙금씨(가운데), 케이 송 박사가 신곡 ‘계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A 매스터코랄·LA 체임버콰이어 합동 신곡 ‘계승’ 내년 디즈니홀 공연]
미주한인 이민자들의 한과 극복, 소망과 번영의 의지를 담은 최초의 합창음악이 내년 3월8일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울려 퍼진다.
미주한인 작곡가 백낙금씨가 작곡하고 LA 매스터코랄(음악감독 그랜트 거숀·이하 LAMC)과 LA 체임버콰이어(음악감독 이정욱·이하 LACC)가 더블 콰이어로 노래하는‘계승’(Succession)이 그것으로, 한국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기법이 현대적인 조화를 이루어 한민족 불굴의 혼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이 합창곡은 LAMC의 ‘LA는 세계다’(LA is the World) 프로그램의 하나로 위촉됐으며 이날 또 다른 위촉신작인 션 커슈너(Shawn Kirchner·LAMC 상임작곡가)의 ‘승천의 노래’(Songs of Ascent)와 함께 세계 초연된다. ‘LA는 세계다’는 다민족 다문화를 반영하는 매스터코랄의 연례 프로젝트로 2011년 바이얼리니스트 제니퍼 고가 협연했던 ‘무궁화: 샤론의 장미’(마크 그레이 작곡)도 이 프로그램의 위촉작이었다.
특이한 형식과 화성, 반주가 사용되는 백낙금의 ‘계승’은 구약성서 열왕기 하에 나오는 엘리야 선지자의 들림과 엘리사에게로의 지도력 계승을 그린 15분짜리 작품이다.
“엘리야와 엘리사의 관계를 한국인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관계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그 갈등과 회복, 계승과 번창, 미래를 향한 소망과 번영의 노래를 2개 합창단을 통해 담았어요. 한국어와 영어가 다 사용되고, 반주는 국악의 대북과 피아노를 넣었습니다. 타악기인 대북을 사용하여 극적인 요소를 더했고, 피아노도 반주 역할보다는 타악기처럼 사용하여 조화를 이루게 되지요”
백낙금 작곡가는 ‘계승’이 4개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첫 부분에서는 1세대의 어려움과 애환, 낙심과 좌절, 이민생활에서 쌓인 한을 표현했다. 두 번째 부분은 후계자 계승과정에서 나타나는 엘리야와 엘리사의 갈등을 이민 1세대와 2세대 간의 갈등으로 묘사했다. 세 번째는 엘리야의 승천이고, 마지막 부분은 엘리사 즉 2세대가 갑절의 영감을 받아 새로운 소망과 번영의 시대를 여는 도약으로 표현하게 된다.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승천과 계승을 표현한 음악이라는 설명이다.
“엘리야와 엘리사의 이름에 공통적으로 많이 들어간 E와 A에서 영감을 얻어 처음에는 이 음계를 중심으로 하여 국악 5음계를 도입한 단순한 화성을 사용하지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갑절의 영감을 받는 느낌으로 10음계로 확대됩니다. 멜로디와 리듬에서 때때로 사물놀이 같은 느낌을 합창으로 표현했고, 아리랑의 리듬이 살짝 씩 끼어들기도 하는 등 군데군데 한국적 냄새가 나는 작품이에요”
백낙금씨는 연세대 음대와 대학원을 거쳐 벨기에 브뤼셀 왕립음악원을 졸업했으며, 창악회 콩쿠르 1위, 서울음악제 3년 연속 입상, 올림픽 기념공모 당선, 뉴욕 국제작곡 콩쿠르 1위, 벨기에 ARS MUSICA 현대음악제 입상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남편 목회를 내조하느라 한동안 활동을 쉬었으나 최근 주류 음악계에서 잇달아 작품 위촉을 받으며 작곡활동을 재개했다.
LAMC와 함께 ‘계승’을 노래하는 LACC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의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과 말러의 8번 ‘천인교향곡’ 연주에 참가하는 등 한인 커뮤니티 안팎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여러 커뮤니티에서 선정된 수백명의 합창단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것과 미서부 지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LAMC와 한 무대에서 더블 콰이어의 대등한 관계로 출연하는 것은 완전히 격이 다른 얘기다.
“작년 가을 그랜트 거숀 감독이 이 프로젝트의 구상을 설명하면서 함께 하자고 했을 때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사실 LACC는 한인 커뮤니티에서나 유명하고 인정받는 합창단이지, LAMC처럼 대단한 프로페셔널 무대에 초청받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죠. 단원들도 다들 너무나 기뻐합니다. 기대가 큰 만큼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LACC를 이끄는 이정욱 음악감독이 LAMC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양 합창단의 소리와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지휘자이면서 노래를 너무 잘해 매스터코랄에서 2년째 세컨 베이스 정규 멤버로 노래하고 있는 이 감독은 16일 있을 LAMC의 르네상스 합창 공연에서도 곡 중 솔로를 맡았고, 12월17일과 21일 있을 헨델의 메시야 공연에서는 솔로이스트로 무대에 선다. 연세대 작곡과를 나와 USC에서 합창지휘로 석사학위를 받았을 뿐 성악은 전공한 적이 없다니 놀라울 뿐이다.
현재 LAMC에는 한인 단원으로 여선주(소프라노), 박신실(앨토), 김경태(바리톤)가 활약하고 있으며 이번에 새롭게 2명 더 영입됐는데 김동근(바리톤)과 찰스 김(테너)씨가 그들이다.
한편 LAMC의 한인 커뮤니티 자문인 케이 송 박사는 “작곡가, 지휘자, 합창단에 모두 한인들이 함께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지난번 ‘무궁화: 샤론의 장미’ 공연 때는 제니퍼 고라는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한인들이 참여하고 무대에 서게 되므로 한인들의 진정한 저력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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