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는 예상된 일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승리의 크기다. 공화당은 연방 상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을 뿐 아니라 연방 하원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의석을 얻었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주지사 수를 3명 더 늘렸다.
민주당에서는 중간 선거는 원래 늙고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가 많이 참가하고 이번에는 공화당이 우세한 곳에서 선거가 많이 치러졌기 때문에 민주당이 진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선거 결과는 이런 해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중간 선거가 공화당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2006년 선거에서는 아들 부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들고 일어나 의회를 민주당에 넘겨줬다.
4일 공화당은 연방 상원 선거에서 몬태나, 사우스다코타 등 전통적 강세 지역뿐 아니라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콜로라도 등 스윙 스테이트에서 승리했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60년 만에 처음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이자 첫 여성의원을 탄생시켰고 조지아에서는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까지 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공화당 상원의원이 당선됐다.
공화당은 공화당 강세지역과 스윙 스테이트에서 뿐 아니라 푸르디 푸른 민주당의 아성 매사추세츠와 메릴랜드, 그리고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 주에서마저 주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남북 전쟁 후 첫 흑인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이, 네바다에서는 첫 흑인 여성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값진 것은 스캇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샘 브라운백 캔자스 주지사 등 개혁 성향 공화당 주지사의 승리다. 워커 주지사는 공무원 노조의 단체 교섭권을 제한하고 노조 회비를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는 것을 금지했다는 이유로 전국 공무원 노조의 원수로 떠올랐다.
워커는 이 때문에 주민 소환 투표에 부쳐져 쫓겨날 뻔 했으나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소환에 실패한 공무원 노조는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워커가 아니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메리 버크를 경쟁자로 내세워 그의 낙선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또 다시 실패했다.
워커가 재선에 승리한 이유는 간단하다. 위스콘신 주민 대다수가 그의 개혁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커는 세제 개혁과 친 비즈니스 정책으로 실업률을 2008년 이후 최저로 낮추고 공무원 노조에 대한 혜택 삭감을 통해 재산세를 낮추면서도 교사들의 감원을 막았다. 이번 선거에서 이런 워커의 정책은 시비 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그 성과가 너무나 뚜렷했기 때문이다.
캔자스의 샘 브라운백 주지사도 비슷하다. 그는 나날이 쇠락해 가는 캔자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감세를 중심으로 한 개혁 정책을 폈다. ‘캔자스의 레이거노믹스’라 불린 그의 정책은 민주당은 물론 기존 체제에 안주하고 있던 일부 공화당원들의 반발을 샀고 그의 낙선은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선거 날 캔자스 주민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기대보다는 느리지만 꾸준한 일자리 창출 등 그의 정책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은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오바마의 무능과 무기력함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그 원인이다. 접전 지역 민주당 후보들은 오바마가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했지만 공화당은 이들 의원들이 오바마 안에 98%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 알림으로써 이들의 도망가기 작전을 무력화시켰다.
오바마의 앞으로 남은 2년에 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클린턴처럼 공화당과 대 타협을 이뤄 ‘웰페어 개혁’과 같은 업적을 남길 것이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와 같이 좌파 성향 정책을 고집하다 허송세월을 하고 말 것이란 것이다.
오바마는 선거에서 참패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이 좋은 밤을 가졌다”는 말 외에는 어째서 자신이 대다수 미국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반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공화당이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가져 오지 않으면 일방적인 행정 명령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선거에서 압승한 공화당이 고분고분 그의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 앞으로 남은 2년은 지난 6년처럼 흐지부지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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