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잉글우드 묘지에서 LA 총영사관 이혜경 영사(왼쪽부터)가 고 핸더슨 매닝 병장의 여동생 캐리 매닝과 헬레나 매닝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국전 전사 미군 60년만의 귀향 - 950년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후 수용소에서 사망했던 미군 병사의 유해가 무려 6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고향에 안장됐다. 미군 당국은 고 핸더슨 매닝 병장의 유해를 7일 유가족과 한인 추모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잉글우드 묘지에 공식 안장했다. 이날 안장식에서 육군 장병들이 성조기에 덮인 매닝 병장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그는 영원히 마음속에 기억될 우리의 영웅입니다”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LA에 살던 19세의 흑인 청년 핸더슨 매닝은 육군 입대를 결심한다. 당시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투표권조차 거부되는 현실에 좌절하던 그는 국가에 충성을 다하고 헌신하면 언젠가는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꽃다운 나이에 전쟁터에 나갈 결심을 한 것이다.

청년 매닝의 가족들은 이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당시 이름도 생소한 머나먼 땅 한국으로 떠난 그는 무려 64년이 지난 뒤에야 유해로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 옆에 묻혔다.

7일 LA 인근 잉글우드 묘지(720 E. Florence Ave. Inglewood)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핸더슨 매닝 미군 병장의 유해가 반환돼 그의 어머니 옆에 안장됐다.

이날 공식 안장식에는 매닝 병장의 유가족들과 한인 등 100여명이 참석해 64년 만에 조국의 품에 안긴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렸다. 또 LA 총영사관은 한국 국가 보훈처를 대신해 매닝 병장의 유가족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하기도 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매닝 병장은 9남매 중 장남으로 지난 1950년 한국전에 위생병으로 파병돼 활동했고 제9 보병연대에서 군인들의 치료와 간호를 도왔다. 하지만 12월1일 활동 중인 그가 북한군에 포로로 잡혔고 6개월 뒤 1951년 5월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영양실조와 추위, 부상 악화 등을 원인으로 20세의 나이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생사도 모른 채 잊히는 듯 했던 매닝 병장은 지난 여름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합동조사본부’가 2006년 북한으로부터 이양 받은 유해의 DNA 감식 결과가 그로 밝혀지면서 유가족에게 통보돼 마침내 64년 만에 조국과 가족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7일 여동생 캐리 매닝은 “오늘과 같은 날이 우리 가족에게 올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이 자리에 있지만 믿어지지 않는다”며 “오랜 시간이 흘러 오빠가 조국으로 돌아와 모든 가족이 함께 있다는 느낌에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오빠는 9남매 중 맏이로 우리 남매들이 본받을 수 있게 희생과 용감함 등 모범을 보여 왔고 모든 이들의 영웅이자 우리 가족의 영웅”이라고 감격해 했다.

이날 유가족에게 국가 보훈처의 메달을 전달한 LA 총영사관의 이혜경 영사는 “20세의 어린나이에 전사한 뒤 6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매닝 병장과 그 가족들의 오랜 기다림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영원히 그의 희생과 용맹함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