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겨울문턱에 이르면 눈보다 추위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 저 옛날… 경적 울리며, 석탄가루 날리면서 달리는 완행열차를 타고 가다 저 멀리 초가지붕 굴뚝으로 아련히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 따뜻한 아랫목이 먼저 생각난다. 때론 부채질 하며 구들장 속으로 열심히 군불 떼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글썽거리기도 한다.
홑겹 문풍지사이로 들어오는 예리한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 구들장 위에 덮인 아랫목 이불속에서 겨울나기를 했던 우리 조상들은 추운겨울을 숯화로에 구운 군구고마와 시원한 동치미를 벗 삼아 봄이 어서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살았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는 속담이 있다. 좁은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틈새바람’ 이라고 하는데 틈새바람 중에서도 겨울철에 아주 작은‘구멍으로 피부가 따끔할 정도로 매섭게 뚫고 들어오는 바람을 ‘황소바람‘이라고 한다. 황소바람은 문틈으로 부는 바람의 힘에는 황소도 당할 수 없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그리고 황소바람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황소바람은 그저 속담만은 아니다. 실제로 바늘구멍만한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보다 빠르고 훨씬 강하다.
프랑스의 과학자 베르누이는 ‘베르누이 원리’를 통해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공기는 통로가 넓은 곳을 지나는 공기보다 속도가 빨라진다는 원리를 증명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바늘구멍 만한 좁은 틈새일수록 침입하는 찬바람(냉기)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세고 매서운 칼바람으로 변하게 된다. 보통 틈새바람은 기온차가 클수록 강해진다. 따라서 실내온도가 높을수록 외부와의 기온차가 커지기 때문에 틈새바람은 이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서 센 칼바람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문틈이나 창문틈새를 뚫고 침입한 칼바람으로 쌀쌀해진 실내온도를 높이기 위해 보일러나 히터온도를 더 올리게 되고 높아진 실내온도는 틈새바람을 더 세게 그리고 차갑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에너지 비용만 더 축나게 만든다. 실내온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인 칼바람을 막고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칼바람의 통로가 되는 틈새를 철저히 메우거나 막아 버리는 것이다.
일반주택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틈새는 어딘가. 가장 대표적인 2곳은 바로 창문과 문이다. 창문의 경우 안쪽의 창문 틈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실상 틈새의 시작은 바로 바깥쪽에 있다. 오늘날 창문들은 홑겹 유리가 아닌 이중 유리창으로 생산되고 있다. 단열의 효과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이중창의 단열효과는 창문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창문자체보다 창문을 설치할 때 부주의로 생길 수 있는 틈새가 더 문제다. 일반적으로 창문설치 후 바깥쪽에 빗물막이 플래싱(Flashing)을 창문 둘레에 설치하는데 플래싱을 설치하기 전 창문과 창문틀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내부 틈새에 단열재나 분사 식포임(Spray Foam Insulation)봉인을 먼저하고 플래싱 설치 후 플래싱 둘레를 꼼꼼히 봉인하지 않는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일 철저한 봉인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당연히 홈 인스펙션시 지적사항으로 보고서에 나열되게 된다.
실상 문틈의 찬 공기 침입방지는 쉽지 않다. 출입을 위해 계속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하튼 황소바람을 막아야 한다. 건축상에 가면 문틈막이 제품이 많이 있다. 각자의 문 스타일에 적합한 제품을 잘 선정하여 설치함으로서 황소바람의 침입을 저지해야 한다.
이외에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곳에 많은 틈새가 도사리고 있다. 전기나 TV, 인터넷케이블이 뚫고 들어오는 곳, 보일러나 온수기 연관이 외부로 나가는 곳, 수도관이 통과하는 곳, 전등 설치 시 뚫린 천정, 창문이나 벽에 설치한 에어컨디션, 세탁건조기나 화장실 그리고 부엌의 통풍관이 빠져나가는 곳, 다락방 구멍문(Hatch), 심지어는 전기소켓틈새도 찬 공기 침입의 원인 제공원이 되고 있다.
벽난로(Fireplace)를 가진 집은 벽난로와 굴뚝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개폐조절판(Damper)의 작동여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홈 인스펙션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이 조절판은 벽난로 연소시 발생하는 검냉(Soot)이나 연소시 발생하는 먼지가 잔뜩 끼어 개폐작동이 제대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기가 새는 곳을 찾아내는 전문 업체를 고용하는 방법 외에 일반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든 창문과 문 그리고 벽난로를 꼭꼭 닫은 후에 화장실, 부엌 등에 있는 환풍기(Vent Fan)를 몽땅 틀어 놓고 막대기 향(Incense Stick: 집안에 향을 피울 때 사용하는 것)을 이용, 피어오르는 향연기의 방향이나 움직임을 통해 새는 곳을 찾아내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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