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를 자칭한 뉴욕 독자 최모씨(65)의 전화를 받았다. 기자가 쓴 “미국인들의 자선기부 비율이 부자는 줄고 가난한 사람들은 늘었다”는 기사를 요즘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다.
불황을 거치면서 부자들의 수입은 더 늘어났지만 수입 대비 기부 비율은 4.6% 줄어든 반면 수입이 줄어든 가난한 사람들의 기부비율은 4.5%나 늘었다는 비영리 단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드로피’의 분석 기사다. 2012년과 2006년 세금 보고를 토대로 한 이 분석에 따르면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수입 대비 기부 비율은 2.6%인데 비해 2만5,000달러 이하 극빈층은 7.7%나 됐고 금액도 2006년보다도 16.5%나 늘었다. 물론 기부금 총액으로 본다면 부자들이 훨씬 더 많아 부자들을 손가락질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UC 버클리·토론토 대학의 심리학 교수들은 지난 2010년 “적게 벌수록 더 많이 기부한다”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나도 홈리스 될 수 있다”는 사회 경제적 하층의 동지의식에서 온 소시민적 ‘의리’라고 분석했다.
이민 37년차인 최씨는 늦둥이 중학생 아들의 그릇된 행동에 매를 들었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져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직장에서 목을 다쳐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데 간병인으로 일하는 부인의 수입으로는 먹고 살기도 힘들어 최씨는 자동차에서 혼자 홈리스 생활을 한다고 한다.
홧김에 경찰서를 찾아가 배고프다고 떼를 썼더니 백인 경관들은 외면하는데 흑인 경찰관이 베이글 2개를 내밀며 위로했다고도 했다. 흑인 경찰의 호의가 소외 계층이 느끼는 “동병상련”의 마음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씨는 그동안 한인 봉사단체, 교회들에 도움도 청해봤지만 다른 곳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며 힘들고 고달픈 자들을 외면하는 이들을 성토했다.
2012년 기준으로 중간수입 8만2,823달러의 미국인들은 수입의 3.8%에 해당하는 평균 3,176달러를 기부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의 기부금중 3분의2 이상은 교회나 이슬람 모스크등 종교 기구로 전달됐다. 기독교 보수세가 강한 유타, 미시시피, 앨라배마, 테네시등 일명 ‘레드 스테이트’는 가장 많은 기부를 하지만 이들 기부금중 상당액이 역시 교회의 몫이었다.
하지만 교회로 들어간 기부금의 대부분은 교회 인건비, 운영비로 사용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왜 사람들은 교회에 더 이상 가려 하지 않는가”의 저자인 톰 슐츠는 ‘이벤젤리칼 크리스천 크레딧 유니언’(ECCU)의 2013년 교회 예산 분석 자료를 토대로 교회 예산 중 82%가 인건비와 건물비, 행정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ECCU의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교회들은 예산의 3%를 어린이와 청소년 프로그램에, 2%는 성인 프로그램에 배당했고 단 1%만이 교회 주변 지역이나 전국 단위의 자선사업에 배정했다. 선교나 신앙생활 증진, 구제에 소요되는 예산은 불과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슐츠는 최근 교인들이 줄어드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으려 했다.
뉴스위크지도 지난해 10월 “교회가 미국인들을 가난하게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 교회들이 자선을 목적으로 기금을 써야 한다는 비영리 면세 혜택 501(c)(3)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위반 실태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종교나 봉사는 비영리단체들에게 주는 면세 혜택의 목적은 가난하고 어두운 곳을 비쳐달라는 것이지만 미국 교회들은 기부금의 71%를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목회자 봉급이라는 것이다. 종교 면세 규정의 이행 여부를 IRS가 철저히 단속하면 NASA의 1년 예산보다도 많은 연간 167억5,000만달러의 세수익을 올릴 수 있고 모든 교회가 세금을 낸다면 2주에 한번씩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릴 수 있는 710억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말이면 언론에서 기부와 관련된 각종 기사를 쏟아 낸다.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따듯한 온정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다. 기부금은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교회나 단체들에 내는 기부금이 인건비나 운영비로 대부분 사용 된다면 정부가 제공하는 면세 혜택의 취지와 목적을 위반한 것이나 같다. 자신의 기부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감독하는 것도 기부자들의 책임이다. 기부금이 구제와 봉사를 위해 쓰여지지 않는다면 기부자들은 떠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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