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드디어 상원 탈환에 성공했다. 미 전국을 휩쓴 반오바마 물결에 하룻밤 사이 세상이 바뀌면서 8년 만에 연방의회 다수당으로 복귀한 것이다. 4일 중간선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대승을 거두며 막강해 진 것은 권력만이 아니다. 책임도 막중해졌다. 사상최악의 비생산적 의회를 충실한 입법기관으로 빠르게 회복시켜야 할 책임이다. 지난 6년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아온 ‘아니요 당’과는 이제 확실하게 작별을 고하고 합리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축제에 들떠있기엔 갈 길이 급하다. 다음 선거까지의 2년은 진정한 변화를 실현시키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2016년엔 선거환경도 금년처럼 공화당에게 친화적이 못된다.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대선만이 아니다. 의회 주도권도 하원은 안정적이지만 상원은 불안하다. 다음선거에 회부되는 34개 상원의석 중 24개가 공화당 의석인데 상당수가 민주성향 중도 지역에 속해있다. 극단적인 억지 야당의 이미지를 바꾸지 않으면 다수당 수성이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금년 상원승리를 안겨준 표밭의 메시지부터 정확히 읽어야 한다. 공화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바마와 민주당이 싫어서다. 한 출구조사에 의하면 오바마에 대한 긍정시각은 부정시각보다 낮은 41%였지만 공화당에 대한 긍정시각은 더 낮은 38%였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이 공화당에게 준 것은 ‘위임’이 아니라 ‘기회’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한다. 공화당이 국가의 비전과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통치능력 갖춘 정당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 무책임한 정부폐쇄나 국가부도 위기를 초래하는 극단주의로 굳어진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이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입법 성사로 생산적 의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내년부터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될 미치 맥코넬 현 공화당 원내대표도 당선 이후 타협과 입법성사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제 국정의 방향을 바꿀 때”라며 대결 불사의 의지도 못 박았지만 “양당 체제가 끊임없는 갈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타협의 여지도 확실하게 남기고 있다.
문제는 맥코넬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오바마 백악관과 타협하기 전에 강경파의 반발을 다스려 공화당 내분부터 봉합해야 한다. 그동안 기득권층에서 티파티까지 여러 갈래 공화당내 파벌을 하나로 결집시켰던 ‘오바마 반대’는 이번 선거로 그 약효가 다했으니 새로운 어젠다로 당의 단합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의 요구는 선거 전부터 이미 제기되었다. 지난 주 크루즈는 상원을 장악하면 민주당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플랜도 발표했다. ‘상원에서의 더 심한 대립, 의회에서의 더 심한 양극화, 워싱턴에서의 더 심한 교착상태’를 다짐하며 ‘상원 공화당의 더 공격적인 이념전쟁의 기수’가 될 것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오바마의 이민 행정명령을 겨냥, 행정부 권력남용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새 상원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원한 극우보수 단체들도 “오바마케어 폐지, 각종 기업규제 완화, ‘사면’ 포함 이민개혁 저지의 공약”을 지키라며 압력을 가한다. 2010년보다는 덜 하지만 이번에 당선된 상원 공화당의 새 얼굴 중에도 강경파가 상당수 포함되었다. 낙태와 동성결혼 금지, 교육부와 환경보호청 폐지, 오바마 탄핵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아이오와의 조니 언스트가 대표적이다.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은 없다. 그러나 상원 다수당이라 해도 필리버스터를 막을 60표엔 훨씬 못 미치고 또 대통령의 거부권을 번복할 파워도 안 되니 오바마케어 폐지는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에서 의회통과를 강행하면 워싱턴은 곧장 대치정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오랫동안 상원 다수당 대표가 되기를 원해온 맥코넬은 “타협으로 입법화에 성공하는 가장 위대한 심의기관이라는 상원의 명성 회복”을 꿈꾸어 왔다고 한다. 이 같은 맥코넬의 꿈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크루즈의 야심이다. 민주당과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선명한 보수후보로 2016년 백악관 입성에 도전하려는 전략이 ‘맥코넬 상원’의 타협노선에 제동을 걸 것이다.
새해로 접어들면 정국은 빠르게 대선 분위기로 기울게 될 것이다. 공화당 상원은 그전에 오바마와 타협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입법화를 성공시키며 합리적 정당으로서의 터를 닦아야 한다. 세제개혁에서 무역협정, 에너지 개발 등 합의가 가능한 과제들도 적지 않다. 오바마케어의 전면폐지보다는 부분 폐지와 수정을 시도하면서 이민개혁의 대안을 제시해 히스패닉과 아시안 표밭에도 다가가야 한다.
공화당의 향후 2년은 이처럼 타협과 대결을 어떻게 균형 잡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2016년 중도지역에서 재선을 치러야하는 의원들은 맥코넬의 꿈을 지지하고, 당 경선에서 핵심표밭이 중요한 대선 예비주자들은 크루즈의 야심에 동조한다. “공화당은 공화당을 극복할 수 있을까?”라고 민주당 전략가들도 관심 있게 주시한다.
이렇게 한 선거의 끝은 다음 선거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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