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중간선거 최대 관전포인트의 해답은 이미 나온 듯 보인다. 거의 모든 분석가들이 공화당의 연방상원 장악을 예측하고 있다. 그래도 닷새가 남아서일까,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예측보도 뒤쪽에 한 마디 단서를 붙였다 : “그런 결과를 반대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과거에 그랬듯이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기권한다면 (공화당의 승리는 틀림없다)”
미국의 역대 중간선거에서 가장 뚜렷한 두 가지 성향은 낮은 투표율과 집권당의 패배다. 세계 민주국가의 평균 투표참여율이 70%인데 비해 미국은 대선 때도 60%대에 머물다가 중간선거에선 40%로 뚝 떨어진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야당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차지했던 1994년과 부시시절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의회 다수당을 탈환했던 2006년의 중간선거는 뜨거웠다.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뉴딜정책이 시행되던 1934년, 공화당이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 진보 표밭의 분노를 샀던 1998년, 9.11테러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2002년 등의 중간선거에선 투표율만 높았던 게 아니라 집권당 승리라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경제이든, 테러이든,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불러 모은 강렬한 메시지가 캠페인 전반을 관통했던 선거들이었다.
금년선거는 ‘사인펠드 선거’로 불린다. 특별한 줄거리 없이 아무것도 아닌(about nothing) 일상에 관한 TV 인기 시트콤 ‘사인펠드’에 빗댄 용어로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사소한 공약만 난립하는 선거라는 뜻이다. 강렬한 메시지도, 중대한 어젠다도 없는데다 집권당에 대한 실망과 정치권 전반에 대한 혐오가 쌓이면서 격전지 몇 곳을 제외한 전국 표밭의 분위기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나른하고 시들하다.
이번 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도 중간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드러났다. 캠페인 보도에 얼마간 관심을 가진다는 응답이 68%에 머물렀다. 2010년 76%, 2006년 78%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민주·공화 양당 자체의 내부 갈등이 핵심표밭 무관심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공화당의 문제는 기득권층과 극우보수 티파티가 여전히 대립하는 내부 갈등이다. 티파티에 끌려 다니며 반이민에서 정부폐쇄, 국가부도 위기 등 ‘통치’자체에 제동을 거는 극단주의가 어느새 공화당의 이미지로 굳어가고 있다. 오바마 반대에만 집착할 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니 오바마 인기하락과 공화당 지지상승이 비례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두 번의 대선에서 오바마와 민주당을 적극 지지했던 진보와 무소속 유권자들은 이민개혁, 기후변화, 경제불평등 해소…주요공약 어느 하나 제대로 이행된 게 없다며 등을 돌리고 있는데 오바마케어 시행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이 테러와 에볼라 대응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실망과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난 오바마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유세가 구심점이 실종된 민주당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온라인 정치사이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는 금년 유권자의 정서를 한마디로 “오바마가 싫다, 공화당도 싫다…나라 돌아가는 꼴엔 화가 나고, 마음에 드는 후보 없는 선거는 지겹다”라고 정리했다. 10월초 갤럽조사에 의하면 이번 투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유권자는 32%에 불과했다. 그 응답이 당에 따라 크게 달랐다. 공화당 유권자는 44%, 민주당 유권자는 25%였다.
양당 표밭의 ‘열정의 차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선이든 중간선거든, 중·노년층 백인 유권자를 중심으로 하는 공화당의 ‘충실한 표밭’과 달리 젊은 층과 소수계, 독신여성들에 의존하는 민주당 표밭은 이슈와 선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믿기 힘든 그대’들이다. 공화당 유권자의 중간선거 평균 투표율은 민주당보다 17포인트나 높다.
오바마의 가장 든든한 지지그룹이었던 젊은 유권자의 경우 2010년 중간선거 투표율은 2008년 대선 때보다 무려 35포인트나 폭락했었다. 소수계의 하락폭 역시 27포인트였다. 그해 티파티는 워싱턴에 대거 입성했고 이들 극우보수 공화당 하원에 발목을 잡힌 포괄적 이민개혁안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
금년선거의 최종 승패는 투표율, 특히 민주당 지지표밭의 투표 참여에 달렸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하버드대 정치연구소 서베이에서도 “투표하겠다”는 진보성향 젊은 층은 23%에 그쳤다. 그중 히스패닉계는 더욱 낮아 17%만이 투표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사회복지에서 이민개혁, 학자금 대출에서 낙태권 제한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방향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유권자들이 그 정치의 방향을 바꿀 투표권 행사엔 소극적인 것이 아이러니컬하지만 현실이다. 이들이 안일한 기권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2014년도 ‘민주당 썰물선거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 결과로 일상이 고달파진다면 다음 선거에선 기권 대신 ‘투표’라는 새로운 습관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