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바로 천고마비라는 사자성어다. 천고마비는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의미로 가을의 대표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실상 이 천고마비의 사자성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뜻과 다른 곳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중국의 은나라 초기에 중국 북방 광활한 초원에서 방목과 수렵을 생업으로 하는 흉노족이 2000여 년간 북방 변경의 주변국 농경지대를 침략해 방화와 약탈을 일삼았다고 한다. 말이 살찐다는 말은 정말로 가을철에 말이 살찌는 것이 아니라 흉노족이 봄과 여름철에 말에게 풀을 잔뜩 먹게 한 다음 가을에 살을 찌운 뒤에 그 말을 타고 겨울에 중국변방 주변국을 약탈했기 때문에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여하튼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면서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풍의 계절이기도 하다. 원래 단풍이란 붉은 색을 의미하는데 산행을 하다보면 단풍은 붉은 색은 물론 노란색, 갈색의 나뭇잎도 많이 보게 되는데 오늘날 우리는 이 모두를 단풍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단풍의 원조는 바로 붉은색 단풍이 드는 단풍나무다.
우리 선조들이 잎의 색깔을 바꾸는 단풍나무를 지조 없는 상징으로 여기기는 하였으나 오늘날 단풍나무는 집정원에서 대접받는 고가의 관상목이 되어왔다. 기후, 수온, 수분, 빛의 변화가 뚜렷한 온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단풍은 열대지방이나 한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존재이기도 하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말라 떨어지면 낙엽이 된다. 가을, 겨울에 땅으로 부터 흡수할 수분이 적어 잎으로 가는 수분을 나무 스스로가 차단해 버리는 고로 단풍잎은 말라 떨어져 버린다.
사계절 내내 푸른 소나무도 1-2년에 한 번씩 낙엽이 진다. 다만 계절에 관계없이 묵은 잎을 떨어뜨리는데 결국은 낙엽인 셈이다. 낙엽은 종종 귀찮은 존재인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숲속에 떨어진 낙엽은 썩어 숲속의 나물들이 필요한 천연의 거름이 되기도 하나 우리가 사는 주택의 잔디밭과 인도(Sidewalk) 그리고 지붕위에 떨어진 낙엽을 방치하는 경우 그야말로 단풍의 아름다움은 고사하고 주택에 피해를 입히는 애물단지로 변모한다. 잔디밭에 떨어진 낙엽을 방치하면 잔디가 썩어 죽는다. 그리고 악취는 물론 그 낙엽 밑에는 온갖 벌래가 창궐하기 시작한다.
지붕 위에 떨어진 낙엽은 굴뚝을 통해 들어와 굴뚝 밑에서 썩어 악취를 풍기기도 하고 홈통(Gutter와Downspout)을 막아 빗물과 눈 녹은 물이 넘치게 한다. 아울러 주택주변에 방치되어 있는 낙엽은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의 배수로를 막아 불어난 물이 지하실로 침투하기도 하고 영하의 날씨에는 고인물이 얼어붙어 낙상사고를 일으킨다.
더군다나 집주변 인도나 옥외 테라스(Patio)에 생긴 균열사이로 배수되지 않은 물이 침투해 얼어붙어 부피가 늘어나 멀쩡한 인도를 들어 올린다. 즉 콘크리트바닥을 깨뜨린다는 의미다. 진짜 낙엽 문제는 지붕의 빗물을 모아 지상으로 흘러 내보내는 홈통에서 발생한다. 홈통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막힌 홈통에서 넘친 물이 지상으로 자연스럽게 낙하하면 좋으련만 때로는 넘친 물이 처마를 타고 집안으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물게는 낙엽이 홈통 안에서 썩어 훌륭한 거름이 되어 아예 홈통 안에서 풀이 자라기도 한다. 심지어는 지붕의 계곡에 쌓인 낙엽위에 풀이 자라 그 뿌리가 지붕을 뚫고 들어와 지붕을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지붕누수를 겪기도 한다.
겨울에는 더 문제다. 막힌 홈통위에서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홈통이 처마에서 이탈하거나 떨어져 내리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대형 고드름이 낙하하여 인명사고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간혹 소낙비가 내리지 않는 한겨울에 때 아닌 누수현상이 일어날 수가 있다. 그 원인은 대체로 지붕에 생긴 아이스 댐(Ice Dam)현상 때문이다. 지붕에 쌓인 눈이 서서히 녹으면서 지상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원칙이나 때로는 녹은 물이 막힌 홈통이나 처마위에서 밤새 얼어 붙어 낮에 햇볕을 받아 흐르는 물을 막는 일종의 얼음 댐이 생기게 되고 지붕위에서 녹아 흐르던 물이 이 댐에 고인다음 실내로 흘러들어 올 때 발생하게 된다.
단풍의 낭만에 취해 낙엽청소를 잊지 않아야 한다. 제일 먼저 취해야 할 겨울채비는 바로 낙엽을 치우는 일이다. 지상에 있는 낙엽청소는 그런대로 할만하다. 그러나 지붕에 쌓인 낙엽, 특히 홈통에 쌓여 있는 낙엽청소는 쉽지 않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지출을 감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잔디나 정원을 관리하는 전문가에게 지붕에 쌓인 낙엽청소를 의뢰하여 치명적인 낙상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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