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 속에서 인간은 하늘을 자유로이 날며 동물과도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상상이 모두, 언제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위험한 상상’이라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할리웃스타 샌드라 블락이 주연한 ‘네트’ (Net)도 1995년 개봉 당시에는 그저‘ 두려운 가상’일 뿐이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프로그래머인 샌드라 블록은 동료가 보내준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동료는 비행기로 오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된다. 그녀는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멕시코로 휴가를 떠나지만 그곳에서 만난 한 남성의 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사건은 이때부터 발생한다. 그사이 그녀의 존재는 컴퓨터 네트웍 상에서 완전히 지워지고 정체불명의 여성이 그녀의 이름을 대신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국의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누군가의 음모로 오히려 경찰의 추격을 받는 신세다. 모든 개인정보가 사라진 그녀는 ‘자신’을 되찾기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인터넷이 겨우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던 당시 이 영화의 스토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을 듯싶다.
2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사람은 인터넷을 끼고 살고 있다. 클릭한 번만으로 한 사람의 프로필 정도는 단숨에 꿰찰 수 있는 시대다.
하루가 멀다하게 터져 나오는 신분도용 뉴스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대개 신분도용 하면 누군가의 소셜 넘버나 생년월일, 은행계좌 등개인정보를 훔쳐 돈을 빼가거나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요즘 또 다른 핫이슈는 소셜네트웍서비스(SNS) 도용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SNS를 통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온라인상에서 타인의 삶을 통째로 훔쳐가는 신종 범죄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인생을훔친 여자’라는 검색어가 인터넷을 달궜다. 10대 소녀 A양이 20대여성 B씨의 사진과 일상을 주기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북과 카톡스토리에 올리다 덜미를 잡힌 것이다. A양의 프로필에는 B씨의 사진이 버젓이 걸려 있고 B씨가 다니는 헬스클럽, 미용실, 맛집 까지거의 모든 일상이 A양의 것으로둔갑했다.
SNS에‘ 또 다른 나’가 존재하는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의 삶을 엿보는 수준을 넘어 남의 삶을 통째로 베껴 자신의 것 인양 살아가는것이다. 이런‘ 인생도둑’ 중에는 한술 더 떠 타인 행세를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생활습관, 취미, 기호등 라이프 스타일까지 모방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SNS로 곤욕을 치른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은 저마다 ‘SNS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까지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이곳 한인사회도 SNS 도용이 위험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한엄마가 자신의 어린 딸 사진을 마음대로 SNS에 올린 다른 한인여성을 고발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사이트를 들끓게 만들었다.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눈길이 간 것은 수많은 댓글이다. 대다수는 가족사진을 SNS에 업로딩하는 것을 삼가라는 것. 특히 어린 자녀 사진은 아예 올리지 말고 ‘외모가 예쁜 아이’라면 더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
누군가 내 일상을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꾸며 산다? 우리 집사진부터 내가 먹은 음식과 새로산 액세서리와 옷 사진 등 사소한것까지 자신의 SNS에 옮겨가 마치 자기 것 인양 남들의 댓글까지 즐긴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SNS에 수반되는 폐해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친구로 등록된 낯선 사람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남기고 가는바람에 큰 충격을 받고 그날로 페이스북을 폐쇄했다는 한 지인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상황이 이런데도 SNS 도용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까지는 고객센터에 신고하는 정도가 고작인 것 같다.
바야흐로 SNS 시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SNS 사용이 득일지 실일지 따져보는 일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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