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해’를 예고하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게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그건 주지사 선거다. 하원 탈환은 말할 것도 없고 상원 수성도 점점 멀어지고 있어 초상집이 될 듯한 민주당의 11월4일, ‘잔인한’ 선거일에 그나마 굿뉴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게 주지사 선거전이다. 주지사 선거에 시큰둥했던 백악관도 막판 지원유세는 주지사 선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주지사 선거는 대선보다는 중간선거에 많다. 금년에도 전체 50개주 중 36개주에서 치른다. 이중 22개주 현직 주지사는 공화당, 민주당은 14개주다. 공화당이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패했던 주들에서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원 의석을 되찾기 희망하듯 민주당은 오바마가 승리했던 주들에서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주지사 자리를 되찾기 원한다.
지킬 자리보다 뺐을 자리가 더 많은 민주당이 입지부터 좀 더 유리하다. 결과야 장담하기 힘들지만 선거가 3주도 채 안남은 현재, 주지사 선거에 관한한, 승세는 약간이지만 민주당으로 기운 상태다.
상당수 주지사 선거가 막상막하의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지율 5% 포인트 이내의 ‘접전’으로 분류된 10개주 중 6개주의 현직 주지사가 공화당이다. 이에 더해 펜실베니아 주 현직 톰 코벳 주지사는 민주당 톰 울프 후보에게 15포인트나 뒤지고 있어 패배가 거의 확실하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공화당 주지사 대부분은 2010년 중간선거를 휩쓸었던 티파티 물결을 타고 입성한 강경보수들이다. 티파티의 후보로 당선되어 세금을 인하하고 예산을 삭감하고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며 노조와 대적해온 극우보수 초선 주지사들 중 7명이 바로 그 ‘극단주의’에 발목 잡혀 금년 재선에선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권리를 대폭 축소시킨 법안통과로 전국적 논란을 촉발하고 소환투표까지 치러야했던 위스콘신의 스콧 워커를 비롯해 강력한 반낙태법과 예술기금 대폭 삭감 등 극우 결정으로 공화당 중도파의 민주당 후보 공개지지 사태까지 빚어낸 캔자스의 샘 브라운백, 2016년 대선을 위해서라도 공화당 주지사 맨션을 지켜주어야 할 대표적 ‘경합주’ 플로리다의 릭 스콧과 미시간의 릭 스나이더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낙선위험에 직면한 주지사들은 민주당에도 없지 않다. 하와이의 닐 애버크롬비 주지사는 이미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고 팻 퀸 주지사는 민주당 텃밭인 일리노이를 막상막하의 ‘접전지’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지난 55년 동안 단 2번만 공화당 주지사를 선출했던 하와이에선 다른 민주당 후보가 앞서가고 있으며 퀸 주지사도 일리노이의 확실한 민주당 성향 덕분에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은퇴한 주지사들을 제외하면 금년 재선에 출마한 현직은 민주당이 9명, 공화당이 19명이다. 버지니아대학 정치학센터가 집계한 역대 현직 주지사들의 재선 확률은 보통 70~90%에 이른다. 1962년엔 무려 11명의 현직이 낙선하면서 현직 재선율이 사상 최저인 57.7%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2006년엔 26명 중 25명이 재선에 성공, 중간선거 해로는 최고인 96.2%를 기록했었다. 주지사 선거가 많지 않은 대선에선 현직 주지사의 재선율이 높아 2008년과 2012년엔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역 선거이지만 전국적 조명을 받는 주지사 선거도 가끔은 있다. 4년 전엔 사상최고의 ‘돈 선거’를 연출한 여성 억만장자 멕 휘트먼과 최연소 주지사를 역임한 후 30년 만에 최고령 주지사로 재도전한 제리 브라운이 대결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가 그랬고 금년엔 플로리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공화당 주지사 릭 스콧과 전 공화당 주지사 찰리 크리스트의 대결이다. 2010년 티파티 물결에 밀린 중도파 크리스트가 공화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연방상원에 출마했다가 실패한 후 2012년 민주당에 깜짝 입당해 주지사에 재도전한 것이다.
공화당의 큰손 코크형제의 기부금을 비롯한 수천수백만 달러의 외부자금이 쏟아 부어진 TV광고 융단폭격으로 이전투구의 상호비방전이 뜨겁게 전개되면서 “인기 없는 두 후보 중 차악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선거”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5일 오후 현재 크리스트가 1.2 포인트 리드 중이다.
금년 주지사 선거의 상당수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각 주의 투표 성향을 반영하는 조기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대선의 대표적 경합주인 플로리다는 양당의 2016년 예비주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워 주시하는 곳이다. 공화당 대선 예비주자로 꼽히는 플로리다 출신의 젭 부시와 마르코 루비오의 심정도 고전하는 스콧 주지사와 함께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주지사 선거는 정말 민주당에게 먹구름 뒤편의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수 있을까. 비당파적 예측분석기관 쿡 리포트는 민주당이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의 주지사를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축배를 들 것인지, 고배를 마실 것인지, 심판의 날이 19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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