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테크놀러지의 천재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 하지만, 그는 자녀 양육에 있어서는 ‘로우텍’(Low-Tech) 방식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기사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자녀들에게 테크놀러지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비단, 스티브 잡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닉 빌튼(Nick Bilton)은 다수의 테크놀러지 ‘대부’들이 자신들의 자녀 양육에 있어서 테크놀러지 기기의 이용 및 사용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정한 제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중에는 어떤 기기의 사용도 금지
▲주말 사용 때에도 제한 시간 엄수
▲주중의 컴퓨터 사용은 숙제 때 필요한 경우만 가능
▲소셜 미디어 사용 금지
▲잠자는 방에는 어떤 종류의 스크린(TV, 컴퓨터, 아이패드 등)도 출입금지
대부분의 10대들에게 이러한 제한은 마치 중세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가혹한 제재 조치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테크놀러지 분야에 종사하는 부모들에게 이러한 제재는 스크린 타임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로 여겨진다.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 어린이들은 일일 평균 3시간가량의 TV 시청을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일일 2~4시간가량의 테크놀러지 기기 사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1년에 미국 소아과학회(AAP,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가 일일 학과 외 스크린 타임을 2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아이들은 AAP 권고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시간을 스크린을 보면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스크린 타임에 대한 우려는 무엇 때문일까? AAP에 따르면 과도한 스크린 타임은 아이들의 유산소 운동 부족을 초래한다고 한다. 또한 이는 비만, 제2형 당뇨, 고혈압, 천식 등에 걸린 위험을 높인다고 한다.
스크린 타임의 폐해는 육체적인 건강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과도한 스크린 타임은 아이들의 숙면을 방해하고, 행동장애를 일으키며, 학습 성취도에서도 매우 저조한 결과를 낳게 한다고 한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는 뭔가 이러한 것들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스크린 사용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스크린 사용은 여러 가지 유익을 주기도 한다. 2013년 7월17일자 포브스지에는 ‘스크린 타임이 아이들에게 유익이 될 수도 있다’(Research Says Screen Time Can Be Good for Your Kids)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즉 스크린 사용을 어떻게, 얼마나 자주, 또 왜 하는지에 따라 해가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연구 자료에 따르면 아이들이 ‘세사미 스트릿’(Sesame Street)을 볼 때, 부모와 함께 보는 경우는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많은 컴퓨터 및 비디오 게임은 아이들에게 유익한 기술, 즉 물리적인 기술(핸드 아이 코디네이션)뿐 아니라, 응용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지적 기술을 익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 타임의 과용에 따른 수많은 폐해를 지적하는 많은 연구 자료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과용에는 항상 폐해가 따르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조절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의 경우는 다른 매체에 비해 중독성이 심하고, 또 그 대상이 아직 한창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시키기 위해, 혹은 집에서 조용히 시키기 위해, 쉽사리 스크린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지는 않은가?부모의 자리를 스크린에게 내어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책이나 운동, 기타 여러 활동을 통해 자라나야 할 아이들을 스크린에게 맡기지 말자. 당장은 쉬운 스크린의 선택이 생각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다른 친구들은, 다른 집은 스크린을 다 마음껏 사용하는데’라는 말로 부모의 주도권을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하이텍 종사자들의 로우텍 양육 방식은 깊이 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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