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1996년 아카데미(68회) 최우수작품상 수상은 멜 깁슨과 소피 마르소 주역의 ‘브레이브하트’에 돌아갔다. 1995년 5월19일 개봉돼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각광을 받은 이 영화의 내용은 전쟁과 사랑으로 실재 사실(true story)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깁슨은 스코틀랜드 영웅인 윌리엄 월리스(William Wallace)역을 해냈다.
1298년 윌리엄 월리스는 영국왕 에드워드1세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일으킨다. 영국군은 스코틀랜드 민간촌을 공격해 민간인들을 교회에 들여놓고 빗장을 지른 뒤 불을 질러 모두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어쩜 일본이 3.1만세운동 후 조선인에 저질렀던 만행과 너무도 같아 영화를 보면서도 그 끔찍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스코틀랜드는 승전과 패전을 거듭한다. 1314년 스코틀랜드 로벗1세가 배넉번전투에서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두고 1328년 영국과 독립보장 조약을 체결한다. 독립하여 자유롭게 살던 스코틀랜드는 1707년 다시 영국에 병합돼 브리튼왕국이 탄생된다. 이때부터 307년이 흐른 지난 9월18일 스코틀랜드에선 투표가 있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원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투표였다. 결과는 독립반대 55.3%, 독립찬성 44.7%로 부결됐다. 백성들은 독립을 포기했다. 청년층은 독립에 57% 찬성했으나 노년층은 61%가 독립에 반대표를 던졌다. 민족감정보다는 미래의 경제불안감이 작용해 영국연방에 잔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계속해 의문이 남는다. 어떻게 독립을 반대한단 말인가. 독립을 원하는 찬성표가 단 0.1%라도 많았더라면 영국도 그걸 인정해 스코틀랜드를 독립시키려 했다. 그러면 스코틀랜드는 자유와 자주가 보장된 한 나라가 되어 세계의 모든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
조선이 일본에 합병된 후 우리 민족이 겪은 독립운동사는 피와 눈물과 땀으로 점철돼 있다. 수많은 독립지사들의 죽음을 통해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독립을 원했는지 알 수 있다. 유관순누나의 옥중 항거와 그의 죽음은 일예에 속하지만 우리에겐 ‘자유가 아니면 죽음’이랄 정도로 우리 민족은 주권과 자주의 독립을 염원했다.
만약에, 우리 민족도 일본에게 합병돼 300년이 지났다면 스코틀랜드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아닐 것 같다. 각 나라마다 민족성이 다르듯 대한민족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일제 합병 후 식민지초기엔 그리도 독립을 원하던 애국지향의 사람들이 일제말기, 친일파로 돌아선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독립이란 과연 무얼 의미할까. 2012년 11월6일 푸에르토리코에서 국민투표가 있었다. 결과는 미국에 편입하자가 61%, 자유연합 33%, 독립하자가 5%였다. 다수가 독립을 원하지 않았다. 미국과 연합된 자치연방제의 나라인 푸에르토리코는 독립은 고사하고 미국에 편입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래도 5%만은 정신이 바르다.
그러나 61%가 5%를 볼 때엔 5%가 정신이 바른 게 아니라 정신이 돈 사람이 되어버린다. 한 눈 가진 나라에 두 눈 가진 사람이 가면 병신이 되듯이 비슷한 상황이다. 자주와 자유, 그리고 주권이 보장된, 독립된 나라를 원하는 것이 졸지에 배반자 같은 입장이 되어 버린다. 자존과 자유를 포기할 때, 생명도 같이 죽는다.
현재 스페인에선 카탈루냐주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가 11월9일 열릴 예정이다. 허나, 중앙정부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과가 주목된다. 1950년 중국의 속국이 된 티베트의 독립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달라이라마가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티베트의 독립을 지원해줄 것을 호소하나, 중국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치룬 피의 전쟁은 8년이나 된다. 1775년에 시작돼 1783년 8월3일에 끝났다. 8년 동안 무수하게 많은 인명과 재산들이 독립을 위해 소모됐다. 독립!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피를 흘리는 나라가 있나하면 독립이 싫어 지배당하길 원하는 나라도 있다. 요지경속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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