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코틀랜드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시도가 불발로 끝이 났다. 300여 년을 같이 해 온 영국과 갈라서려던 노력이 무산된 것이다.
민족이 다르고 언어와 종교가 다르고 역사와 문화와 풍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이 있기를 거부하고 따로 독립하려는 노력과 투쟁은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근세사만 보더라도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것은 별도로 치더라도, 파키스탄이 인도로부터 그리고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각각 분리 독립했고,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로부터 분리됐고, 알제리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했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같은 독립국가들이 생겼고, 동 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에리트리아가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했고,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됐고,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 갈라져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등의 독립국가가 생겼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분리 독립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캐나다의 퀘벡, 스페인의 바스크와 카탈루냐 지역, 러시아의 체첸, 터키/이라크 지역의 쿠르드, 중국의 위구르와 티베트 등지에서 분리, 독립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 내에서도 텍사스가 일찍부터 연방으로부터의 분리를 거론해 왔고 캘리포니아를 두 개 또는 세 개의 독립된 주로 분리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민족주의, 국가주의, 또는 분리주의로 표현되는 독립의 운동이 물결치고 있다. 그 결과 2차 대전 직후 세계의 독립국가는 70개도 안 되던 것이 지금은 유엔에 가입된 195개 국가를 비롯해서 대만 같이 국제적 승인을 받지 못한 나라들까지 합치면 206개의 독립국가가 존재하게 되었다. 분리주의의 확산으로 세계의 국가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리라는 전망이다. 마치 핵이 분열하듯 정치적으로 너도 나도 갈라서는 이러한 현상과 추세를 정치적 (핵)분열(Political Fission)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정치적 분열과는 정반대로 경제적 (핵)융합(Economic Fusion)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자주, 독립을 원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서로 손을 잡고 같이 잘 살아보자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 28개국이 경제를 통합하여 각국의 통화마저 버리고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쓰고 있는 유럽연합(EU)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만 이러한 경제통합 또는 경제블록화 현상은 세계 도처에서 진행되어 왔다.
아시아 태평양지역 21개국이 모여 만든 아태경제협력체(APEC)는 전세계 인구의 40%, GDP의 약 52%, 교역량의 45%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이다. 이밖에도 동남아 10개국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브라질 등 남미 5개국의 남미공동시장(MERCOSUR), 사우디 등 중동 6개국의 걸프협력회의(GCC), 러시아 등 12개국의 흑해경제협력기구(BSEC), 카리브해 지역 15개국의 카리브공동체(CARICOM), 나이지리아 등 15개국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등등, 수많은 경제공동체들이 결성되어 왔다.
이중에는 정치적 통합을 표면상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협력체들도 있지만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경제협력과 경제통합이다. 그래서 세계경제가 하나로 뭉뚱그려지면서 어느 누구도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따라서 국가들은 경제통합의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경제통합체나 경제협력기구들 이외에도 국가들은 다자간에 또는 일대일로 자유무역협정(FTA), 관세동맹, 서비스협정 등을 체결하여 경제협력을 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채 50개가 안되던 FTA가 지금은 350개에 달하게 되었고 전세계 교역에서 FTA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게 되었다.
이렇게 경제블록이나 광역경제권을 통해 국가들이 합쳐질 때 서로 이득을 도모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유럽이 하나가 되고, 아프리카가 하나, 남북아메리카가 하나, 아시아 환태평양권이 하나로 되고 결국에는 세계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 거라는 ‘환상’도 가져 본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핵융합의 뒷면에서 정치적 핵분열이 계속되는 한 국가들이 갈라서고 합치는 모순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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