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트루먼은 가장 인기가 없는 상태에서 물러난 대통령의 하나였다. 1952년 2월 그의 지지도는 22%로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대통령직을 사임한 1974년 8월 닉슨의 24%보다도 낮았다. 그가 1952년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도 지지부진한 한국전에 불경기 등으로 형편없이 인기가 추락해 결과가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링컨 다음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50이 될 때까지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다 1945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갑자기 죽으면서 우연히 대통령이 된 그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퇴임하면서 세상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가 내렸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되자 그의 인기도 회복됐다. 원폭을 투하해 일본의 항복을 일찍 받아냄으로써 일본 침공에 수반될 100만 미군의 목숨을 구했으며 마샬 플랜을 통해 전후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고 나토를 창설해 서유럽을 공산주의 위협에서 지켰다. 소련이 베를린을 봉쇄하자 공수로 맞서 결국 이를 해제시켰고 국내적으로도 연방 민권법이 통과되기 훨씬 전 대통령령으로 군과 연방 기관의 인종 통합을 이뤄냈다. 그는 또 1950년 북한이 38선을 넘어 침공하자 신속하게 미군을 보내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아냈다. 그는 이제 가장 뛰어난 대통령 열 명 중 하나에 랭크되고 있다.
최근 30년간 대통령 중 그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아마도 아버지 부시가 아닐까. 1991년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영웅 칭호까지 받던 그는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지 않고 중간에 군사 행동을 중단해 비판받았고 “내 입술을 보라. 증세는 없다”고 약속했다 깨는 바람에 보수파의 원수가 됐으며 91년부터 불어 닥친 불경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1992년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가들은 불경기는 그의 책임이 아니며 그의 증세가 클린턴 시절 재정 흑자의 기초가 됐고 사담을 제거하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1992년 선거를 앞두고 34%에 불과했던 그의 지지도는 이제 60%에 이르고 있다.
그 때 사담을 제거했더라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 것인지는 아들 부시가 잘 보여줬다. 2003년 사담을 몰아낸 후 항공모함에 비행기를 몰고 내리며 “임무 완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그는 임기 내내 이라크 때문에 고생했다. 그리고도 그는 지금까지 이라크 작전 미숙과 전후 무대책으로 수천 명의 미군이 생명을 잃은데 대해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거기다 카트리나 늑장대응에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경기가 닥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이념적으로는 아들 부시와 정반대이면서 그 덕에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그와 비슷한 점도 많다. 그는 2011년 미군 지도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완전 철군을 결정하면서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 이라크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라크 군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극렬 회교 집단 IS의 만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시리아내 IS 본부와 정유 시설을 폭격하고 있는 오바마는 지난 주말 CBS와의 인터뷰에서 드물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IS가 그렇게 빨리 팽창할 줄도, 이라크 군이 그렇게 무력할 줄도 몰랐다고 실토한 것이다. 이에 앞서 유엔 연설에서 “IS 같은 악의 집단은 힘의 언어 밖에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도 했다. 오바마 취임 이후 이보다 옳은 말은 한 적이 없다.
지도자는 항상 대중의 인기를 의식해야 한다. 대중이 표를 쥐고 있는 민주주의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인기 있는 정책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미국인들은 오랜 전쟁에 지쳐 있지만 그렇다고 IS를 방치하면 미국인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는 시간문제다.
트루먼은 대통령 집무 데스크 위에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명패를 올려놓았다. 당장의 인기가 아니라 무엇이 올바른 일인가를 먼저 살피는 지도자가 결국은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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