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크마 ‘조선미술대전’ 폐막기념 27일 공연 - 안숙선 명창
▶ 판소리 흥보가 곁들인 가야금병창 등 준비, 해외서 호평 우리의 소리‘창’세계화 될 것
LA 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본보 후원으로 열리고 있는 ‘조선미술대전’(Treasures from Korea: Arts and Culture from the Joseon Dynasty)이 28일 막을 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보물 150여점을 대여해 선보였던 이 전시는 한인들은 물론 주류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끌며 호평 받았고, 다음 달 휴스턴미술관으로 옮겨져 내년 1월까지 전시된다. 라크마는 조선미술대전의 폐막을 기념해 27일 ‘코리아 데이’ 축제를 마련했다. 강연, 다도의식, 보자기와 서예 웍샵 등 다채로운 이벤트들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것은 오후 1시 빙 디어터에서 열리는 안숙산 명창의 공연이다. 이날 행사는 모두 무료이지만 이 공연은 티켓을 예약(323-857-6010)해야 한다. 인간문화재 안숙산(65) 여사를 인터뷰했다.
<정숙희 기자>
-LA에서 몇 번 공연하신 적이 있어서 남가주 팬들이 낯설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라크마 공연의 기대를 전해 주세요.
▲대한민국과 미국의 문화적 교류의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LA에는 교민 분들이 많아서 항상 큰 사랑을 받고 온 기억만 있습니다. 이번 코리아 데이 공연에도 많이 오셔서 우리 음악을 즐기시고, 다시 소통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과 내용을 설명해 주세요.
▲시나위 공연과 가야금병창, 판소리 그리고 우리 전통 국악기들의 산조공연과 민요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시나위는 합주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입니다. 해금, 거문고, 가야금, 장구 등의 악기들이 즉흥적인 합주를 합니다. 미리 짜여진 합주가 아닌 즉흥연주이기 때문에 각 연주자들의 기교와 끼를 제대로 느끼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미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산조’공연도 준비했는데요, ‘산조’공연은 자칫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해당 악기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가야금병창은 한국 음악의 대표적 악기인 가야금 연주와 함께 창자가 노래하는 형태의 음악입니다. 연주될 곡은 판소리 ‘흥보가 중 제비 노정기’로 가야금의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재미있는 가사가 특징입니다. 흥보의 도움을 받은 제비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오는 머나먼 여정을 이야기합니다. 이번에 제가 준비한 판소리는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입니다. 착하고 가난한 동생 흥보가 자신이 도와준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로 박을 길러내고, 이를 톱으로 썰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박이 열리면 그 안에 많은 돈과 쌀이 들어 있어서 흥보와 그의 가족들이 크게 기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의 무형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해외공연을 많이 하시는데 서양 발성법과는 완전히 다른 창에 대한 반응이 어떻습니까?
▲저도 놀란 것이 해외에서의 반응이 더 뜨거울 때도 많습니다. 판소리는 인생을 노래에 담는 음악이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판소리에서 얘기하는 희로애락을 모두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심청가에 눈물짓는 외국인들도 보았고 흥보가의 흥겨운 박타령에 어깨를 들썩이는 외국 분들도 보았습니다. 또 판소리 완창 공연을 하게 되면 3시간에서 5시간을 혼자서 불러내는데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지 못하면 부르는 사람도 힘들어서 아마 못 할 겁니다. 그런데 한국분이든 외국분이든 그렇게 함께 호흡하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국악의 세계화, 국악의 한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국악이야 말로 진정한 한류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국악은 우리 것이면서도 세계화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입니다. 우리 전통을 계승하면서 세계화에 필요한 작업도 함께 한다면 길이 보입니다. 예전 뉴욕 공연에서 영어자막을 곁들였더니 외국인들도 우리 판소리가 갖고 있는 예술성과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이러한 판소리 5바탕의 번역작업과 같은 기본적인 작업이 빨리 진행되길 바랍니다.
-LA에서도 판소리와 국악을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취미로 소리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우리 소리는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음악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취미이든 전공이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취미로 우리 소리를 배우는 분들께는 우선 많이 듣기를 추천합니다. 우리 음악을 많이 들으면 서양음악에서는 볼 수 없는 발성이나 호흡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이 듣고 많이 부르면 우리 소리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 갈 것입니다.
◆안숙선 명창은
대한민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이며 현재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다. 전북 남원의 국악명인 가문 출신으로 국악의 전설들(강순영, 김소희, 박귀희)에게 판소리와 가야금산조를 사사하고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용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냈다. 어린 시절부터 국악계의 프리마돈나로 불리며 국악을 널리 퍼뜨린 대중스타로 자리 잡은 그는 수없이 많은 상과 훈장을 수상했으며 1998년 프랑스 문화부 예술문화훈장을 받았고, 2003년 링컨센터 페스티벌,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판소리 5바탕 완창을 하며 우리 문화를 세계무대에 알렸다. 지난 30여년간 동남아, 캐나다 남미, 유럽, 미주, 북유럽 등지에서 수많은 순회공연과 초청공연을 가져왔고 지난 21일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도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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