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기(성조기)의 별이 모두 50개라는 건 대다수 한인노인들도 안다. 시민권 취득시험의 기초문제이다. 하지만 그 별이 49개로 줄어들지 모른다는 건 대다수 한인 노인들이 모른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하나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면적으로는 미국 본토에서 가장 크고, 인구로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텍사스의 별이 빠져나가려고 안달이다.
‘외로운 별’(Lone Star)이라는 텍사스의 별명에 걸맞게 일부 주민들이 150여년 전부터 독립운동을 끈질기게 벌여왔다. 이들은 텍사스의 역사, 문화, 주민 정서, 산업 등이 여타 주들과 다르며, 1845년 합중국에 가입(28번째)한 것은 주민 의사를 무시한 불법조치였으므로 원래 독립 국가였던 ‘텍사스 공화국’(Republic Of Texas)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뚝심이 가장 강했던 분리주의자로 리처드 랜스 맥라렌이 꼽힌다. 그는 1990년대 초 자기 소유지에 ‘텍사스 공화국’을 세우고 연방 정부에 텍사스의 남북전쟁 피해 보상비로 93조달러를 요구했다. 그는 주민 두 명을 인질로 잡은 후 무장 추종자들과 함께 주 경찰과 대치했다가 투항한 후 9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의 형기는 2041년 6월에 끝난다.
맥라렌의 추종단체 중 하나가 2000년대 들어 ‘텍사스 민족주의 운동’(TNM)을 결성하고 무력이 아닌 정치, 경제, 문화적 방법의 분리운동을 표방했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TNM은 보수우익 조세저항 단체인 ‘티 파티’가 득세하면서 덩달아 떴다. 특히 2012년 대통령 선거 전후로 회원수가 400%(25만명), 웹사이트 조회 수는 9,000%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뒤 텍사스 분리운동이 더 뜨거워졌다. ‘Secede’(분리)라는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이 늘어났다. 백악관 민원 웹사이트에 분리 청원서가 띄워지자 단숨에 11만6,000여명이 서명했다. 서명자가 2만5,000명을 넘으면 대통령이 댓글을 달아야 한다. 릭 페리 주지사는 서명은 하지 않았지만 동조적 내용의 연설로 분리운동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텍사스가 빠진다 해도 금세 50개 주를 회복할 수 있다. 오히려 51~55개 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면적은 텍사스에 이어 본토에서 두 번째 큰 캘리포니아도 원래의 ‘캘리포니아 공화국’(California Republic)으로 환원, 독립하자는 캠페인과 함께 주 영토를 2~6개 주로 분할하자는 청원이 220여 차례나 제기돼 왔다.
북가주와 남가주로 분할하자(1965년)거나, 북가주, 중가주, 남가주로 분할하자(1992년)는 법안이 주 상원 또는 주 하원을 통과했고, 거점 도시 중심의 4개 주로 분할하자(2003년), 서해안 13개 카운티를 ‘해안 주’로 분리시키자(2009년)는 제안도 있었다. 작년 12월에 제기된 6개주 분할 발의안은 그동안 충분한 지지자 서명을 확보해 내년 주민투표에 상정됐다.
전국 최대주인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만이 아니다. 백악관 민원 웹사이트엔 앨라배마, 플로리다, 콜로라도,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등의 분리청원도 올라 있다. 뉴잉글랜드와 버몬트는 이미 독립전쟁 때 분리를 요구했었다. 워싱턴주도 마찬가지다. 캐스케이드산맥을 경계로 첨단 IT산업이 발달한 서부주와 농업위주의 동부주로 분할하자는 제안이 가끔 제기된다.
하지만 ‘분할’은 몰라도 ‘분리’는 어림도 없다. 연방제도가 워낙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고 국민 개개인의 이해득실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틀 전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치러진 스코틀랜드의 독립 선거가 결국 부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오랜 피해의식에 뿌리를 둔 독립 열망이 현실적 제도의 틀을 벗어나기엔 역보족인 것 같다.
구소련에 속했던 30여국가가 분리된 것이나 중국의 몽골, 위구르, 티벳이 독립을 추구하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남북한 상황은 정반대다. 민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나라가 두 동강난 후 거의 70년간이나 분리돼 왔고, 북한 정권은 이를 고수하려 든다. 남쪽에도 통일이 아닌 분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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