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워너 케이블이 다음 주 월요일(22일)부터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3연전부터 LA 다저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6게임을 독립채널인 KDOC(공중파 채널 56)을 통해 동시 중계(simulcast) 한다고 발표했다. KDOC는 공중파채널이어서 안테나로도 시청할 수 있으며 거의 모든 케이블 또는 위성시스템에도 포함돼 있어 이 채널로 중계된다면 거의 누구나 경기 중계 시청이 가능하다.
타임워너는 이번 조치가 시즌 내내 다저스 경기를 볼 수 없었던 팬들에 제공하는 ‘굿윌 제스처’라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다저스 경기에 목말랐던 팬들 입장에선 그나마 희소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이 거의 종료 시점이지만 아직 페넌트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저스와 최대 라이벌 자이언츠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벼운 흥분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크게 보면 162게임 시즌 동안 거의 대부분 경기에 대한 시청기회를 박탈당한 뒤 달랑 6게임을 보게 됐다고 마냥 환호만 할 다저스 팬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 6경기에서 류현진이 나오는 경기는 없을 것으로 보여 한인팬들에겐 그나마도 김이 새는 상황이다. 또 내년에도 올해가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그 어떤 보장도 없기에 더욱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시즌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조 선두를 달리며 지난 1988년 이후 26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클레이튼 커쇼는 에이스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다툰 라이벌 자이언츠와의 페넌트 레이스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다저스의 진군을 본 팬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다저스 중계를 독점 중계하는 ‘스포츠넷 LA’ 채널을 타임워너 케이블 시스템에서만 볼 수 있고 LA에서 타임워너가 TV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은 30%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70%의 다저스 팬들은 돈을 내더라도 집에선 다저스 중계 시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타임워너로부터 스포츠넷 LA 채널을 시청하는 가구 수는 150만 정도 뿐이라고 한다. 결국 올 시즌 대부분 다저스 팬들은 이 채널이 있는 식당이나 스포츠바에 가거나 아니면 ESPN이나 팍스(채널 11) 등 내셔널 중계를 할 경우를 제외하곤 다저스 경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금 한창 다저스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어야 할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다저스 팬들의 수야 절대적으로 많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 열기는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즌 내내 거의 경기를 보지 못했으니 열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다.
다저스와 25년간 83억5,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중계 계약을 체결한 타임워너로서는 투자액 회수를 위해 타 케이블사는 물론 디렉TV나 버라이즌 FIOS, AT&T 등 모든 위성과 페이TV 서비스사들과 빨리 계약에 합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에 케이블요금의 큰 인상이 불가피한 다저스 채널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다른 모든 케이블사는 거세게 저항했다. 타임워너는 다저스 브랜드로 밀어붙이면 결과적으로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심지어는 다저스팬들로부터도 그리 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당장 첫해에 매달 케이블요금이 5달러 가까이 인상되고 시즌이 갈수록 계속 요금이 인상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무조건 다저스 채널을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하는 다저스 팬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팬들의 반응이 이러하니 다른 케이블/위성사들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고 이젠 다저스 중계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타임워너는 물론 다저스 입장에서도 위기감을 느껴야 할 일이다. 애당초 문제의 발단은 천문학적 액수의 중계계약에서 비롯됐고 그 계약의 당사자가 이들 둘이기 때문이다. 상상 초월하는 액수의 계약을 해놓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서 받아내려던 타임워너는 물론,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다저스도 팬들의 따가운 시선과 항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해결책을 빨리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칫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장기적으로 팬들의 관심이 다저스를 떠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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