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상원 중진의원들은 이미 새해 ‘공화당 상원’의 어젠다를 설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재정위원장에 내정된 오린 해치는 소셜시큐리티 등 사회복지프로 개혁을 구상중이고 법사위원장을 맡을 척 그래슬리는 행정부에 대한 의회감독권 강화를 벼르고 있다. 재선 문턱 넘어서기조차 아직은 힘겨운 미치 맥코넬 역시 자신이 입주할 다수당 원내대표 사무실의 새 커튼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4년 중간선거를 통한 공화당의 상원 탈환은 지난 몇 달간 기정사실로 간주되어 왔다. 불과 2주전 9월초 만해도 뉴욕타임스는 65%, 선거결과 예측에 가장 정확한 것으로 알려진 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64%, 워싱턴포스트는 58%로 공화당의 상원 장악 확률을 예상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달라지고 있다. 어둡기만 했던 민주당 상원 수성의 길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네이트 실버의 공화당 승률은 15일 현재 각각 51%와 55%로 내려앉았고 워싱턴포스트의 예측은 민주당 수성 확률이 51%로 아예 승패가 뒤바뀌었다.
금년 11월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상원은 누구에게로?”이다. 공화당의 하원 수성은 확실한데 민주당이 상원주도권을 지킬 수 있을지는 극히 불확실하다. 결과의 파장은 지대하다. 민주당 대통령의 정국주도력이 약화되는 레임덕현상의 가속화만이 아니다. 티파티에 휘둘려 극단적 극우보수로 치닫는 현재의 하원을 제어하며 힘의 균형을 유지해줄 파워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연방의회의 여론 지지도는 사상 최하로 떨어졌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공화당보다는 높은데도 금년선거는 처음부터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분석과 함께 시작되었다. 월스트릿저널의 지적처럼 민주당의 입지가 두 가지 측면에서 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첫째, 역사적으로 볼 때 중간선거는 집권당에는 대체로 가혹했다. ‘중간선거 페날티’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재선 대통령의 집권2기 때가 특히 심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민주당은 1938년 하원 71석과 상원 6석을 잃었고 아이젠하워의 공화당은 1958년 하원 30석과 상원 13석을 잃었으며 최근엔 조지 부시의 공화당도 2006년 하원 30석과 상원 6석을 잃는 참패를 당했었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중간선거의 속성에 6년이나 재임한 대통령에 대한 피로증세가 겹친 결과다. 표심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요 당’으로 반감을 사온 공화당의 이미지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다. 어제 발표된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의하면 오바마 국정업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50%에 달했다. “Mr. Unpopular” - 오바마의 인기가 말년의 부시만큼 떨어졌다는 이 조사결과를 보도한 타임지의 제목이다.
둘째, 모든 숫자가 민주당에 등을 돌려왔다. 상원의 전체 100석 중 금년선거에 회부되는 의석은 36개, 이중 민주당 의석이 21개나 된다. 현재 45석을 가진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 회부된 15개석을 방어하고 민주당 21개 의석 중 6개만 빼앗아 오면 된다.
각 주별로 쪼개보면 새 상원의 주도권 향방이 어느 곳에 걸렸는지 한 눈에 드러난다.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은퇴하는 곳 중 3개주는 공화당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몬태나와 사우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다. 공화당이 현 의석을 모두 방어할 수 있다면 3개 지역에서만 더 이기면 된다. 가능한 곳이 8개주다.
그중 4개주 알래스카, 아칸소, 루이지애나, 노스캐롤라이나는 공화당 성향의 보수적인 ‘레드 스테이트’로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재선에 나선 곳이다. 나머지 4개주는 두 번의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를 거둔 경합주들 - 민주당이 무난히 승리해야 하는 곳인데 고전하고 있는 콜로라도, 아이오와, 미시간, 뉴햄프셔다.
여름까지는 이들 접전지역에서의 공화당 승세가 확실해 보였다. 압승을 뜻하는 ‘공화당 물결(GOP Wave)’이라는 표현이 곳곳에 등장했을 정도다. 이번 주 들면서 거론되기 시작한 판세의 변화는 이들 접전지역에서 민주당의 예상외 선전을 반영하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다.
공화당 도전자에 쫓겨 불안한 우위를 보이던 콜로라도,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뉴햄프셔, 미시간의 민주당 현역의원들의 리드가 좀 더 확실해졌고, 공화당에 뒤졌던 루이지애나 민주의원의 지지율이 다소 오름세를 보였으며, 공화당 현역지역인 조지아와 캔자스에서의 공화당 승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매일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집계하는 선거결과 예측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어제만 해도 아이오와와 콜로라도에서 공화후보의 지지도 급상승을 보여주는 여론조사가 발표되었다. 아직은 공화당 상원장악의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현재 49석 확보 위한 리드는 유지하고 있으며 50석에 도달할 몇 가지 옵션도 가진” 민주당의 주도권 수성 확률도 만만치는 않다.
상원주도권을 둘러싸고 공화당의 탈환이 될지, 민주당의 수성이 될지, 50대50의 권력구조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캐스팅보터가 될지, 3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무소속 의원들이 의사당의 킹메이커로 등극할지…다양한 예측을 가능케 하는 치열한 선거전이, 상원이 캠페인 휴회에 들어가는 다음 주부터 더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하며 맞을 결전의 날이 이제 47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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