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전쟁선언이다. 성조기를 늘어뜨린 무대 장치. 9.11사태 13주년 전야라는 타이밍. 그 하나하나가 꾀나 상징적이다. 이윽고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 그가 군통수권자로서 극렬 이슬람이스트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분쇄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나섰으니까.
그러나 한 가지 묘한 사실이 발견된다. 오바마가 ‘전쟁’이란 말을 결코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미국이 취할 조치보다 취하지 않을 조치를 더 장황히 설명한 것이다.
IS의 시리아 거점에도 공습을 하겠다는 정도가 새로 발표된 내용. 나머지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 또 다른 이라크전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일관한 것이다.
‘미국은 평화 시기에 있는 것인가, 전쟁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인가’-어틀랜틱지가 던진 질문이다. 사실상의 전쟁선언이다. 그런데 전쟁이란 말은 애써 피했다. 그 오바마의 대국민 연설내용을 꼬집은 것이다평화 시기에 있나, 전쟁 상황을 맞고 있나. 아니, 전쟁을 불사하고 극렬 이슬람이스트 테러집단을 강력히 응징하고 나서야 하는가. 그 문제에 번민에 번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또 다른 군사 개입은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게 오바마의 입장이었다.
그게 뒤집혔다. 본의 아니게. 그 갈라진 두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게 지난주의 대국민연설이 아니었을까. 무엇이 그러면 오바마의 입장을 바꾸게 했나. 여론이다.
‘이슬람 국가(IS)를 강력 응징하라’- 60%가 넘는 미국인들이 내보인 입장이다. 34%는 지상군 파견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시리아 공습가능성이 제기됐을 때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었다. 백악관과 의회에 공습반대 메시지가 빗발쳤었다. 전쟁피로 증세라고 할까. 그것도 중증의. 그게 미국국민의 정서였다. 그런데 웬 변덕인가. 혹시 미국인 기자 참수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은 아닐까.
그보다는 미국의 적(enemy)에 대한 본능적 감각에서 그 답은 찾아지는 것 같다. 잔악하기 짝이 없다. 그게 시리아의 아사드지만 그는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IS는 처음부터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말살을 공언했고 그 말을 실천했다. 그 IS가 중동지역의 하트랜드를 장악해 가고 있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경각심의 발로가 여론의 대반전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페기 누넌은 거기에 또 다른 해석을 첨가하고 있다. 이슬람이스트 극렬세력의 세 확장과 함께 중동지역의 기독교 커뮤니티는 멸절위기를 맞고 있다. 고문, 강간, 대학살 등 기독교인들이 맞고 있는 환란은 이슬람국가(IS)출현으로 극에 달하고 있다.
그 참상에 눈을 뜨면서 미국의 기독교계는 행동에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가세하면서 결국 여론의 대반전을 몰고 온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교황을 암살하겠다.” IS의 공공연한 위협이다. 무엇을 말하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이슬람이스트 지하드세력과의 전쟁은 전 지구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은 유럽의 마지막 종교전쟁 ‘30년 전쟁’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에 따르면 테러공격은 2002년에서 2011년 기간 동안 464%가 늘어났다. 그 이후에도 계속 증가, 2012년에서 2013년 사이에만 1만 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또 9.11 사태 이후 테러단체는 50%나 늘었고 지하디스트 인구는 배 이상 증가했다.
테러단체의 급증은 전쟁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국가와 비 국가단체의 비대칭전쟁이 그것이다. 동시에 그 전쟁은 가치관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시스템, 미국적 가치는 바로 국제기준이었다.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방의 가치를 박멸하라. 그 선봉에 선 것이 극렬 이슬람이스트세력이다. 일종의 문화적 복수전을 전개한 것이다. 그 복수전이 그런데 그렇다. 광신적인 종교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다. 때문에 공존이나 타협은 있을 수 없다.
맹신적 종교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가치관 전쟁은 잔학하기 짝이 없다. 인류 대학살도 정당화 된다. 그 자체로 그러므로 악(惡)이다. 그 전쟁은 그러면 언제까지 계속될까.
“다음 세대, 혹은 그 다음 다음세대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한쪽에서의 지적이다. “30년 전쟁에서 신성로마제국의 독일계 주민인구는 40%로 줄었다. 중동 아랍권에서는 최소 300만 이상의 지하드디스트가 죽어나가야 전쟁이…” 다른 한쪽에서 내놓는 암울한 전망이다.
전쟁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 전쟁을 선포했다. 갈라진 두 가지 마음으로, 언제 어떤 방법으로 끝낼 것이라는 구체적 전략제시도 없이. 그 오바마의 모습이 어딘가 어둡게 다가온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