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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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지금은 빛이 좀 발한 타이거 우즈. 타고난 천재를 말할 때 거론되는 이름들이다. 보통의 수재는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어떤 탁월한 차원이 있고, 그 빛나는 경지는 오직 천재만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증거 하는 대표적인 신동들이다.
몇날 며칠 죽을힘을 다해 높은 산 정상에 올랐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험난하고 가파른 길을 누군가는 날개라도 단 듯 가볍게 날아오르고 보란 듯이 더 높이 올라가버린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당혹하고 다음 순간 열등의식이 찾아들며 분노하고 결국은 질투에 눈이 멀게 되는 데 이를 살리에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모차르트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시기하다 못해 그를 독살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살리에리는 18세기 후반 빈에서 궁정악장으로 활약했던 인물. 성공한 음악가로서 탄탄한 지위를 누렸다. 영화 속의 심적 갈등, 특히 독살은 픽션일 뿐 사실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가 오랜 세월 단계별로 밟아 올라가 이룩한 음악적 성취가 모차르트라는 천재 앞에서 한 순간에 작아지는 경험을 했을 개연성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살아가면서 비슷한 허탈감을 경험한다.
천재는 타고 나는가, 만들어지는가? 한 분야의 대가를 만드는 것은 선천적 재능인가 후천적 노력인가? 심리학자들이 지난 한 세기 이상 연구하면서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주제이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금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하는’ 자녀를 둔 많은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아이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피아노 연습을, 혹은 공부를 강압적으로 밀어붙여야 할까, 억지로 하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는 게 아닐까 - 부모들의 갈등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이루지 못했어도 아이는 최고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 혹은 교육열은 부모로서 자연스럽다. 투자한 시간과 돈, 노력만큼 성과가 있을 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관련 연구 중 가장 최근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최고를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노력이 아니다. 재능이다. 음악, 스포츠, 체스에서 나타나는 실력의 차이 중 연습시간이 미치는 비중은 20~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학술분야에서 연습시간이 미치는 영향은 더 낮아서 4%에 불과하다. 머리가 나쁘면 책상 앞에 아무리 붙어 앉아 있어도 별 효과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시건 주립대 심리학과의 잭 햄브릭 교수 등 연구진이 88개 관련연구를 분석해서 내린 결론이다.
지난 7월 이 연구가 학술지 ‘심리과학’에 발표되자 논란이 뜨거웠다.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하는 ‘1만 시간의 법칙’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글래드웰이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서 강조한 이 개념은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1993년 발표한 기념비적 연구를 토대로 한다. 음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실력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연주시간, 즉 끈질긴 노력이라는 결론이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간 꾸준히 연습해야 얻어지는 시간. 아무리 재능을 타고나도 ‘10년 공부’ 없이는 절대로 대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살리에리를 주눅 들게 만든 모차르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고 글래드웰은 지적한다. 신동 모차르트는 어려서부터 작곡을 했지만 걸작으로 평가 받는 협주곡들은 협주곡 작곡 10년 지난 후부터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일반 학부모들에게 ‘재능’과 ‘노력’ 어떤 이론이 맞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가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이를 어떻게 할 수 있을 지 양쪽 이론을 참고할 뿐이다.
우선은 ‘재능’. 어떤 재능을 타고 났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기본이다. 운동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피아노 앞에 앉히고 1만 시간 연습을 강요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모차르트가 ‘모차르트’인 것은 음악을 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노력’. 공부든, 음악이든, 운동이든 ‘매일 3시간’은 쉬운 일이 아니다. 뭔가 이루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끈기가 있어야 하며 시작한 일은 기필코 끝내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이런 태도가 몸에 배도록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비결이다. 쏟은 정성에 비례해 거두는 것은 자식농사에서도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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