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겐 아이러니컬하게도 죽음을 미화할 언어라는 것이 없다. 그것은 죽음이야말로 가장 큰 비극이자, 인생 최고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죽음을 노래하기가 가장 힘들다. 아무리 아름다운 시…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해도 죽음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기적이란 없다. 다만 신비하게도 사람에게는 자정능력이라는 것이 있어, 극도의 슬픔 속에서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페이소스의 기적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기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장례식에서 오히려 위로를 느끼곤 하는 것이겠지만, 죽음을 ‘안식’이라고 말하는 것도 종교적인 이유 때문 만이 아니라 죽음이 주는 평화… 나름의 위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자의 평화… 그것은 어쩌면 매우 힘든 싸움일지도 모른다. 그 힘든 싸움을 영원히 계속 해야 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한 공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죽음을 (아름다운 시로)노래하는 것도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그 무엇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山은 오르기 전에는 산일지 모르지만 일단 오르고 나면 山도, 장애도 더 이상 아니다. 죽음은 두려움일 뿐이지만 죽음으로 가기 까지가 힘들 뿐, 일단 죽음을 넘어서면 죽음도 하나의 극복일 뿐이다. 음악 장르 중에 死者를 위한 진혼곡‘레퀴엠’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식명은 ‘위령미사곡(Missa pro defunctis)’이지만 입당송의 첫 마디가 ‘Requiem(안식을…)’이라고 시작되는 데서Requiem 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고 한다.
레퀴엠은 모차르트가 남긴 레퀴엠이 가장 유명하며 그가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한 채 죽음으로 인해 더욱 유명세를 타게됐다. 하이든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듣고 이 한 곡 만으로도 모차르트의 이름은 영원할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지만 아쉽게도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미완성에 그쳐, 레퀴엠이 모차르트의 최고의 곡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그의 레퀴엠 중 제8곡‘눈물의 날(Lacrimosa)’ 만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곡조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모차르트가 낭만주의 레퀴엠의 시조… 즉 19세기 부터 20세기 초까지 무려 620여곡 이상 터져 나오게 된,‘레퀴엠 물결’의 선구자였다는 점 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레퀴엠은 모차르트 이후 베를리오즈, 베르디, 포레, 드보르작, 생상스, 브루크너, 브람스 등 수많은 레퀴엠 작곡가들이 탄생했으며 그중 모차르트와 포레의 레퀴엠이 가장 시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곡으로 유명하다. 특히 포레의 레퀴엠은 간결하고도 아름답다워 마치 가곡을 듣는 듯… 죽음이 주는 의미… 깊은 페이소스를 안겨주는 감명스러운 곡이다.
근대 프랑스 작곡가 중의 한 명인 포레는 서정적인 곡들을 많이 남겼으며, 프랑스 인상파 음악의 기초를 세운 선구자이기도 하다. 레퀴엠은 그의 부친이 사망(1885)했을 때 착수, 1887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통상의 레퀴엠 형식 중 진노의 날(Dies Irae), 눈물의 날(Lacrimosa) 등이 생략,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포레의 레퀴엠을 듣고 있으면 죽음이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는 역설의 감정이 들곤하는데, 그것은 Necrophilism(시체 애호증) 같은 그로테스크한 감정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레퀴엠이 주는 죽음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사실 이 작품은 죽음을 소망으로 대치시키고 있기 때문에 레퀴엠이란 형식을 떠나서 음악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답다) 태어남은 부모의 기쁨이고, 죽어감은 자식의 슬픔이다.
인생에서 죽음이 그 끝자리 서열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자 절망… 인생의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생물학적인 존재일 뿐만이 아니라 하루하루 숨쉬며… 또 순간순간을 소중히 살아가는 감동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죽음… 그 영원한 망각의 순간 앞에서 인간은 모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 죽음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죽음’앞에서 사람들은 비로소‘진실’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보다 아름다운 극복은 없다. It’s beautiful! … 레퀴엠도 자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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