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극단주의 무장반군(ISIS)을 격퇴할 군사행동 권한을 요청했다면 연방의회는 승인해 줄 것인가.
요즘의 여론으로 보면 가능성이 높지만결코 확실하지는 않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진단한다.
그래서일까. 10일 대국민연설을 통해ISIS 격퇴전략을 발표한 오바마는 하루 전날 의회의 양당지도부와 가진 백악관 회동에서도 의회의 사전승인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군사행동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대표와 낸시 펠로시하원대표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월권행위’를 트집 잡아 제소하겠다던 공화당의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맥코넬 상원대표도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중간선거가 두 달도 채 안 남은 시점에또 하나의 전쟁으로 끌려들지 모를‘ 군사행동 승인’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기가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미국기자 2명이 잇달아 참수당한 이후 강력대응 여론이 높아지긴 했지만 10년 넘게 시달려온 전쟁 피로증후군이 쉽게 가실지도 의심스럽고, 승인안 표결의 결과도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힘든 게 의회의 분위기다. 변덕스런 표심에전전긍긍하는 의원들 중 어느 누가 찬반표시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겠는가.
선거의 해, 워싱턴의 9월은 언제나 너무짧고 너무 바쁜 단거리 회기다. 금년도 다르지 않다. 5주간의 긴 휴가를 끝낸 의원들이 이번 주부터 일터로 복귀했다. 여름내내 그랬듯이 미국과 세계는 여전히 온갖 위기로 들끓고 있지만 돌아온 의원들은 다시 떠날 채비에 마음이 급하다.
당면과제는 산적해 있다. 중동의 테러전쟁, 갈수록 대담해지는 러시아, 퍼거슨의 인종갈등과 지역경찰의 군사화, 포괄적 이민개혁안과 예산안, 곧 시한이 만료되는 수출입은행 재승인과 인터넷 과세유예법 연장…
그러나 의원들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고 CNN은 꼬집는다 :“ 최소한의 기본만 하고 기능한 한 빨리 선거지로 되돌아가자”
금년 가을회기에 의회가 실제로 입법할 수 있는 기간은 짧게는 7일, 길어야 12일에 불과하다. 상원은 23일부터 선거를위한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고 중간에 한주 쉬는 하원의 일정도 10월2일이면 끝이다. 그나마 이 짧은 기간의 상당부분은‘낭비성 표결’에 할당되어 있다.
복귀한 상원의 첫 표결은 주와 연방정부의 선거자금 규제를 허용하는 헌법개정안이었다. 시간이 되는대로 최저임금인상안과 학자금대출 개혁안도 재상정할 것이다.
현 정국에서 결코 입법화 될 수 없는 사안들로 공화당의 반대로 폐기되겠지만 민주당 유권자들을 향한 상징적 행보다.
표밭의 메시지 전달용 입법 제스처는공화당 주도 하원에서도 이 짧은 9월에바쁘게 전개될 것이다. 그동안 상원서 유보된 하원 통과 법안들을 한데 묶는 일자리 패키지법안과 에너지 패키지법안을 표결에 부치려 한다. 물론 결국엔 사장될 법안들이다.
이런 와중에서 양당이 진지하게 처리할 최우선 과제는 잠정예산안이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1일 전에 통과시키지 못하면 1년 전 같은 정부폐쇄 사태가 발생한다. 지난해 그 난리를 치고도 올해 역시 정식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으니 12월 중순까지 임시방편으로 끌고갈 잠정예산안이라도 내놓아야 하는데작년에 티파티에 휘둘려 셧다운을 초래하고 정치적 역풍을 호되게 맞았던 탓인지 공화당이 특히 서두르고 있다.
하원의 잠정예산안은 9일 이미 공개되었다. 그동안 보수파들이 반대해왔던수출입은행 재승인안과 인터넷 과세 유예법 연장안도 포함시켰다. 둘 다 중간선거 전에 시한이 만료되는 법안들이다.
예산은 12월 레임덕 회기로, 수출입은행과 인터넷 과세는 내년 새 의회로, 최종결정을 미룬 셈이다. 예산안은 상원도곧 처리할 테니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워싱턴을 떠나면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정이, 특히 워싱턴에선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금년엔 예기치 못했던 ISIS사태가 선거를 눈앞에 둔 의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역구로 떠나기 전 의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전 세계에 국가의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의회의지지를 환영한다”고 밝힌 오바마의 첫 요청은 잠정예산안에 ‘시리아 반군을 무장·훈련시키는 행정부의 권한’ 포함이었다. 9일 이 요청을 거절했던 하원은 10일태도를 바꾸어 11일로 예정했던 잠정예산안 표결을 일단 연기시켰다.
‘망설이는 전사’ 오바마가 결국은 본격적 군사행동에 나섰듯이 아무리 갈 길 바쁘고 부담스러워도 의회 역시 더 이상 피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현재 대통령 군사행동에 대한 의회의 승인표결 여부를 놓고 워싱턴의 의견은 당론에 상관없이 사분오열 상태다. 민주당도 찬반으로 갈렸고 공화당도 매파와 티파티, 지도부와 일반 의원들 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불편해서 거론하기 꺼리며 목청낮춘 다수와 정치를 넘어서는 국가적 이슈라며 의회가 전면에 나서서 책임지는결정에 개입해야 한다는 소수의 강경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ISIS사태’는 선거이슈가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표결이 실시될 지는 불확실해도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표명을 회피하기는 어려워졌다. 아무것도안한 채 조용히 빨리 회기를 마무리 하려던 의회의 플랜이 ‘9월의 서프라이즈’에 직면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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