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old! The Lamb of God who takes away the sin of the world!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지난 여름 내내 성경(聖經)을 정독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 보았습니다. 과거 속 기특한 지인께서 선물한 검은 가죽양장의 두툼한 한영스터디성경을 끼고 산 지난 3개월. YouTube에 올려진 친절한 성경공부 강해(講解)들을 꼼꼼히 찾아 들으면서, 찬찬히 그리고 큰눈으로 읽었습니다.
이제 만 세달이 지나고 보니, 구약은 그 전체가 ‘언약’이고 신약은 그 ‘언약의 성취’라는 깨달음으로 공부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성경 전체의 맥이 잡히는 듯 합니다. 이런저런 신학논쟁을 벗어나, 인간의 죄를 ‘없애시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 점점 또렷하게 나타나십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그렇게 말한 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는 사제의 말씀을 다같이 듣고,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聖體)를 영(領)합니다. 가톨릭 미사[Mass]가 절정에 이르면서 드디어 ‘영성체’하는 장면입니다.
산호세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서울 방문 때는 어머니를 비롯한 형제/자매들 손에 이끌려 거의 매일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영(領)하지만, 이곳 미국 땅에 거할 때는 미지근하게 삽니다. 왠지 합당치 못하다는 어쭙잖은 생각이 앞섭니다. 어쩌다 피치못할 근조(謹弔) 의무로 교회나 성당에 가면 그제서야 아차! 합니다.
Behold! The Lamb of God who takes away the sin of the world!
보라!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 저기 오신다.
보라! 비호~을드! Behold! 똑바로 눈여겨 보라. Hold in view. 보는 상태를 견지하라. 잘~ 보라! "이튿날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한 1:29] The next day he saw Jesus coming toward him and said, "Behold, the Lamb of God, who takes away the sin of the world."저의 가톨릭 세례명은 요한입니다.
사도요한인지 세례요한인지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럼 둘다라고 둘러댑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시며[the Son of God] 기름부음 받은 자 ‘그리스도’[Christ]의 오심을 미리 알리는 역할을 한 침례자요한. 그리고, 그 사실과 더불어 예수의 ‘신자’(神子)임을 당당하게 기록한 사도요한. 둘다 거룩한 분들입니다. 그래도, 젊은 나이에 목이 잘려 쟁반 위에 놓인 세례요한보다는 90세 넘게 살며 성경 전체의 결론인 ‘계시록’까지 완성한 예수님의 ‘사랑제자’ 사도요한 쪽에 가깝고 싶은 욕심은 숨기기 어렵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구약의 역사서/시가서/예언서들이 모두 한결같이 ‘언약’한 그리스도의 오심. 그리고, 4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 스스로의 언약성취와 승천 후 성령으로 이루는 언약성취. 그렇게 성경 낱권들이 모두 구슬처럼 꿰어져 ‘언약과 성취’라는 코드로 일관되어 있음을 깨닫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사도바울의 서간들을 통해 더더욱 확실해지는 구속(救贖, redemption)의 역사. 인간구원이라는 신의 은혜[grace]야말로 성경이 계시하는 하나님의 속성이라는 깨달음. 왜 보수꼴통 기독신학자들이 성경이야말로 유일한 절대진리라 부르짖는지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Behold! The Lamb of God who takes away the sin of the world!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즘 동네 수영장에서 새벽 해바라기 물장구 명상을 할 때면, "The Lamb of God who takes away the sin of the world!" 이 문장을 둘로 나누어, 들숨에 ‘하나님의 어린양,’ 그리고 물 속에서 날숨으로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그렇게 장단을 맞춥니다. 한 30분 지나면, 들숨/날숨이 저절로 진행되면서 ‘더 램~오브 가ㄷ’에 곧바로 ‘후 테익쓰 어웨이 더 씬 어브 더 월드’가 이어집니다. 그렇게 45분 마치고, 수영장 구석 조그마한 사우나 뜨거운 물 속에 가만히 앉아 이제 완연하게 떠오른 아침 해를 보면서 맘속으로 되뇌입니다.
아니, 사실은 그녕 저절로 속에서 이어집니다. "The Lamb of God who takes away the sin of the world!" 하느님의 어린양,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물 속을 나와 차에 올라 집으로 오는 길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세상 속으로 들던 나던 이어집니다. ‘어린양’ 삼매(三昧) 속에 지난 세달이 영글어갑니다.
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