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자는 2200여 명으로 집계된다. 격추된 말레이시아 여개기 탑승자 298명을 제외하고도. 그 중 우크라이나 정부군 전사자는 722명을 헤아린다. 8월13일 하루 전투에서는 러시아군 100여 명이 전사했다. 그리고 8월25일 러시아 탱크부대가 국경을 넘어 공격해왔다.
속옷만 입었다. 그런 시리아군인들의 시체가 모래 땅위에 무더기로 쌓였다. 목이 잘린 쿠르드족 민병대원 장면도 담겼다. ‘피의 메시지’란 동영상 통해 이슬람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것이다. 미국기자 참수 동영상을 내보낸 지 불과 며칠 만에.
2014년 8월이 끝나가는 시점에 전해진 뉴스들이다.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가.
“들려오는 것은 혼란에, 유혈사태 뿐이다. 그러나 이에 익숙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게 오히려 정상인 시대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아랍 이슬람권은 거대한 내전에 휘말려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합병을 위해 본격적 군사개입에 나서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은 물론 중앙아프리카도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라틴 아메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마약 카르텔이 기승을 떨면서 국가 공권력은 소멸해가고 있다. 영토분쟁과 함께 동북아지역의 안보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전 지구적이라고 할까. 이런 만연한 유혈 혼란상과 관련해 나오고 있는 한탄이다.
“역사적으로도 그 전례를 찾기 힘들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지적이다. “전후 시대를 지탱해온 국제질서의 개념이 위기를 맞고 있다.” 헨리 키신저의 말이다.
단순히 무질서 사태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동시적인 이 혼란상은 대(大)전쟁이나, 혹은 혁명의 전초적인 현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이 두 원로 정치학자들은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후 세계(Post-War)에서 전전 세계(Pre-War)로 오늘날의 세계는 전이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갈등확산과 함께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진단이다. 2차 세계대전 종식과 함께 형성된 국제질서는 무너지고 있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되고 있다는 거다.
중동사태만 해도 그렇다. ‘아랍의 봄’에서 시작된 갈등은 수니와 시아 두 종파간의 전쟁으로 확산됐다. 그 와중에 급격히 대두된 것이 IS같은 수니파 급진무장단체로 이와 함께 20세기 한 세기 동안 유지돼왔던 질서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정치지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전후 국제사회에서 철칙으로 지켜져 온 한 가지 협약은 ‘무력을 통한 영토 확장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철칙도 깨지고 있다. 그루지야를 침공했다.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합병을 위한 군사적 행동에 나섰다. 푸틴의 러시아가 보이고 있는 행보다.
전후 세계(Post-War)에서 전전 세계(Pre-War)로, 구질서에서 새로운 질서로의 전이-. 문제는 그 전이가 파괴와 혼란, 그리고 유혈사태 없이 과연 이루어질까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뒤안길에서 들려오는 소리, 스스로를 칼리프제국으로 선언한 ‘이슬람 국가’(IS)가 ‘피의 메시지’를 통해 보내고 있는 메시지는 아무래도 비관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바보들은 청소되어야 한다.” 러시아 민족주의 우파들의 주장이다. 인종청소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 끔찍한 소리도 나온다. 나토는 종이 호랑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발틱 3국이나 폴란드의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해 제한적인 핵 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겁주기 위한 것인가. ‘19세기 형 멘탈리티’의 인간이 푸틴이다. 그리고 러시아군은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나 폴란드 도시를 타깃으로 한 핵 공격훈련을 했다. 그러니….
“IS가 참수장면을 공개를 통해 보내고자 하는 주 메시지는 무엇일까. 미국은 물론이다. 전 서방, 그리고 누구든 IS에 도전하는 세력은 가차 없이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 메시지를 종말론적 망상에 빠진 자들의 잠꼬대로만 들어서는 안 된다.” 로버트 카플란의 지적이다.
볼셰비키 혁명 후 레닌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를 처형했다. 그만 죽인 게 아니다. 아내와 어린 아이들까지 모두 집단으로 살해한 것이다. 이 니콜라이 2세 처형에는 거대한 범죄의 씨앗이 이미 심겨져 있었다. 훗날 공산당이 저지르는 인류 대학살이다.
벌써부터 인종청소를 공공연히 주장한다. 죽음의 컬트나, 악(惡) 그 자체로 밖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런 과격, 광신집단이 전면에 나선 혼란의 시대에는 어떤 참상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초조감 가운데 세계의 시선은 한 곳으로 몰려있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다. 상당히 격앙한 것 같았다. 미국기자 참수란 만행에. 또 푸틴의 뻔뻔한 거짓말에. 그러나 장고 끝에 나온 일성은 영 풀죽은 소리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빤한 침략(invasion) 행위인데도 그 용어조차 피했다. IS에 대해서는 아직도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했다.
햄릿처럼 번민에, 번민만 거듭하고 있는 오바마. 불안감만 가중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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