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란 낙천주의를 연기 해내는 것.
동네 수영장 로비 탁자 위의 TIME 잡지가 눈길을 끕니다. 코미디언/배우 로빈 윌리엄즈의 사진이 2014년 8월 25일자 타임지 표지로 꾸며져 있습니다. 잠시 선 채로, 앉을 생각도 못하고, 돌아가신 그분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참 잘도 골랐군! 어쩌면 이토록 딱 맞는 사진을 골랐을까? 어정쩡한 자세, 뭐라 형언키 어려운 감정들이 응축된 왠지 서글픈 미소가 뒤섞인 그분의 사진을 망연자실 넋놓고 응시합니다. "What a pity!" 등 뒤를 지나던 금발의 할머니가 한마디 합니다. "정말 애석하지요!” "참으로 유감이에요!" "왓어 피티!" 우째 이런 일이!1973년, 뉴욕 시 소재 명문 쥴리아드[the Julliard School]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 더 이상 배울게 없다는 스승의 판단 하에 1976년 줄리아드를 중퇴하는 로빈 윌리엄즈. "There was nothing more Juilliard could teach him." 쥴리아드가 가르칠 게 더 이상 없다고 입을 모은 교수님들이 로빈을 불렀던 이름은 천재.
아, 바로 그 천재의 죽음! Why?"Why does the gift for great performance seem to go hand in hand with unshakable depression?"어찌하여 위대한 연기력의 선물은 결코 떨치지 못할 우울증과 그토록 나란히 함께 하는 것일까? 타임지 58쪽에 실린 딕 카벳[Dick Cavett]의 단상은 이렇게 심각한 물음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1968년부터 1982년까지 "Dick Cavett Show"를 진행하며 수많은 씰레브리티[celebrity]를 인터뷰 해온 사람.
스스로도 심한 우울증을 극복한 바 있는 딕 카벳은 인기인들에게 우울증이란 얼마나 잔인한 괴물인가를 실토합니다. 특히, 웃음을 파는 ‘광대’에게 우울증은 거의 치명적이라던가?
Comedy is acting out optimism.
코미디란 낙천주의를 연기 해내는 것.
즐겁고 유쾌한 표정으로 남을 신나게 웃기는 광대는 그저 ‘옵티미즘’을 연기하는 것일 뿐! 그저 연기하는 것일 뿐! 내심 우러나와서 하는 게 아니라, 웃기는 일 또한 배우의 연기에 불과하다는 것! 다만 연기의 내용이 ‘낙천주의’일 뿐! 내용이 즐겁고 유쾌하다는 것이 결코 연기자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코미디 뿐 아니라 심각한 연기에도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명품배우 로빈은 일찌기 코미디 연기의 핵심을 똑바로 간파했던 겁니다.
얼핏 과장된 몸짓과 다소 민망한 광대 연기 중에도 왠지 서글픈 감정의 편린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옴을 느끼게 하던 배우 로빈 윌리엄즈. 이혼으로 고독한 아비가 된 주인공이 오직 자식들 보고 싶은 마음에 가정부 할머니로 변장해 옛집을 드나들며 벌이는 요절복통 슬픈 코미디 "Mrs. Doubtfire" [미세스 다웃파이어]. 영화 내내 눈물/콧물이 범벅이 되게 만드는 스토리, 그리고 그 텍스쳐[texture, 질감]을 그토록 벅차게 만드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배우 로빈 윌리엄즈입니다. 낙천주의를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 로빈, 정녕 감동적입니다. "Mrs. Doubtfire 2" 그 속편이 계획되는 중, 주인공 배우 로빈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가 태평양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 등에서 “배우” 로빈 윌리엄즈를 깊게 각인시킨 광대 로빈은 그럼에도 끝까지 ‘클라운’[clown]임을 자랑스럽게 여긴 분이었음을 압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달픈 연기가 바로 코미디란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을까요? 박수갈채를뒤로 하고 광대 연기를 마친 뒤 ....... 그저 그렇고 그런 일상으로 돌아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특히, 약물남용과 두번 이혼 등 순탄치 못한 일상은 무대 위의 광대를 더욱 슬프게 하는 일상들이 아니었을까요?알고보면, 우린 모두 연기자들입니다. "All the world’s a stage." 세상은 온통 무대입니다. 우린 모두 각자의 에고[ego]라는 옷을 입고 세상이란 무대 위에서 여러가지 모자를 쓰고 각양각색의 연기를 펼치며 삽니다. 실존의 가면을 쓰고 무대 위의 배우로 한평생 살다 갑니다. 그 중, 코미디는 그저 낙천주의를 연기하는 거고, 비극이란 다만 비관주의를 연기하는 것이리라. Comedy is acting out optimism. Tragedy is acting out pessimism.
TIME지 표지에 실린 로빈의 사진 옆엔 타이틀이 따로 없습니다. "ROBIN WILLIAMS: 1951-2014"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딱히 무슨 제목이 필요하겠습니까? 죽음 직후 뉴스 헤드라인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던 제목이 바로 "Sad Clown." 슬픈 광대. 그런데 …… 왠지 남 얘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깨닫고보면, 우린 모두 "Sad Clown"들이 아닐런지요?In Memoriam,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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