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두 사람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이들의 집안인 몬태규와 캐퓰릿은 실제로 존재했던 몬테키와 카풀레티 가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오랫동안 원수지간이었던 이 두 가문은 죽고 죽이는 보복을 되풀이 했다.
이런 일은 이탈리아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앙 권력이 확립돼 있지 않았던 사회에서는 개인의 죽음을 복수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 집안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죽고 죽이는 악순환이 그치지 않게 된다. 오늘날 모든 정부가 개인 간의 복수를 금지하고 범죄의 처벌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서만 하도록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넉 달이 넘었지만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조차 되지 못하고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일부 유족들이 특별법에 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며 여야 간의 합의도 무시한 채 단식과 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들이 조사위원을 임명하고 이들이 수사와 기소를 한다는 것은 사인간의 보복을 금지하는 근대 형법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것이 선례로 남게 되면 앞으로 모든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모든 세월호 유가족이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원고 학생을 제외한 일반인 사망자 유가족으로 구성된 일반인 유가족 협회는 합의안 찬성 의사를 밝혔으나 이는 강경파 목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고 있다.
합의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순수하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우선 희생자의 한 사람인 유민이를 죽도록 사랑한다며 단식에 들어간 ‘유민 아빠’의 정체가 유민 외삼촌의 폭로로 드러났다. 그에 따르면 ‘유민 아빠’는 유민이 6살 때 이혼한 후 10년 동안 자녀 양육비를 제대로 보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1년에 한두 번 만난 게 고작이고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이 없는 인물이다.
본인은 돈이 없어 그랬다지만 부모 살아생전 바쁘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자식이 장례식장에 나타나 자신이 최고 효자인양 대성통곡을 한다면 사람들이 그 진정성을 믿어주겠는가. ‘유민 아빠’는 양육비는 보내지 않으면서 활쏘기 등 여가 생활은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유가족 주변에 3대째 김씨 왕조의 폭정으로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참상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면서 박근혜만 보면 물러나라는 정의를 구현한다는 사제들이 붙은 것만 봐도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야당이 발의한 세월호 법안에는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전기 수도세와 상속세 감면, 그리고 희생자 전원 의사자 지정 등 황당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수학여행 가다 죽은 사람이 의사자라면 모든 교통사고 사망자가 의사자다.
한국에는 무슨 사건이 하나 터지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 이들은 2002년 효순 미선 양이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치어 죽은 것으로 “재미 좀 본” 후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2008년에는 ‘한국민은 광우병에 잘 걸린다’는 괴담으로 이명박 정부를 마비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그 후 천안함 때는 이것이 미군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느니, 선체가 피로해 가라앉았다느니 횡설수설 하다 북한제 어뢰 추진체가 나오자 이를 정부 조작이라고 몰아부쳤다. 한미 FTA 때는 “이것이 통과되면 한국은 망하고 농민들은 유랑 걸식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제 이들 괴담 세력은 유민이를 ‘바다의 효순 미선’으로, 세월호를 ‘제2의 광우병’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30 재보선 선거에서 한국 유권자들은 세월호와 인사 실패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 야당에 궤멸적인 심판을 내렸다. 광우병과 FTA 괴담이 얼마나 허무맹랑했으며 이를 퍼뜨린 세력이 어느 당 뒤에 숨어 있는지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괴담 세력만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괴담 세력과 그 숙주 역할을 해온 야당은 이제라도 정신 차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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