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호(Sports Podiatry 족부과 의사)
족부의대 1학년 때 인턴 중인 선배와 같이 8명이 조를 이루어 각종 질병에 대하여 토의하는 수업이 있었다. 교과서로 공부하고 최신 학회지를 읽으며 열심히 준비했지만 매번 그 선배 한 명을 당해낼 수 없었고 무력감이 몰려왔다. 교과서에서 배운 의학 지식들을 임상적으로 바로 대입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몇 년 뒤, 인턴이 되어 1학년들과의 토론 수업을 이끌어 나갈 때 깨달은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 같은 의학 초년병들의 무력감과 자신감일 뿐이지만, 요즘 환자를 진료하면서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도할 때 예전의 인턴 때 그 토론을 이끌었던 설명이 기초가 되었고 크게 그 설명 방법이 변하지 않았음을 느낀다.
다양하고 많은 의료 지식에 노출되어있는 현대의 비의료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할 때 의학적 지식의 깊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환자를 대할 때뿐만 아니라 칼럼을 쓰면서도 항상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당뇨와 족부건강에 대해 간단하게 칼럼을 쓴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겠으나, 앞으로 3회에 걸쳐 1. 당뇨의 자각 및 관리, 2. 당뇨에 의한 피부와 발톱, 그리고 3. 당뇨에 의한 신경병증(무감각), 감염, 심혈관 등의 합병증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당뇨에 대해 깊게 알기 시작한 때는 학부에서 임상연구를 마치고 족부의대를 입학하기 전에 한 제약회사의 책임연구원 시절이었다. 당시 제 1형 당뇨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소아 당뇨라고도 불리던 제 1형 당뇨는 췌장에서 생성되는 인슐린이 주로 췌장의 문제로 분비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유전적인 비율이 높다. 성인에게 발생하는 당뇨는 대개 제 2형 당뇨인데 유전적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비만 또는 잘못된 생활습관 및 음식 그리고 나이에 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요즘은 공복혈당과 HbA1c 수치 등으로 당뇨의 정도를 쉽게 알 수가 있으나, 건강에 대한 지난친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나 의료서비스로부터 열악한 환경에 있는 환자들은 당뇨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겉으로 드러난 합병증 때문에 내원했다가 자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아직까지도 있다.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당뇨환자는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자주 소변을 보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소갈증이라고 부르는데 ‘소(?)’란 태운다(燒)는 뜻으로 열기가 몸 안의 음식을 잘 태우고 오줌으로 잘 나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고 ‘갈(渴)’이란 ‘자주 갈증이 난다’는 뜻으로, 예전부터 당뇨환자가 적지 않았고 그 치료에 대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가족력이 있다면 주치의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여 자주 진단을 받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여 발병을 억제하거나 최대한 늦추도록 한다. 당뇨는 한번 발병하면 정상으로 완치되기 어려운 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치의와 상담 시 반드시 HbA1c 수치와 그 검사날짜를 기억하고 주치의 외에 합병증으로 인해 다른 의료진을 만날 때 정확한 자신의 정보를 알려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HbA1c 수치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현재의 상태뿐 아니라 그 추이를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족부의는 당뇨환자가 내원하면 반드시 아침공복혈당과 HbA1c의 수치를 검사하고 그 검사 결과와 날짜를 기록하게 되어있다. 또한 빠짐없이 신경, 심혈관, 피부 등의 상태를 꼼꼼하게 진찰하고 그 변화를 확인한다. 정부보험과 대개의 보험회사에서는 당뇨의심환자 또는 당뇨환자가 적어도 9주에 한 번씩 족부의를 만날 수 있도록 의료비를 제공해 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치의와 함께 환자 자신이 꾸준히 노력하여 당뇨의 진행 상태를 관찰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며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혈당을 낮게 유지하는 것에 있다.
안과 질환, 심혈관 질환, 신장 및 기타 기관 뿐 아니라 발에 나타나는 당뇨의 합병증에 대해 세계적으로 그 치료 방법과 비용 및 효율성에 대하여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다음 2회에 걸쳐서 다양한 당뇨발의 증상과 그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고자 한다. ryanchangdp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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