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학부모들에게 미국으로 이민 온 이유를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한다. 이민온 이유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아마 자녀교육 이슈가 경제적인 이유를 압도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미주 지역은 한국에 비해서 대학입시 열기가 좀 덜하지만 그래도 한인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유대인 못지않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매해 4월은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수기가 신문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반면 아쉽게도 명문대에 낙방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한숨소리 또한 높아가는 시기이다.
지난해 하버드대에 재학중인 한인 남학생의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제보 때문에 그날 기말고사가 취소되고 학교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대학에 재학중인 김모씨의 허위제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생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세계 최고의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희망을 안고 청운의 꿈에 부풀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이 학생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용의자 김모씨는 기말고사를 피할 목적으로 교내 4개 건물에 보스턴 마라톤 테러때 쓰인 것과 비슷한 ‘파편 폭탄’이 설치됐다는 이메일을 학교 경찰 등에 보낸 혐의를 받고 있는 데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엘리트 문화 속에서 극심한 점수 스트레스가 도화선이 됐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 명문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졸업 후 취업, 결혼, 자녀양육 등 인생은 ‘산넘어 산’이다. 한국의 명문대학입시는 예나 지금이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가능하다. 대부분의 학생이 명문대학만 들어가면 인생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착각한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신문의 사회면에 ‘성적비관 자살학생’ 소식이 종종 등장한다. 미국의 명문대 입시경쟁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연 명문대학을 나와서 남들이 알아주는 좋은 직장을 잡았다고 해서 행복할까? 최근 미 50개주에 살고있는 모든 연령대의 대학 졸업자 3만명을 대상으로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문대학들이 더 행복한 사람들을 배출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가장 큰 소망일 것이다. 명문대 입학에 연연하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지만 자녀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먼저 찾아주는 것이 자녀가 행복하게 되는 지름길이다.
“장래 희망이 뭐에요?” “넌 커서 뭐가 될래?” 우리 주변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흔히 하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 대답하기를 어려워하거나 꺼려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예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것이고 그 가운데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면 된다.
자녀가 일상에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기 어려우면 적성검사를 해보면 된다. 오는 9월6일 남가주 사랑의 교회에서 열리는 한국일보 주최 제5회 칼리지 엑스포 ‘UC 및 명문 사립대학 박람회’에서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이유이다. 이날 명문대 현 입학사정관들의 최신 입시정보와 개정 SAT, 공통학습 기준의 영향에 관한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있게 되지만 가장 학부모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적성검사 세션이다. 이번에 실시하는 적성검사는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올바른 전공과 커리어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적성검사가 만능은 아니다. 학생 스스로 먼저 자신의 적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부모의 관심과 애정어린 조언이 있어야 하며 적성검사 결과를 토대로 인턴이나 커뮤니티 서비스 등 현장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이 검사와 일치하는지 살펴보는 신중함 역시 필요하다.
자녀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의 모든 과정을 즐기고 만족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자녀가 인생의 주인이지만 부모는 자녀의 멘토로 동참할 수 있는 권한과 의무 또한 있다. 자녀가 장성해서 부모 곁을 떠난 후에 “그때 그렇게 해줄 걸”하며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다. 자녀들이 원하는 일을 찾게 해주는 것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소중한 유산이다. 한인사회의 미래는 우리 자녀들에게 달렸으며 자녀가 행복할 때 부모도 행복해지고 한인사회 역시 행복해진다.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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