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ACMA ‘조선미술대전’ 관람객 북적… 본보 후원 9월27일까지
백자철화 끈무늬병과 윤봉구 초상.
최석환이 그린 묵포도도 병풍과 십장생도 창호.
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본보후원으로 열리고 있는 ‘조선미술대전’이 한인은 물론 주류 관람객들의 관심과 호평 가운데 오는 9월27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13일 현재 4만1,000여명이 방문했는데(라크마 집계) 전시회를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전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술품 하나하나가 격조 있는 조선문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한다. 오래 전 배웠던 역사적 유물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감격했다는 의견도 있고, 젊었을 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는 사람도 많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품이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몇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김영산
70세의 윤봉구 초상화(1750)가느다란 선의 자연스럽게 표현된 수염과 얼굴 표정이 지난해 게티 뮤지엄에서 보았던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드로잉과 비교하여 자랑스럽게 맞대결을 펴볼만한 작품이다. 밝은 청록색과 부드러운 곡선을 보여주는 의상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전시의 다른 의상들과 비교하면서 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린 변상벽은 당대에 이름난 초상화가였는데, 그 정교하고 우아한 붓놀림으로 고결한 학자의 정신까지 표현한 걸작을 남겼다.
문인귀 <시인·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달항아리(18세기)LA카운티 미술관에 달이 내려 있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무엇인가를 위해 꾸며내지 않고 내놓은 순수, 저 ‘달항아리’야말로 그 하늘에 떠있던 달이 맞다는 결론을 얻어낸 것이다. 달항아리는 세조 때 수입에 의존했던 청료의 품귀로 이 땅에서 찾아낸 자료로 시작되었다니 이 땅, 그 민초의 소박함으로 태어나 순박의 이미지로 수백 년 변함없이 우리들을 비춰주고 있는 달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권력자나 백성이거나 자유로이 소유할 수 있는 저 하늘의 달을 이 ‘달항아리’로 말미암아 골고루 소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하늘에 있는 달을 품고 사는 민족 예의 자부가 아니겠는가.
박혜숙 <화가>
최석환의 묵포도도 병풍(1876)과서산대사 진영(18세기)한 획으로 전체를 가르며 힘있게 그린 한국화(동양화)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서양화는 계속 고치고 지워가면서 그리는데 우리 그림이 한 수 높다는 생각이다. 눈 앞의 물체를 그리는 서양 정물화에 비해 큰 공간을 사용하는 공간감각도 장대하다. 서산대사 진영 역시 서양 인물화와 비교해 조형의 구조와 의자형태 및 패턴들이 기가 막힌 장식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리 미술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서양미술보다 차원 높고 우아하며 격조 있다고 느꼈다.
오경자 <카파미술재단 이사>
백자철화 끈무늬병(16세기)전시장에서 이 병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 시대에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술도 발전한다고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흰 백자의 목에 맨 끈 한줄기가 자연스럽게 밑으로 곡선을 이루며 떨어진 무늬가 너무도 세련되고 현대적이어서 한없이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지연수 <퍼시픽 아시아 뮤지엄 큐레이터>
백자철화 끈무늬병(16세기)조선 전기 백자 특유의 곡선미와 형태를 보여주는 동시에 단순하면서도 대범한 무늬에서 조선시대 도공의 독특한 예술의 경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당대의 중국 또는 일본의 도자기를 보면 도공들이 완벽과 균형의 미를 창조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도가 명백하나, 이 작품은 조선의 도공들이 그러한 공예 차원을 넘어서 창조적인 예술가의 정신으로 임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절제와 여백의 미를 즐길 줄 아는 조선시대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용제 <바이얼리니스트·의사>
효종대왕 한글간찰(1638)나의 흥미를 끈 것은 예술품이 아닌 편지 한장,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처와 함께 인질로 잡혀가 있던 인조의 둘째 아들 봉림 대군이 장모한테 보낸 한글 안부편지다. 한자로만 많은 공부를 했을 왕자가 당시 천민과 아낙네들만 쓰던 언문으로 편지를 썼다는 것은 서민들과 통할 수 있는 교육도 받은 것을 말해준다. 또한 구한말 서양인 네 명, 언더우드와 알렌, 해밀턴과 로우엘 등이 쓴 조선에 관한 책 원본들이 전시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송정명 <목사·월드미션대학교 총장>
어지도 사도감의궤(1759)왕실의 결혼풍속도를 도식화한 ‘가례도감의궤’에 수록된 이 작품은 영조와 정선 왕비의 혼례를 그린 것이다. 그림에 나타난 여러 군상의 모습을 통해 당시 계급사회의 신분, 의상, 표정들을 색상 별로 구분할 수 있고 걸음걸이와 자세도 추리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영조시대(1724-76)는 탕평책으로 정국이 안정되고 예술 문화가 발전했기 때문에 수많은 서적을 출간시켰는데, 당시 사회를 백과사전같이 조명해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그린 정교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김태웅·오순자 <카파미술재단 회장>
십장생도 창호(19세기~20세기 초)장수를 나타내는 열가지 장생물을 그린 십장생도가 가장 인상 깊었다. 태양·산·물·돌·구름·소나무·불로초·거북·학·사슴이 선계에서 노니는 모습은 일견 초현실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도는 왕실에서 많이 사용한 그림으로, 정초에 왕이 중신들에게 새해선물로 십장생도를 내렸다고 한다.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다.
최희선
최석환의 묵포도도 병풍(1876)조선미술대전의 5개 전시실 중 사랑방은 유교중심이었던 조선의 청렴결백한 선비사상을 엿볼 수 있도록 조촐하고 단순하게 꾸며졌는데, 수묵화로 그린 이 8폭 병풍이 그 분위기와 멋지게 어우러진다. 특히 포도넝쿨의 화려함이 담백한 사랑방을 넘치지 않으면서도 우아하게 감싸고 있어 외유내강을 추구했던 선비의 기품을 잘 드러내는 것 같다.
<정숙희 기자> <사진 LACMA 제공>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