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치솟은 설봉들 웅장함.작은 오솔길 아기자기한 꽃들 서로 어우러져
빙하 녹으면서 엄청난 수량 골속 지하로 떨어뜨리는 희귀한 트뤼멜바흐 폭포
맨리핸의 웅장한 아이거 북벽. 맨희. 융프라우와 겹치듯이 고봉 계속 이어져
7월 16일 (수)
아침 식사 후, 땅 속 굴을 파서 만든 지하 고속 등산 전차편으로 해발 2,293m에 위치한 수네가(Sunnegga)에 도착, 라이제(Leisee)호수를 경유하고 약 1시간40분 동안 산록의 푸른 목장 지대(겨울에는 스키장)와 통나무집들이 있는 산간 마을을 지나 내려오는 하이킹 코스를 탔다.
산자락을 온통 뒤덮고 있는 고산화들 사이로 나있는 작은 오솔길을 내려오는데 바람에 하늘거리는 아기자기한 꽃들, 그냥 하양이나 빨강, 그렇게 표현할 수 없는 특이한 색깔들, 연한 미색, 짙은 남색, 꽃자주색 등등 하나하나가 아주 독특한 색깔과 모양이면서도 튀거나 요란함이 없이 그렇게 서로 어우러져 어디나 한 폭의 그림 이었다.
하늘로 치솟은 설봉들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어머니의 품과 같은 부드러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어서 이때만은 누구나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되어보지 않았을까? 그 곳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작년 회원의 마음에 동감했다. 산 중턱의 작은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계속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내려왔다.
7월 17일 (목)
아침에 짐을 챙겨 작은 버스를 타고 태슈(Tasch)에 주차해 두었던 차에 탑승, Zermatt를 출발했다. 알프스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그림젤 패스(해발 2,165m)를 지나고 도중에 냇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점심을 먹는데 주위에 야생 블루베리가 지천이었고 산딸기도 있어서 후식으로는 적격, 개울가에 발을 담구기도하고 그늘에 눕기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출발, 트뤼멜바흐(Trummelbach) 폭포에 도착했다.
이 폭포는 해발 4,000m의 고봉인 융프라우, 맨희, 아이거 사이의 빙하가 녹으면서 매 초 20톤의 엄청난 수량을 굴속의 지하로 떨어뜨리는 희귀한 폭포로, 전 유럽에서 굴속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고 빙하의 물만이 떨어져 내리는 유일한 폭포라고 한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 폭포를 보기위해 가파른 전동차를 타고 올라가자 어두움 속에 계단이 나타나고 계속 오르며 구경할 수 있도록 십여 개의 관망대가 있었다. 무서운 기세로 떨어져 내리다가는 용트림을 하며 다시 휘어 감기듯 바위를 타고 쏟아져 내리는 그 요란한 물소리와 엄청난 광경에 정말 기가 막히는 것 같았다.
기암절벽의 바위들도 물의 위세에 닦이고 닦여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밖에 나와 그늘에서 잠시 쉰 후 다시 목적지를 향해 계속 달렸다. 그린델발드(Grindelwald)에 도착, 소 떼들이 한가한 목장을 구경하고 내려와 예약된 호텔에서 짐을 풀었는데 바로 창 문 앞에 그 유명한 아이거(Eiger), 가장 오르기가 어려워서 ‘마의 아이거’라고도 한다는 고봉의 암벽이 버티고 서있었다.
시간과 공간이 서로 만나
형질이 된 순간부터
그 자리 그대로 거대한 산맥이 되어
천년의 폭설과 매몰찬 바람
세월은 또 그렇게 흐르는데
오늘도 하늘을 우러러
침묵으로 오히려 말하는
그 소리를 듣는다.
가슴이 떨린다.
7월 18일(금)
케이블카를 타고 맨리핸에 도착하자 웅장한 아이거 북벽, 맨희, 융프라우와 또 겹치듯이 계속 이어지는 고봉들이 만년설에 뒤덮인 채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고 산자락에 곧게 뻗은 침엽수 삼림과 언덕을 뒤 덮은 들꽃 무더기들, 더 아래로는 호수와 푸른 초원이 이어졌다. 이토록 신비스럽고 웅장하고 또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이 모두를 지으신 창조주 앞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시편 기자가 노래한대로 “여호와는 광대하시니 크게 찬양할 것이라 그의 광대하심을 측량치 못하리로다” 시145:3
넓고 푸른 초원 위에서 잠시 자유 시간을 가진 후 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빛나는 웅장한 봉우리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자잘한 풀꽃들이 양쪽으로 만발한 산길을 내려와 크라이네 사이테크에 도착했고, 스위스 전통 음식인 폰듀(Fondue)등으로 점심을 먹고는 등산 전차를 타고 내려왔다.
마지막 날 저녁, 우리 회원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알프스를 보여주기 위해 비행기표, 호텔 예약과 모든 일정을 차질 없이 준비해 주시고 머릿속에 지도가 다 들어있다고 자신 있게 우리를 인도해 주신 회장님, 1960년부터 대만, 히말라야, 알프스 등 대한민국의 해외 등반 그 첫 테이프를 끊으셨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산악인 김정섭 회장님과 김노미 대장님, 운전해주신 모든 분들, 사진 찍느라 수고한 제니퍼 김과 여하늬, 우리 모두에게 간식을 준비해주신 작년 회원 장석권 사장님, 그리고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음 날 뉴욕으로 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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