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환동 / 경제부 기업금융 팀장·부국장 대우
LA를 비롯, 남가주 주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부동산 분야가 남가주 경제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가주부동산협회의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6월 중 판매된 단독주택의 중간가는 45만7,160달러로 전년 동기의 42만8,700달러에 비해 6.6% 상승했다. LA카운티의 경우 지난 6월 주택 판매가는 51만8,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나 상승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중간가 51만달러를 기록, 2007년 12월 이후 7년 만에 다시 50만달러 대를 돌파했다.
지속적인 인구증가와 함께 실업률 하락 등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제로금리에 따른 역대 최저수준의 이자율, 여기에 외국인 바이어들까지 가세하면서 공급량에 비해 주택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로는 주택 시장 회복세가 건실해 보인다.
아파트 시장도 역시 호황세다. 특히 LA 한인타운은 LA시 전체에서도 아파트 수요가 가장 많고 신축도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5년간 한인타운 내 대형 아파트의 80% 이상을 미국인 투자그룹이 매입하는 등 한인타운 아파트 시장은 주류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윌셔와 버몬트에 위치한 초대형 럭서리 주상복합단지인 ‘더 버몬트’가 완공되자마자 무려 2억8,300만달러에 매각됐다. 이같은 매각가는 한인타운 부동산 거래 규모로는 역대 최고, 올해 캘리포니아주 부동산 거래로도 최고 액수다. 더 버몬트를 포함, LA 한인타운 내 3대 주상복합단지라고 할 수 있는 솔레어와 머큐리 모두 주류 투자자들이 거액을 지불하고 소유하고 있다.
최근 한인타운 내 한 신형 럭서리 아파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최신 마룻바닥에 일류 브랜드 가전제품, 탁 트인 조망 등 한 눈에 초현대식으로 잘 지어진 아파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크기는 1베드룸인 데도 800스퀘어피트에 불과했고 더욱 놀란 것은 렌트비가 무려 2,200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방 2개 유닛은 렌트비가 3,500달러까지 달한다.
아직 총각인 이 세입자는 연 봉급이 6만달러 수준이지만 렌트비로 수입의 40% 가량을 지불하고 있고 학자금 융자에 자동차 유지비 등을 합치면 데이트할 비용이 없다고 한심을 쉬었다. ‘더 버몬트’의 2 베드룸 렌트비는 최소 2,350달러에서 최고 4,560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그저 입이 쩍 벌어질 뿐이다. 높은 모기지 페이먼트 때문에 집에서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푸념했던 한 한인 주택 소유주가 기억에 떠올랐다.
그래서 LA에서는 요즘 ‘하우스 푸어’에 이어 월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렌트비에 쏟아 부으면서 가계부담이 커지는 이른바 ‘렌트 푸어’(rent poor)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LA지역의 중간 소득 대비 중간 렌트비 비율이 47%에 육박해 2000년 1분기 34.1%보다 무려 12.9%나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올 1분기 기준으로 LA 지역의 렌트비 중간가는 1,850달러로 전년 동기의 1,595달러에 비해 1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타운 일부를 끼고 있는 미드윌셔 지역의 렌트비 중간가는 1,995달러로 지난 1년 사이 무려 28.57%나 올랐다.
한인타운에서 콘도와 아파트가 활발하게 건립되고 있지만 대다수가 ‘럭서리’를 표방하는 고급 거주공간이어서 중·저소득층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소득 증대를 훨씬 뛰어넘는 렌트비 상승 등 한인타운에서 하숙방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LA 시정부 관계자와 사회·주택단체 관계자들은 턱없이 부족한 중·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부족사태가 걸인 급증과 범죄 상승, 계층 간 갈등, 또 아파트 렌트비를 내지 못해 LA시를 떠나야하는 시민들이 급증하는 등 앞으로 LA시에 심각한 사회와 경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 경고한다. 실제로 LA시에서는 오는 2021년까지 최소 8만2,000채의 신규 저소득층 아파트 유닛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공급은 1만채도 안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LA 한인타운이 한인은 물론 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다문화 거주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럭서리 콘도와 아파트로만 가득 차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데도 최근의 추세를 보면 다양한 인종과 소득계층이 함께 살고 공존할 수 있는 한인타운과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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