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MIT, 시카고, 프린스턴, 칼텍 등은 미국의 최고 대학들이다. 미국뿐 아니라 수시로 발표되는 세계 대학순위에서 늘 최상위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스는 미국대학들이 세계 최고가 아니라는 기사를 실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의 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은 자주 지적되어 왔지만 대학, 대학원 등 고등교육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얘기다.
정확히 말해 뉴욕타임스의 지적은 하버드, 스탠포드 등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세계 최고가 아니라는 게 아니라 미국의 전반적인 대학교육이 세계 최고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에 세계 최고의 대학들을 많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대학들이 모두 세계최고는 물론 아니고 대학교육 전반이 세계최고라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 세계 대학들의 순위는 대학교육 전반의 질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순위가 노벨상 수상, 교수들의 논문출판, 연구실적, 도서관규모, 국제화수준(외국인교수/학생수) 등에 비중을 두고 있어 이들 순위만으로 학생들이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잘 배우고 있는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나라별 교육 비교평가에 관해서는 OECD가 세계 60여개 나라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수학, 과학, 읽기 능력을 테스트(PISA)하여 발표해 왔는데 이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이 5-6위권의 우수한 성적을 보인 반면 미국 학생들은 중위 또는 중하위권에 쳐져 있다. 그런데 각국의 성인들의 능력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미국은 하위권에 머물러 다소 충격적이다. 대학교육을 받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언어능력, 수리능력, 컴퓨터 환경에서의 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24개국 중 15위, 미국은 16위로 나타났다(참고로 오스트리아가 1위, 일본은 5위).
대학교육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졸 성인들의 능력은 학교교육이외의 다른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 평등성, 사회보장, 범죄율, 사회적 유동성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개인의 역량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인데 이에 관해서는 나라마다 가치관도 다르고 제도와 정책과 기준이 다르다. 어쨌거나 지난 2000년 실시한 15세 학생들의 능력검정에서 미국 학생들이 중하위권이었는데 그 후 12년이 지난 2012년 27세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미국 성인들이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의 순위가 낮은 이유가 앞서 말한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 때문이라고 한다. 즉, 개인중심의 복합적 이민사회인 미국은 의료, 빈곤률, 수감률, 기대수명, 영아사망 등 사회복지분야에서 통상 다른 선진국보다 순위가 떨어진다.
그렇다 해도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리능력(수학) 분야에서 미국의 8학년 학생들이 최하위권인데 성인들도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은 미국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개인의 역량과 노력과 책임에 따라 차등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미국사회에서 그동안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것이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과학기술이 계속 진전되고 사회기능이 점점 복잡다단해 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이 점점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미국의 대학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나라의 장기적 번영이 점점 더 인적자원에 의존하는 오늘과 내일의 현실에서 보았을 때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미국의 대학 당국이 심각한 자기 성찰을 해야 할 때다.
어린 학생들의 ‘쇼 & 텔(Show-and-Tell)’로부터 시작되는 미국 특유의 문제탐구적 교육을 계속 강조하는 한편, 노벨상 후보감들을 위한 영재교육과 학습장애자들을 위한 특별교육을 아우르는 보편성도 지향해야 한다. 교사/교수들의 자질향상, 처우개선, 의욕증진, 그리고 학사관리와 평가 등에 관해서도 미국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교육이 최고의 살 길이라는 가치관이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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