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TV 화면에서 보는 중남미 아동들의 미국 밀입국 실상은 연민이나 동정심과 아울러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서 한탄을 자아낸다. 때로는 너덧 살짜리를 포함한 아이들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로부터 1,000~ 1,500마일의 길고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여정을 거쳐 멕시코·미국 국경에 도착해서는 몰래 미국으로 들어온다.
국경순찰대나 이민국 직원들에게 잡히는 게 아니라 제 발로 자수하면 수용소에 수감되는데 텍사스 수용소들이 부족하여 캘리포니아 어느 도시로 그들을 옮기려고 하면 이민자 권익단체와 불법이민 반대론자들의 대결 상태로까지 번진다.
여러 관련 글들을 읽어보니 워싱턴 포스트의 논설위원인 찰스 레인의 최근 칼럼이 사태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레인은 이 사태를 ‘인도주의적 위기’ 정도가 아니라 ‘미국의 스캔들’이라고 명명한다. 많은 법률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이민 법령들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의 법’이라고 불려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2년에는 약 5,000여명이더니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는 무려 5만2,000명 이상이 되는 미성년자들이 흉악한 밀입국자들로부터 상당수가 성폭행까지 당하면서 미국 잠입 행에 오르는 배경에는 부시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2008년 12월23일에 서명한 ‘윌리엄 윌버포스 인신매매 희생자 보호 계속 시행법’이라는 긴 이름의 법이 있다. 윌버포스란 영국인은 19세기노예매매 관습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자였기에 그 법이 그리 불리게 된 모양이다.
전 세계 성노예매매 피해자들 중 어린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위험에 처한 아동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으니까 상하 양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부시의 서명으로 연방법이 된 것이다.
그러나 발효된 지 5년 사이에 윌버포스 법은 대혼란을 초래한 원천이 되었고 그 법의 희생자들은 아이들이며 최대 수혜자들은 인신매매꾼들이라는 게 레인의 주장이다. 어째서 그런 결과가 되었는가?
그 법의 가장 큰 실수는 어른들과 동행하지 않고 미국에 도착하는 미성년자들이 성 인신매매의 희생자일지 모른다는 이유에서 그들에게 이민재판을 보장하는 동시에 그 아이들에게 미국에 거주하는 친척이 있으면 이민판사가 그 사건을 맡을 때까지 친척과 함께 살도록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민판사들의 폭발적인 업무량 때문에 재판이 있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고 그동안 그 아이들이 잠적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친척이 없어서 계속 수용소에 있거나 임시거처 가정으로 분산되는 그 아이들이 이민재판에서 성매매의 피해자임을 입증할 수 없는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자기 나라로 추방당하게 된다. 그동안 그들을 부양하고 교육시키는 비용은 고스란히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의 몫이니까 여간 문제가 아니다.
인간 비극을 초래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은 항상 범죄단체들이다. 이번 경우에도 멕시코의 인신매매 마피아들이 한 아이 당 5,000~ 1만달러씩 받고 중남미 나라들에서 미국에 갈 아이들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그 험난한 여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죽거나 성폭행을 당해도 돈만 벌면 된다는 범죄조직원들은 테러리스트와 꼭 같이 인류의 공적임에 틀림없다.
이 위기를 해결하려는 연방정부의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바이든 부통령을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들에 보내 그 같은 밀입국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그렇게 도착하는 아이들이 추방될 것임을 주지시키려 했지만 이민국 직원들 앞에 투항하는 아이들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서로 책임 전가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오바마가 해결책으로 37억 달러 예산을 요구했지만 어떤 공화당 상원의원은 2,000만 달러면 그 아이들 모두 1등석에 태워 추방할 수 있는데 무슨 소리인가라는 무책임한 응수를 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오바마는 공화당 다수 하원에서 상원의 이민개혁법안을 심의조차 안한 까닭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투인 반면 공화당에서는 오바마가 드림법이다 하며 불법체류 미성년자들이 학생이면 추방유예를 받도록 행정조처를 한 것이 사태 악화에 기여했다고 반박한다.
미국으로 잠입하는 아동들을 포함한 불법이민 문제는 미국의 큰 골칫거리로 남아있을 확률이 크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