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흠<논설위원>
가톨릭의 고백성사란 신자가 알게 모르게 범한 나의 죄를 용서받는 성사이다. 고해성사라고도 한다. 사죄의 기도를 드릴 때는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맥시마 쿨파(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라고 한다. 라틴어인 이 말은 “내 탓(잘못)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다”라는 기도문이다. 가톨릭의 고백에는 ‘네 탓’이 없고 오직 ‘내 탓(Mea Culpa)만 있는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며 불가에서도 ‘모든 것이 오직 제 마음 탓’이라고 가르친다. ‘고사 성어에도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표현이 있다.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라는 뜻이다. 어떤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말의 ‘내 탓이오’와 의미가 통한다. ‘잘 되면 제 덕,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과는 상반된 뜻이다.
세상살이에 가장 현명한 방법은 모든 일을 내 탓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이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삶을 살다보면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 변명과 핑계를 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면 성공은 멀뿐이다. 모든 것은 내 탓이고 절반의 책임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직업과 직장을 선택한 것도 내 탓이다. 좋은 주인을 만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주인을 만날 수 있다.
인정을 받을 수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홀대를 받을 수도 있다. 그 어떤 상황에 처할 때마다 나는 뭘 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상황은 대부분 자신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기 탓인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서 잘한 것은 남이 도와준 덕분이다. 못하고 못난 부분의 책임은 나에게 있음을 분명히 알고 바꿔야 한다. 그럴 때 성공의 문턱에 한 걸음 더 다가 설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남을 탓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그 어떤 일에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남을 탓한다. 분명 자신이 실수한 일인데도 자신의 탓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 잘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잘 못된 일은 무조건 남의 탓이다.
장사가 안 되면 주인은 종업원 탓, 종업원은 주인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단체경기를 할 때도 잘한 것은 ‘내 탓’이고, 잘못한 것은 ‘네 탓’이다. 팀워크가 무너지니 경기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는 한인회나 사회봉사단체 심지어 친목모임 등도 똑같다. ‘내 탓’이라고 나서는 리더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남만을 ‘탓’할 뿐이다. 그러니 단체가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매 한가지다. 자녀가 잘못되면 자기 탓으로 여기지 않는다. 자녀가 나쁜 친구를 사귀었다고 남의 자식을 탓할 뿐이다. 내 것과 네 것 조차 구분하지 못하니 내 탓과 네 탓도 구별하지 못한다. 결국 네 탓은 물론 내 탓도 모두 네 탓으로 결론짓는다.
내 탓은 네 탓이고 네 탓도 네 탓으로 돌린다. 내 책임은 항상 그럴듯한 핑계 속에 숨겨버리고 남의 탓만 하고 있다. 그 게 요즘 한인사회가 아닌가 싶다.‘내 탓’과 ‘네 탓’은 불과 한 획 차이다. 그러나 품은 속뜻은 천양지차다. 내 탓에는 책임이 들어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책임지는 모습이다. 걸핏하면 남 탓하는 무책임과는 전혀 다르다.
내 탓에는 진실도 담겨 있다. 내 탓임을 인정하는 진실은, 거짓으로 둘러대며 도망치는 네 탓과는 다르다. 내 탓에는 양심도 스며있다.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양심은 남의 잘못인 양 딴청부리는 네 탓하고는 다르다. 글자 한 획이 무책임과 책임, 거짓과 진실, 양심과 비양심을 구분한다. 현실 속에서 내 탓을 인정하는 사람과 네 탓 만하는 사람은 인격이 다르고 삶의 질이 다르다는 말이다.
‘내 탓’은 ‘내 탓’이고 ‘네 탓’은 ‘네 탓’이다. 네 탓에 파묻힌 사람에게서 내 탓을 찾아내는 용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 탓을 볼 줄 아는 사람은 네 탓 속에서도 내 탓을 찾아낸다. ‘네 탓’ 속에서도 ‘내 탓’을 발견할 줄 아는 인격, 아름다운 용기, 올곧은 양심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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