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을 당할 수도 승진할 수도 없는” 자리라고 표현되는 9명의 연방대법원 판사들이 미국 법조계의 최고 정점임은 두 말이 필요 없다. 쟁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의 적법성 또는 위헌성을 최종 결정하는데 더해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관계, 정부와 시민의 관계 등 상고되고 대법원이 취급하기로 결정하는 형사 및 민사 사건들의 최종 판단 기관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낙태를 합법화한 로우 대 웨이드(1973년) 결정을 예로 들어 보자. 그 이전에는 엄마의 생명을 건지기 위한 것이 아니면 낙태가 범죄라서 처벌 받을 수 있었던 주들이 대다수였지만 그 결정으로 낙태가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었다.
줄잡아서 1년에 50만건의 낙태가 발생한다면 지난 41년 동안 2,000만 이상의 생명이 태어나기도 전에 희생되어 버린 것이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서 세포 분열이 시작되는 때부터 생명이 시작된다고 보는 가톨릭이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게 그같은 통계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이 양식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과 다르지 않다.
그와는 정반대로 생명은 태아를 출산해야만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여권 주창자들은 여자의 몸은 여자 마음대로 결정해야 되는 것이라면서 낙태를 제한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배척한다.
1년에 약 1,000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는 가운데 70여건만을 선택하여 쌍방 변호인들과 구두 논쟁을 포함한 심리 후 10월1일부터 6월30일 사이에 대법원 판결을 발표하는 관행은 금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아들 부시 임명), 앤토닌 스칼리아(레이건), 앤서니 케네디(레이건), 클레어런스 토마스(아버지 부시), 루스 베이더 긴tm버그(클린턴), 스티븐 브라이어(클린턴), 사무엘 얼리토(아들 부시), 소냐 소토메이오(오바마), 엘레나 케간(오바마)은 이번 회기에서 9대0의 만장일치 결정을 5대4의 보수 진보 또는 진보 보수 판결 보다 두배 이상 했다고 해서 뉴스가 되었다.
그러나 9대0의 결정에도 몇 명의 동조 의견문을 주 판결문에 첨부시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실제로 계속 된다는 해석이 맞는 듯하다.
어떤 사람이 체포될 때 그의 수중이나 차 속에 있는 것은 모두 수색영장 없이도 경찰이 수색할 수 있는 현 제도를 셀폰에까지 적용시킬 수 있는가라는 이슈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이 쓴 만장일치 판결문에서 아니라는 결정이었다.
셀폰 보급률이 90%나 되는 현 세상에서는 “하찮은 일로부터 은밀한 일”에 이르기까지 셀폰에 다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셀폰 내용을 수색하기 위해서는 수색 영장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6월30일에 발표된 두 사건은 5대4로 보수 진영의 승리였다. 오바마케어에 명시된 대로 고용주들은 여직원들에게 FDA 승인 피임약이나 기구를 모두 제공하는 보험을 마련해야 되는 것을 하비 로비란 가족회사와 아미쉬 교인들이 경영하는 가구회사가 (가족)회사 주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도전한 것에 대한 판결이 그중 하나다.
하비 로비는 데이빗 그린이란 부부가 1972년에 창업한 공예 오락용품 회사로 이제는 500 이상의 점포와 1만3,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창업자들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로서 보통 피임약이나 기구는 괜찮지만 사후 피임약이나 IUD는 낙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여 종업원들의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이 자신들의 종교적 자유와 신념을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다.
종교 자유 회복법(RFRA)이라는 연방법이 큰 규모의 회사라도 주식이 상장되지 않은 개인회사라면 그 소유주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ACA의 낙태 촉진 약품을 포함한 보험조항을 강제할 수 없다는 판결로 그린 부부와 아미쉬 교도들이 승소하게 된 것이다. 얼리토의 주 판결문에 대한 긴스버그의 반론이 날카롭게 대치되었다.
고령의 대법원 판사들이 은퇴를 꺼리는 이유가 자기와 같은 성향의 후임 판사들이 임명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하니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계속 될 것이다. 나는 낙태 합법화가 뒤집어지기를 바라는 생명 경외론자이지만 이 세상에서는 어림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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