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크마 ‘조선미술대전’ - 주제별 주요 작품 ① 왕과 궁궐
‘왕과 궁궐’ 전시실의 한 부분. 벽면의 왼쪽 병풍이 ‘십장생도’, 가운데가 ‘일월오봉도’, 오른쪽 족자는 ‘정조어필’이다.
궁중제례 사용 모란도·십장생도
선종 탄생 축하‘왕세자탄강계병’
프랑스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정조가 친필로 쓴 ‘정조어필’
최고의 미감 칭송‘철화끈화병’
조선 백자의 백미‘달항아리’ 선봬
조선 왕조(1392~1910) 500년을 망라하는 ‘조선미술대전’은 LA카운티 미술관(LACMA)이 개최하는 최초의 주요 한국미술전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조선왕실, 잔치를 열다’ 전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는 ‘황금의 나라, 신라’를 열었던 사실에 비추어보면 해외에서 가장 큰 한국 갤러리를 가진 라크마로서는 오히려 늦은 감이 느껴질 정도로 이번 쇼는 무르익은 관심과 기대 속에 개막됐다.
버지니아 문 라크마 한국미술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여타의 한국미술 전시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말한다. 단지 한 시대의 미술품을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조선시대의 특징을 5개 주제로 나누어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현대 한국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라는 설명이다.
태조 이성계 이후 518년 지속돼 온 왕권이 남긴 유물, 유교 가치관이 조선사회에 미친 영향, 효사상과 조상 제사의 문화, 개인 종교로서 계속 영향을 가졌던 불교문화, 그리고 서구문물과의 교류로 인한 근대화의 모습 등 조선시대 문화와 예술을 폭넓고 포괄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문 박사는 “조선 말기를 보여주는 전시는 처음”이라며 “유교문화의 조선 왕조와 사회가 근대화의 물결 속에 완전히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포함시켰다”고 강조하고 “한국의 마지막 왕조와 현대의 우리를 연결시켜 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대여한 150여 미술품(라크마 소장품 13점 포함)이 전시된 ‘조선미술대전’을 5개 주제별(왕과 궁궐/ 조선사회/ 제사와 유교 가치관/ 조선 불교의 지속과 변화/ 현대 속의 조선) 전시 내용과 주요 미술품 중심으로 5개 시리즈로 정리한다.
(1)왕과 궁궐(The King and His Court)
‘조선미술대전’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전시실이고, 국보와 보물도 가장 많이 포함돼있다.
조선 왕조(1392~1910)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1,000년 넘게 국교였던 불교 정책과 결별하고 성리학의 윤리관에 입각한 유교 정책을 펼쳐나갔다. 이후 5세기 넘는 세월 동안 조선 왕실은 두 차례의 외세 침략을 받은 것을 제외하곤 평화를 유지했으며 왕실의 문화가 양반, 중인, 상민계층으로 서서히 침투하면서 궁극적으로 현대 한국의 문화적 뿌리를 배양했다.
27명의 왕이 통치하는 동안 수없이 치러지는 공식행사를 기록하기 위해 많은 예술품들이 왕실 위임으로 제작되었는데 중요한 작품들은 ‘도화서’에서 담당하여 궁중제례 및 공식행사에서 상징적 배경 막으로 쓰였던 호화로운 병풍화는 물론 ‘의궤’로 알려진 상술서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이 첫 번째 전시실에는 조선 왕의 상징인 ‘일월오봉도’, 부와 명예를 나타내는 ‘모란도’, 축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도’, 고종의 둘째 아들 선종의 탄생을 축하하는 ‘왕세자탄강계병’ 등의 대형 병풍들이 전시돼 있다(병풍과 회화작품들은 보존문제로 오랜 기간 전시가 어렵기 때문에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라크마, 휴스턴 미술관에 각각 다른 작품이 대여된다).
또한 상세한 국가 기록인 의궤도 2점 선보이는데 프랑스로부터 3년 전 돌려받은 외규장각 의궤 중 ‘현경혜빈양례도감의궤’가 왔고, 18미터 길이의 족자 ‘가례반차도’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대형 스크린으로도 그 정교한 그림이 시뮬레이션으로 자세히 묘사된다.
이 외에도 황금옥새인 ‘영조어보’와 비운의 사도세자를 왕세자로 책봉했을 때 반포한 글을 새긴 ‘장조죽책’, 정조가 직접 쓴 ‘정조어필’ 등이 위세를 자랑하고, ‘백자철화매죽문호’(국보 166호), ‘백자 철화끈화병’(보물 1060호), ‘백자 달항아리’(보물 1437호), ‘백자 청화철화삼산뇌문산뢰’(보물 1056호) 등 세계적인 조선의 백자들과 15세기 초의 분청 ‘상감초화문 태항아리’도 나들이했다.
이 중 ‘철화끈화병’은 마이클 고반 라크마 관장과 김영나 국립박물관장이 모두 개인적으로 최고의 현대적 미감을 가진 작품이라고 칭송한 도예품이고, 언제나 세계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는 ‘달항아리’는 이번에도 LA타임스가 극찬에 극찬을 보낸 조선 백자의 백미라 하겠다.
태항아리는 조선 왕실에서 왕자와 공주가 태어나면 아기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록한 태지석과 태반, 탯줄을 담아 궁에서 멀리 떨어진 좋은 장소에 안장했던 항아리로, 이는 왕손의 태를 잘 관리해야 자손과 나라가 번성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숙희 기자> <사진 LACM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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