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라이언 김 경영칼럼
▶ 터보에어 그룹 회장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업은 중세에 이르러 지중해 연안의 여러 나라 사이에 무역업이 발달하면서 각 나라의 돈을 바꿔주는 환전소를 시작으로 본격화 됐다.
다음으로 고객들의 화폐와 금과 은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 금고역할을 거치며 차츰 오늘날 은행의 개념으로 발전했는데, 현대적 은행 개념을 본격 도입한 사람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게토에 살던 한 유대인이었다. 셈에 밝았던 이 유대인은 방카라는 교환소를 열어, 당장 필요치 않은 상인들의 금과 은 화폐 등을 보관해 주고 수수료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필요가 없어 맡겨 놓은 재화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함을 간파해 보관중인 돈을 일정기간 빌려주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언뜻 위험요소가 클 것 같은 이 사업은 네 가지 전제에 의해 가능했는데, 첫째 여러 사람이 맡긴 돈이나 금을 한 번에 전체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둘째 전액을 찾더라도 모든 사람이 동시에 찾아 가지는 않는다. 셋째 보관 중인 자산을 찾아가더라도 그 사이 다른 누군가 그만큼 맡긴다. 넷째 리스크가 기회보다 작다.
승수효과와 신용을 기반으로 한 이 사업모델은 무엇보다 높은 회전률과 안전한 회수율에 성패가 달렸음을 알 수 있는데, 이 개념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날씨가 맑을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거둬간다”
흔히 은행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이 말은 은행이라는 특수한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신용이 약화됐음을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일반 비즈니스와 달리 은행업은 2~4% 작은 마진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대표적 ‘high risk, low return’ 비즈니스다. 가령 30% 마진을 남기는 사업은 고객이 3년 후 파산을 해도 그동안 수익으로 대부분 원가를 커버할 수 있지만, 3%의 적은 마진을 남기는 은행은 대부분의 원금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맡겨 놓은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하는 사업의 특성상 개인 사업임에도 은행은 공적인 요소가 강하다. 설립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만들어놓은 까다로운 규정을 지켜야 하고 정기적으로 감독 당국의 깐깐한 감사를 받아야 함은 물론,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주주나 경영진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폐쇄조치도 당한다.
따라서 매사에 신중하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은행의 기본업무다.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은행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서로 간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들의 은행거래는 필수이며, 어떤 회사도 은행의 협력 없이 큰 기업으로 성장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사업에서 얻어진 수익만으로 회사를 키운다면 몇 세대가 지나도 대기업으로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대에 거부가 된 사람들 모두는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은행과 두터운 신뢰관계를 구축한 경영자들이었음은 반듯이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이렇듯 성공의 요건인 은행과 신뢰를 쌓기 위해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두 가지 필수요소가 있다.
첫째는 은행과 약속은 어떤 것이든 철저히 지켜야 한다. 신용을 근간으로 하는 필드에선 사소한 약속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정직은 기본 중 기본이다. 한때는 은행을 잘 속이는 게 유능한 사업가인 것 같은 나쁜 행태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이 끝까지 성공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아무리 어렵고 절실해도 은행을 속이는 것은 사업 파트너나 주주들을 속이는 것과 다름없는 최악의 행위임을 잊어선 안 된다.
언행이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사람들의 평판 등 은행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소소한 당신의 행동도 노련한 금융인은 놓치지 않고 모니터링 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고객의 성공 없이 “스스로는 성공할 수 없는 사업” 이것이 은행업의 특수성이다.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극 활용하는 사람에게 보다 큰 성공의 열매가 기다릴 것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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