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활동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지는 시기이다. 이런 때면 평소에 별로 움직이지 않다가 주말에 급격하게 바깥활동을 하거나 격하게 움직이는 ‘Weekend warrior’ 즉 주말전사들이 출몰하는데, 이들 주말전사는 종종 근골격계에 무리가 오거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기도 한다. 가벼운 근육통과 타박상부터 관절을 접질리거나 심하면 골절에까지 이르는 부상을 입게 되는 것이 바로 주말전사들의 급격한 운동 때문이다.
‘주말전사’라는 말을 들으면 여러 가지가 연상되지만 족부의로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아킬레스 건(Achilles tendon)의 파열이다. 잘 알다시피 아킬레스건이라는 말의 유래는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의 최고 영웅 아킬레스로부터 비롯되었다. 아킬레스의 어머니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로, 자기 아이가 훗날 전쟁에서 죽을 것을 알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아기인 아킬레스를 저승의 강에 담가서 불사신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 때 테티스가 아킬레스의 발뒤꿈치 부분을 잡고 물에 담그는 바람에 그 부분만 물에 닿지 않아 약점이 되었는데, 훗날 아킬레스가 전쟁 중 바로 이 부분인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어서 그 부위를 아킬레스건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아킬레스건은 우리 신체에서 가장 크고 강한 힘줄 중 하나이다. 발목과 무릎을 지나는 두 개의 관절근육으로 이루어진 힘줄이 뒤꿈치 뼈에 맞닿은 것으로, 발목의 뒷부분을 잡으면 이 힘줄, 즉 아킬레스건이 쉽게 만져진다. 이 힘줄은 중요한 관절근육 두 개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상의 위험도 높다. 특히 뒤꿈치 뼈에서 위로 2-6cm정도 된 부분의 힘줄부위에는 혈관도 적을 뿐더러 활동성이 적을 때 쉽게 위축되기 때문에 아킬레스건의 파열의 십중팔구가 이 부분에서 일어난다.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이 부분을 ‘경계선’ 또는 ‘분수령’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아킬레스건 파열은 주로 점프 동작에서 발생하지만, 급하게 시작하거나 멈추려고 하는 모든 동작에서 일어날 수 있다. 아킬레스건 파열 때 환자들은 대개 “퍽”하는 파열음과 함께 파열되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힘줄의 파열은 으레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반면 의외로 아킬레스건의 파열은 상대적으로 그 통증이 크지 않은데, 이는 위에서 말한 2-6cm의 분수령 구간에 신경이 덜 발달되어서 큰 부상임에도 통증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환자는 절뚝거리며 며칠을 지내다 병원을 찾기도 한다.
이런 아킬레스건 파열의 일부는 자연적으로 섬유상처조직이 생겨서 파열이 메워지기기도 한다. 부상 후 몇 개월이 지나 내원한 환자에게서 이러한 자연치유적 섬유상처조직으로 메워진 힘줄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캐스팅(소위 ‘기브스’)이나 수술적 요법이 필요하다. 캐스팅할 때 어떤 환자들은 다친 부위인 발목까지만 캐스팅을 해달라는 경우가 있는데, 두 개의 관절근육을 지나는 아킬레스건의 특성상 그것은 하나마나 한 치료가 되고 만다. 따라서 아킬레스건 파열은 꼭 무릎 위까지 캐스팅을 해야 하며, 아킬레스건과 근육이 수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가락을 약간 내리고 무릎을 약간 구부린 상태로 캐스팅을 한다. 캐스팅 후 4주가 지나면 발목과 무릎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대개 6주 정도가 되면 일상적인 움직임과 보행이 가능하다.
파열의 정도가 심하면 캐스팅 전 끊어진 힘줄을 봉합하여 이어 붙이는 수술적 요법이 필요하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아킬레스건은 위에서 아래로 일직선으로 내려오지 않고 90도 정도 뒤틀려 내려와 뒤꿈치 뼈에 붙기 때문에 힘줄을 이어 붙이기 전 무릎과 발목을 여러 번 움직여 가면서 근육들의 움직임과 비교하여 최적의 부위를 이어 붙여야 수술 후 근력과 보행에 지장이 없다.
MBA의 농구스타들이나 브라질 월드컵의 축구선수들은 한 시간이 넘게 뛰는 동안 지속적으로 아킬레스건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10여 년 이상 같은 동작을 반복해가며 훈련한 선수들이다. 우리가 마음만 선수가 되어 안 하던 격한 운동을 하거나, 밀린 숙제 해결하듯 운동을 한꺼번에 몰아서 한다면 당신은 ‘주말전사’이며 큰 부상에 노출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충분한 준비운동과 반복된 훈련만이 당신의 운동 기량을 높여주며 당신이 부상 없이 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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