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 5명 교체하고 공격으로 나선 알제리에 ‘와르르’, 총체적 부실 전반에 승부결정…후반엔 자존심 지켜
▶ 알제리에 2-4… 16강 희망‘빈사상태’
후반 17분 정교한 2대1 패스로 한국 중앙수비를 허문 야신 브라히미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팀의 4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막의 여우’(Desert Foxes) 알제리의 교란 작전에 홀린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졸전을 펼친 전반이 한국의 16강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
홍명보호가 22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벌어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로 무릎을 꿇으며 16강 진출 희망이 ‘가물가물’해졌다. 1무1패(승점 1, 골득실 -2)를 기록한 한국은 16강 자력 진출길이 사라졌고 오는 26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미 16강행이 확정된 H조 최강 벨기에(2승)를 무조건 이겨야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물론 한국이 벨기에를 꺾더라도 알제리(1승1패, 골득실 +1)와 러시아(1무1패, 골득실 -1)의 경기에서 알제리가 이기면 무조건 한국은 탈락이다. 무승부 또는 러시아가 이기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무승부일 경우 알제리, 러시아가 이길 경우 러시아와 골득실차를 따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골득실에서 한국이 이들 3개국 중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어 골득실로도 16강에 오를 확률은 희박하다. 골득실 열세를 고려하면 한국이 벨기에를 최소한 2~3골차 이상 이겨야만 16강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한국이 벨기에를 1골 차로 꺾는다면 알제리-러시아 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한국이 16강에 오르는 시나리오는 없다. 사실상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홍명보호가 살아날 길이 없는 셈이다.
그동안 한국의 1승상대로 여겨진 알제리였다. 하지만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는 생각에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선수들은 하나같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경직된 움직임을 보였고 0-3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치며 사실상 승부도 끝나고 말았다.
알제리는 알제리는 조심스럽게 나선 벨기에와 1차전과 달리 선발에서 무려 5명을 교체하고 공격적으로 나섰고 훨씬 예리하고 날카로운 패싱과 골 결정력으로 전반 한국을 일방적으로 압도, 러시아 전과 똑같은 라인업을 가동한 한국에 전반에만 3-0 리드를 잡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코칭스태프의 머리싸움에서 알제리의 완승을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한국은 후반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감에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활기를 찾고 알제리를 몰아쳤으나 전반에 입은 3골차 ‘치명상’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에선 긴장한 빛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쉬운 패스조차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패스의 연결력이 엉망이었다. 수시로 볼이 끊기며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수비라인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허둥지둥’의 전형이었다. 볼을 걷어내기도 바빴지만 걷어내는 볼조차 상대방 쪽으로 향하기 일쑤였다. 미드필드부터 완전히 장악당하면서 공격진도 모두 수비에 더 바빴고 전반 내내 단 1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알제리가 잘하기도 했지만 한국 대표팀이 과연 이 정도로 못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다.
전반 초반부터 계속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가던 알제리는 전반 26분 선취골을 뽑아냈다. 후방에서 길게 차 준 볼이 한국진영 한복판으로 높이 튀면서 들어갈 때 한국의 두 센터백 홍정호와 김영곤이 알제리의 이슬람 슬리마니를 양쪽에서 커버했으나 두 명이 한 명을 막지 못했다.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슬리마니는 홍정호와 김영곤의 사이를 뚫고 골키퍼 정성룡의 옆으로 왼발슛을 밀어 넣었다.
첫 골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알제리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오른쪽에서 압델무메니 자부가 올린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라픽 할리시가 파워풀한 헤딩으로 꽂아 넣었다.
할리체가 점프할 때 함께 점프해준 한국 수비수는 하나도 없었고 할리시는 펀칭을 위해 튀어나온 정성룡보다 먼저 헤딩으로 볼을 잘라 한국 골네트를 출렁였다.
잇단 실점으로 거의 ‘멘붕’ 상태에 빠진 홍명보호가 3번째 골을 내주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롱볼 하나에 수비라인이 맥없이 허물어졌다. 홍정호가 헤딩으로 볼을 커트한다고 했으나 그 볼은 바로 앞에 있던 알제리 공격수 슬라마니 발밑에 정확히 떨어졌고 슬리마니가 가운데로 살짝 내준 볼을 자부가 왼발로 차넣어 3-0으로 만들었다.
패색이 짙어진 한국은 후반 들어 필사의 각오로 공세로 나섰고 후반 5분만에 후방에게 길게 넘어온 볼을 잡은 손흥민이 왼발슛으로 한 골을 만회, 반격의 불씨를 지피는 듯 했다. 이어 후반 10분에는 오른쪽 엔드라인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을 재빨리 시도해 구자철의 헤딩슛이 골문으로 향했지만 골라인에서 알제리 수비수가 걷어냈다.
후반 11분 부진했던 박주영을 빼고 장신 김신욱을 투입한 한국은 15분 기성용의 위협적인 중거리슛으로 계속 공세를 이어갔으나 알제리는 17분 야신 브라히미가 소피앙 페굴리와 정교한 2대1 패스로 한국의 중앙 수비를 완벽하게 허물고 추가골을 터뜨려 4-1로 달아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후반 27분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어뜨려준 볼을 손흥민이 미스한 뒤 이근호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구자철이 왼발로 밀어 넣어 한 골을 만회했지만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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