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와 호흡을 같이 해 온 미주 한국일보가 오늘로 창간 45주년을 맞이했다. 결코 짧지 않았던 지난 세월동안 한국일보는 미주 한인사회의 태동과 성장을 지켜 본 증언자로서, 또 한인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있도록 인도하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왔다. 미주 한국일보는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의 사시를 잊지 않으며 한인사회 역사 기록자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해 왔음에 자부심과 감격을 느낀다.
미주 한국일보의 과거와 현재는 한인사회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한다. LA 한인사회 인구가 1만명에 불과하던 시절 미주 지역 최초의 정론지로서 고고성을 울린 한국일보 창간호는 지금 기준으로는 비록 형편없는 판형에 조악한 인쇄였지만 그 초라함 속에서 언론으로서의 생생한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역사를 더하면서 신문이 외적으로 한층 세련되고 매체로서의 형태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지만 단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언론으로서 미주 한국일보에 부여된 사명에 대한 자각이었다.
미주 한국일보는 모국이 아닌 이역만리에서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한인들에게 꼭 필요하고 요긴한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써 이민생활의 길잡이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 또 모국의 사회 정치적 격동과 미 주류사회의 변화 속에서 한인사회가 올바른 시각과 판단을 가질 수 있도록 선도해 왔다.
한인사회가 무수한 도전과 시련을 넘어 주류사회도 주목하는 번듯한 커뮤니티로 성장하기까지 미주 한국일보는 한인사회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이런 상생의 정신이 있었기에 한국일보와 한인사회는 4.29 폭동과 미증유의 경기침체 같은 고난의 시기를 같이 극복하고 헤쳐 나올 수 있었다. 지금 와 돌이켜 보면 감회가 새로운 지난 세월이 아닐 수 없다.
한인사회가 이 땅에 내린 뿌리는 앞으로도 계속해 널리 널리 뻗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이민 1세대와 2세대인 우리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존’과 ‘공감’이라는 21세기적 가치에 한인사회가 좀 더 고민하고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내 입장, 내 처지만 헤아리는 편협함으로는 커뮤니티라는 나무의 가지가 울창해지기 힘들다.
사실 갈수록 두드러지는 양극화는 우리의 미래를 좀 먹고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현상이다. 경제적 양극화는 사회의 초석이 돼야 할 ‘신뢰’라는 가치를 심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념적 양극화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런 양극화의 심화에는 자신들이 속한 진영의 논리만을 확산시키는 데 몰두해 온 일부 편향된 언론매체들의 책임이 작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왜 신문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는 치우침과 쏠림의 악순환에 휩쓸리지 않고 미주 한인사회가 건강한 갈등과 대화를 통해 전향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힘쓸 것이다.
한국 언론은 현재 심각한 신뢰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진실을 보도하기 보다는 언론의 이익에 따라 왜곡을 일삼아 온 데 따른 자업자득이다. 이런 위기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많은 한국 언론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는 한국 언론의 위기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 않는다. 한국 언론의 위기를 그동안 우리는 어떠했는지를 돌아보고 비춰보는 반면교사로 삼고자 한다. 그래서 만약 미진하고 부족했다면 좀 더 나은 언론, 부끄럽지 않은 신문이 되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경구가 리히텐베르크는 1년 치 신문을 정독한 후 이런 촌철살인의 결론을 내렸다. “신문에는 50%의 잘못된 희망과 47%의 잘못된 예언, 그리고 3%의 진실밖에 없었다.” 그가 남긴 경구에는 과장이 있지만 언론을 올바로 세우기 위한 죽비의 내리침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미주 한국일보는 진실과 올바른 희망을 더욱 더 많이 담아내는 그릇이 될 것을 독자들에게 약속한다. 지난 45년 동안 독자들이 보내준 한결같은 성원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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