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퍼즐을 몇 날 며칠 동안 맞추다가 마지막 몇 조각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마무리를 하려고 남은 퍼즐을 세어보니 퍼즐 한 조각이 없다. 온 집안을 쥐 잡듯 뒤져도 사라진 퍼즐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커다란 퍼즐을 완성하느라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한 조각 퍼즐의 존재유무에 따라 의미가 있는 일이 되거나 무의미한 시간 낭비로 끝나버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초초함이 고조되어 가던 그 때 카페트 아래에 웅크리고 있던 퍼즐 조각을 찾았다. 드디어 퍼즐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퍼즐에는 흥미로운 속성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퍼즐의 크기나 종류와는 상관없이 전체 퍼즐을 구성하는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이 대체불가한 존재여서 한 조각을 잃어버리면 전체 퍼즐을 완성할 수 없다는 점이고, 둘째는 전체의 완성에 있어서 핵심 역할을 하는 한 조각 한 조각의 퍼즐이지만 일단 퍼즐판을 벗어나게 되면 그 퍼즐 조각의 효용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퍼즐의 이러한 속성은 인간 세계와 꽤 닮아있다. 퍼즐 조각에 해당하는 개인이 모여 퍼즐 완성품에 해당하는 사회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도 사회 속에서 퍼즐 조각처럼 자신이 아니면 안되는, 대체가 불가능한 자리를 차지 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언듯 개인의 존재가 쉽게 대체되어가는 사회에서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나라는 존재가 전 우주 속에 나 하나 뿐이라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나만이 가지는 독특한 자리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볼 일은 잃어버린 퍼즐처럼 사람이 자신이 속한 판에서 벗어나 아무리 노력해도 딱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없는 낯선 곳에 위치하게 될 때다. 이런 경우 사람도 퍼즐처럼 효용 내지 존재의 이유를 찾기 어려워 지는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를 떠나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은 가족, 친구, 직장동료, 공동체, 지역사회, 국가 등 다양한 모습의 사회에 속하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의미를 탐색한다. 그런데 가끔 내가 속한 곳이 낯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경우는 대게 준거집단-한 개인이 자신의 신념, 태도, 가치 및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데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사회집단-과 소속집단- 자신이 물리적으로 속해 있는 집단-이 불일치할 때이다. 집단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 확인 되지 않을 경우 갖가지 한계에 부딪히면서 개인이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고통이 발생하게 된다. 이민자들의 경우 실제로 몸이 속해 있고 삶을 꾸려나가는 곳이 타국이지만,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하는 기준이 모국일 경우가 많이 있는데, 준거집단과 소속집단이 일치하지 않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마치 본래의 퍼즐판에 속하지 않은 퍼즐처럼 특정 집단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여도 겉도는 느낌, 소외감, 피곤함, 외로움등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감정은 그 집단 내에서 본인의 효용과 가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게 된다.
이쯤에서 다시 퍼즐 이야기로 돌아가 생각을 해 본다. 한 조각 퍼즐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체 퍼즐에 편입되지 않을 경우 존재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전체 퍼즐도 그 한 조각 퍼즐이 없다면 미완의 퍼즐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즉,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은 전체 퍼즐과 동일한 가치를 가진 존재인 것이다.
내가 속한 곳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불편하고 답답하다면 내가 완성해 내야 하는 전체 퍼즐은 내 소속집단이나 준거집단을 넘어서 존재한다는 자각을 가졌으면 한다. 각 개인이 세계라는 공동체에서 가지는 각별한 위치는 대체 불가능하며 세계 공동체도 내가 가지는 유일무이한 가치 없이는 온전히 완성될 수 없다는 믿음을 키웠으면 한다. 퍼즐 조각이 모두 연결이 되어야만 비로소 전체 퍼즐이 되는 것처럼 내가 채워야 하는 부분은 내가 채우지 않으면 나도 공동체도 고스란히 기능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위안을 얻기 바란다.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고 동시에 개인과 전체가 연결된 유기적인 세계에 내가 위치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고 삶을 변화시켜나가는 시발점으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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