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3인방, 내달 ‘올스타 베토벤’ 나잇서 카리스마 대결
▶ 걸작 5번 심포니 함께 선보여… 본보 미디어 스폰서 후원
오는 21일 개막되는 2014 할리웃보울 시즌의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회들 가운데 클래식 음악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7월22일과 24일 오후 8시에 열리는 ‘올스타 베토벤’(All-Star Beethoven) 나잇. 이 콘서트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레퍼터리가 베토벤 음악의 진수인 교향곡 5번 ‘운명’과 ‘트리플 콘첼토’인 점도 있지만 세계적인 스타 뮤지션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과 함께 프랑스 3인방인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Jean-Yves Thibaudet), 바이얼리니스트 르노 카퓌송(Renaud Capu?on)과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Gautier Capu?on) 형제가 트리플 콘첼토의 협연자들로 초청되는 ‘블락버스터’ 환상의 무대다. 이렇게 중요한 2회의 프로그램에서 24일 목요일 콘서트는 특별히 본보가 공식 미디어 스폰서로 후원하고 있어 한인들에게는 더욱 뜻 깊고 설레는 연주회가 될 듯하다.
트리플 콘첼토와 교향곡 5번 C단조는 둘 다 베토벤의 가장 원숙기였던 30대 중후반, 창작의 절정기에 쓰인 걸작들이다. 정서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낭만주의 음악의 진수를 담고 있으며, 무엇보다 라이브로 들을 때 특별한 감흥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3중 협주곡’이라고도 불리는 트리플 콘첼토(Triple Concerto)는 굉장히 독특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보통 협주곡이 하나의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인데 비해, 3개의 악기를 한 무대에 세우는 협주곡은 당시로서나 현대에서도 파격적인 구성이기 때문이다.
피아노 트리오(바이얼린, 첼로, 피아노) 편성에 오케스트라 반주가 붙는 형식인데 3개 악기가 따로따로 돋보이면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관현악과 조화를 이루도록 끌고 가는 베토벤의 천재성에 경이를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완벽한 균형을 통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앙상블을 이루기 위해 각자 세계적 명성을 지닌 거장들이 한 무대에서 카리스마 대결을 펼치며 호흡을 맞추느라 얼마나 신경전을 펼쳤는지, 리허설 무대의 여러 일화도 전해 내려온다.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함께 한 음반들 중에서 최근 것으로는 이츠학 펄만의 바이얼린, 요-요 마의 첼로, 그리고 대니얼 바렌보임이 피아노를 치며 직접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공연이 아름답고, 카라얀이 지휘하고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얼린), 로스트로포비치(첼로), 리히테르(피아노)가 공연한 1970년 연주도 명반으로 꼽힌다. 쿠르트 마주어가 지휘하고 안네 소피 무터(바이얼린), 린 해럴(첼로), 앙드레 프레빈(피아노)이 연주한 공연도 명연으로 남아 있고 정경화, 명화, 명훈이 필하모니아와 연주한 것도 있다.
두다멜은 이미 카퓌송 형제와 피아니스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함께 한 트리플 콘첼토를 시몬 볼리바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녹음한 바 있고, 장 이브 티보데와는 수차례 협연 경험이 있어 이번 연주회에서 최상의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베토벤의 심포니 5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향곡일 것이다. ‘밤밤밤 밤~’으로 시작되는 도입부, 여덟 음의 단순한 동기로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은 서양음악 사상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온 클래식 교향곡 중 최고의 작품이라 해도 좋을 이 곡은 구상부터 완성까지 5년(1804~1808)이 걸린 대작으로, 청력을 상실한 베토벤이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듯 모든 고난과 비극을 극복하고 마침내 승리하는 불굴의 투지와 신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운명 교향곡’이라는 별칭은 일본에서 붙여진 것으로, 한국과 일본 외에서는 심포니 5번이 ‘운명 교향곡’으로 불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운명’이란 별칭이 붙게 된 것은 잘 알려진 대로 베토벤 사후 그의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가 쓴 베토벤 전기에서 “그가 1악장의 첫머리를 가리키며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고 기록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쉰들러의 기록은 과장과 미화가 많다는 사실 때문에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보다는 베토벤의 제자 카를 체르니가 기록한 바 베토벤이 공원 산책 도중 숲에서 노랑촉새의 “삐삐삐 삐~” 하는 노랫소리를 듣고 그 리듬을 떠올렸다는 설이 더 신빙성 있다.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2악장 안단테 콘 모토, 3악장 알레그로, 4악장 알레그로-프레스토로 이어지는데 독일 음악사학자 폴 베커는 각 악장마다 ‘투쟁’(Struggle), ‘희망’(Hope), ‘의심’(Doubt), ‘승리’(Victory)라는 별칭을 달기도 했다.
전설적인 연주로는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것이 꼽히는데 둘 다 비교가 불가능한 폭발적인 연주를 남겼다. 구스타보 두다멜은 이 교향곡을 스웨덴의 괴텐부르그 심포니,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것이 일부 유튜브에 올라 있다. 몇년전 괴텐부르그 심포니와 연주한 동영상(1악장 밖에 없어 유감이지만)을 발견한 이후 완전 매료돼 생각날 때마다 들어보곤 하는데 이유는 그 연주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파워와 에너지가 일상에 지친 나에게 놀랍도록 신선한 힘과 생기를 불어 넣어주기 때문이다. 워낙 대단한 교향곡이지만 온몸을 불사르며 지휘하는 열정덩어리 두다멜의 연주는 듣는 것, 보는 것이 모두 가슴 벅차는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연주를 이제 실제로 라이브로 듣게 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다. 내가 알기로 두다멜이 LA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후 5번 심포니를 연주하기는 처음이다. 7월24일 이날 하루 때문에 올여름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티켓 2~154달러. (323)850-2000, www.hollywoodbowl.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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