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국에서 일부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같은 신앙공동체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공개수배자를 비호하는 모습을 보여 세간의 눈총을 사고 있다. 차명 휴대폰을 구해다 주고, 차를 빌려다 주고, 은신처를 제공하고, 음식을 갖다 주고 있다고 한다. 신앙인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구원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원파가 속한 기독교 전체의 이미지 및 신앙인의 윤리적 행위와 연결되기에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물론 일부 구원파 신도 입장에서 볼 때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자신들과 함께 신앙생활하고 있는 유 아무개 회장 일가를 희생양 삼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을 것이고, 일면 억울하게 받아들이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드러난 기업 비리 규모가 상당하고 분명하기에 유 아무개 공개 수배자가 기업 경영 비리에 대한 직접적 책임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어도 도의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이 명백하다.
단체로 모여 종교의 이름으로 국가 기관에 대하여 위세를 시위하고, 법질서를 거부하고, 공개 수배자의 도피를 방조하는 일부 구원파의 신앙인답지 못한 행동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비난의 돌을 던지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 해 보자. 내가 잘 알던 사람이, 심지어 나에게 은혜와 호의까지 베풀던 사람이, 바로 어제까지 함께 종교적 진리를 나누고 신앙생활을 하던 한 구성원이 공개 수배자가 되어 수사기관에 쫓기게 되었다고 가정하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도움을 요청하는 그를 측은히 여겨 이른바 성경에서 배운 ‘사랑’의 정신으로 덮어주고 비호할 것인가? 아니면 죄가 없다면 수사기관에 자수해서 당당히 법적 대응을 하고, 죄가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라고 권면할 것인가? 쉽지 않은 결정이 우리 앞에 놓이게 된다. 바로 여기서 신앙인의 윤리적 성찰이 시작된다.
윤리적 성찰은 올바른 시비분별(是非分別)을 전제로 한다. ‘착함’의 뜻을 모르면 온전히 착한 사람으로 살기 어렵듯이, 옳고 그름을 식별할 줄 모르면 바르게 살 수 없다. ‘사랑’ 역시 사랑의 깊은 의미를 모르면 온전한 사랑의 삶을 살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그저 모든 것을 감싼다고 다 사랑이 아니다. 예전에 어느 장관이 말했다던 ‘우리가 남이가’식 사랑 곧 제 식구 감싸기, 제 사람 감싸기, 제 지역 감싸기, 제 종교인 감싸기 사랑은 결코 온전한 사랑이 아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사랑은 그런 사랑이 아니다.
미국의 기독교 윤리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1892- 1971)는 그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Moral Man and Immoral Society』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최고 이상으로 무사성(無私性, unselfishness)을 들었고, 사회의 가장 높은 도덕적 이상은 정의(正義; Justice)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지극히 성경적이며 통찰력 있는 지적이다.
무사성이란 한 마디로 개인의 이기적 욕심을 극복한 사사로움이 없는 사랑 곧 비이기적이고 공평하며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진하는 사랑을 의미한다. 오늘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사랑은 혈연이나 지역이나 종교를 가리지 않는 사랑, 사사로움이나 이기적 이해에 좌우되지 않는 무사성에서 오는 사랑이어야 한다. 신앙인의 사랑 역시 무사성에 근거한 사랑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가끔 자신이 속한 교회나 교단에 속한 종교지도자의 불법이나 비리가 명백한데도 이를 발표한 언론기관이나 수사기관 앞에 가서 단체로 세를 과시하며 종교적 탄압 운운하며 시위하는 종교인들이 있다. 작금 일부 구원파 신도들처럼 공개 수배자를 비호하거나 수사를 방해하는 종교인들이 있다. 설령 그 마음은 이해하나 일반인보다 더 높은 도덕적 윤리적 기준과 정직성을 보여주어야 할 신앙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앙인의 사랑이 저급한 차원의 의리나 제 식구 감싸기 같은 사사로운 사랑에 사로잡혀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초세간(超世間)의 진리를 추구하는 신앙인 일지라도 일반 시민과 같이 세속의 법과 질서를 성실히 지키는 준법의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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